2015년 11월 27일 금요일

군 입대 시 챙기면 좋은 것들

  군대는 그냥 맨몸으로 가면 되긴 하지만, 조금 길게 봐서 필요한 것도 있고, 불필요한 것도 있으니 정리해두면 누군가 참고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정리해본다. 시간 순(보충대-신교대-자대)으로 정리했고, 개인적인 경험, 주변 사람들의 경우, 다른 블로그 글들을 참고해서 적었다. 육군으로 입대한다고 다 같은 곳에 가서 훈련받는 게 아니므로, 여기 써 있는 게 적용되지 않는 부대도 있을 것이다. '참고'만 할 것 ㅋ 근데 아마 대부분 맞는 내용일 거임. 안 된다고 하면 그냥 몰랐다 그러고 죄송하다고 하고 반납하면 되지 뭐...




<기호 설명>
: 중요한 것
△ : 부대에 따라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것



By 대한민국 국군 Republic of Korea Armed Forces [CC BY-SA 2.0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2.0)], via Wikimedia Commons



I. 입대 전 ~ 보충대 단계



1. 보충대나 훈련소 입구에서 파는 잡상인 물품은 사지 말 것. 특히 전화카드 불필요.

  •  필요한 건 대부분 보충대에서 준다. 심지어 손톱깎이도 줌.
  •  전화카드 훈련소 들어가면 필요할 거라고 사라고 잡상인들이 꼬시는데, 어차피 훈련소에선 전화를 포상으로 내걸고(그것도 콜렉트콜로 시킴) 평상시엔 전화를 못 하게 하므로, 절대 필요가 없다. 훈련소 이후에 자대배치 받고서는 나라사랑카드로 전화비 낼 수 있어서 필요가 없음.
2. 입대 전 신한카드(나라사랑카드) 혹은 월급 들어오는 은행계좌 비밀번호 알아둘 것. 그리고 카드 반드시 가져가야 함.

  • 훈련소에서는 당장 필요 없으나, 자대배치 받고 카드 잔액 조회하거나 사지방 이용할 때 비밀번호 없으면 안 된다. 사지방 안 되면 난감하니까 알아놓고 입대하는 게 좋음.

3. 로션 간단히 챙겨가는 건 괜찮음
  • 피부가 건조한 사람은 특히 필요함. 조교들도 뭐라고 안 한다. 정말 이상한 사람이라서 뭐라고 한다면 그때 그냥 반납하면 되지 뭐... 
  • 풀셋으로 가져가는 거 말고 한 두개정도 챙기는 걸 권장.
4. 처방을 받아서 쓰는 약품이 아니면 가져갈 필요 없음.
  • 여기서 말하는 건 연고라든지 파스라든지 종합감기약이라든지 하는 것들이다. 아프면 조교나 교관한테 이야기해서 의무실에 가면 된다. 괜히 짐만 늘고 나중에 자대 배치 받기 전에 동기들 나눠주거나 버리거나 십중팔구 그렇게 되니까 그냥 의무실 이용하는 게 좋다.

5. 자기가 입는 옷, 신발, 모자 치수 알아두면 좋다.
  • 보충대에서 보급품 지급받을 때 후딱 받고 입어보고 물품 정리하고 쉴 수 있어서 미리 알아두면 좋음. 
  • 삼각팬티 받을 땐 사이즈를 좀더 크게 받는 게 좋음. 사각, 삼각 같은 치수를 받아도 삼각이 훨씬 작고 낑기는 느낌이 있음. 
  • 처음에 보급품 받을 때 잘 받아둬야 군 생활이 편해지므로 치수를 알더라도 직접 일일히 입어보고 움직일 때 편한지 보는 게 좋다.
6. 랜턴, 전자시계는 반드시 사서 들어갈 것

저작권: 퍼블릭 도메인

  • 랜턴은 한 손에 들어오고, 줌기능이 되는 밝은 게 좋다. 색깔  필터가 들어있는 게 있는데 색깔 필터 버리지 말고 가지고 있으면 간혹 야간 훈련 시 쓰면 좋음. 자신이 밀덕이라면 색깔 필터 가지고 있자.
By Ashley Pomeroy (Own work) [CC BY-SA 3.0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3.0)], via Wikimedia Commons

  • 전자시계는 어떤 기능이 있는지 모델별, 제조사별로 비교해보고 사면 좋은데 그냥 귀찮으면 아무거나 튼튼한 거 사면 된다. 아날로그 시계보다 전자시계가 훨씬 낫다. 밤에 시간 확인하려면 불이 들어오는 시계가 좋은데다가, 알람을 맞춰놔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알람을 잘 활용하면 경계근무나 불침번, 총기 이동 등 특정 시간에 해야하는 행동들을 까먹지 않기 때문에 선임들한테 혼날 일이 훨씬 줄어든다)
  • 랜턴, 전자시계 모두 불침번할 때, 야간 경계 시, 야간 훈련 시, 등등 전역하기 전까지 반드시 꾸준히 쓸 수 밖에 없는 물건. 군 생활 중 잃어버리거나 부서지는 경우가 꼭 생기는데, 그때쯤 되면 PX에서 하나 더 사면 된다.
7. 위장크림은 일단 사두지 말 것. 

By SPC GERALD JAMES ([1][2])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 보충대에선 절대 필요 없고, 신교대에서도 안 쓰는 경우가 있다. 육군훈련소는 아마 쓸텐데, 굳이 안 가져가도 된다. 없다고 하면 PX에서 사게 하거나 공용으로 쓰라고 그냥 주거나 하니까.
8. 편지지 많이 가져가지 말 것.
  • 보충대, 신교대에서 준다. 더 달라고 해도 준다. 우표는 편지 빨리 보내고 싶으면 있어야 함. 자대배치 이후엔 거의 필요 없으니 신교대까지만 쓸 정도면 됨.
  • 300원 우표는 우편번호 모두 알 경우에 쓸 수 있고, 390원(?)우표는 우편번호 안 쓰고 주소만 써서 보낼 때 붙이는 거라서 우표를 챙긴다면 골고루 챙기자.
  • 사실 우표를 입대할 때 안 가지고 가고 나중에 지인으로부터 편지 받을 때 같이 넣어서 보내달라고 부탁하는 방법도 있다. 짐이 많으면 귀찮으니까.... ㅋ
  • 우표 붙일 딱풀은 주변사람 중에 꼭 한명은 가지고 있을거니까 가지고 갈 필요 없음. 아예 없으면 조교나 교관한테 말해서 빌릴 것.
9. 작은 카드지갑이 있으면 좋음.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guysie/6032843640 CC BY-SA 2.0

  • 월급카드를 넣어 다니는 것 외에 조그만 문서(휴가증이라든가 기타 등등), 지폐 몇 장을 넣어 가지고 다닐 수 있어서 좋다.
10. 친구들 주소, 전화번호

  • 굳이 설명이 필요한지? ㅋ
11. 휴대폰 군 입대 장기 일시정지 신청하고 입대하기

  • 휴대폰을 아예 정지시킬 필요는 없다. 나중에 자대배치 받고 휴가 나가거나 외출 외박 나갔을 때 써야하니까. 대신 통신사 대리점 가서 군입대 장기 일시정지를  하고 나면  자기가 원할 때 114에 전화해서 일시정지 했다가 풀었다가 할 수 있다. 일시정지 한 상태에선 요금을 내지 않는다.
12. △ 내 경우에 입영통지서는 뽑아갈 필요 없었음.
  •  근데 그냥 안전빵으로 뽑아가는 게 좋을지도. 왜냐면 입영통지서에 꼭 뽑아가라고 적혀있으니까. 입대후에 제출하라는 말 없으면 그냥 나중에 세절(갈가리 찢어서 버리라는 뜻)하면 됨. 아니면 기념품으로 간직하던가 ㅋ
13. 신분증 지참. 운전면허증 있을 시 그거 가져가고.
  • 운전면허증 있으면 운 좋으면 운전병으로 갈 수도 있다. (주특기 안 받고 가는 경우)


II. 신병교육대 단계


1. △ 간단히 읽을 책 한 권정도는 괜찮음.
  • 택배로 가족이나 친구에게 부탁해서 받아 보면 됨. 상황에 따라 책을 검토필 받는다고 맡겨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신교대 초반에 부탁해야 할 거다.
  • 이상한 내용은 안 됨. 종북 내용이라던가... 소설책은 읽고 나면 짐만 되니까 자기 인생의 책이다 싶은 거 딱 한 권 들여와서 여러 번 읽는 걸 추천. 영어 단어장같은 걸 가져오는 경우도 있음.
  • 잡지같은 건 비추천... 간혹 아니꼽게 볼 수도 있어서...


III. 자대배치 이후



1. △ 사제 속옷 어둡고 무늬 평범한 건 괜찮음.
  • 보급 속옷처럼 몹시 아저씨스러운 거면 선임들도 눈감아 주는 듯. 요란하거나 색상이 밝거나 하면 안 될 것 같음. 그렇다고 너무 많이 가져가진 말고 ㅋ


2. 짐이 많으면 곤란하다.
  •  훈련 중에 후딱 짐 싸서 튀는 훈련이 있는데, 그거 할 때 물품을 분류하기 힘들어진다. 그리고 생활관 옮길 때도 힘들다.... 딱 필요한 것만 가지고 있고 불필요한 건 버리자.

3. 공부할 책 몇 권 택배로 받으면 좋다
  •  군 생활이 마냥 싫다고만 하지말고... 남는 시간 활용해서 공부하면 좋다. 안 그러면 그냥 버리는 시간이 되어버리니까.







<같은 주제, 다른 글>

예비역이 써보는 군대 입대 준비물 정리 (+필수아이템)

 

<군 생활 미리보기(군대 일기)>

군대 일기








2015년 10월 31일 토요일

군대 일기 목차

 정성들여 썼거나 볼만한 건 ★표시.



0. 입대 전 일기


입대 약 10일 전에 쓰는 느낌 - 우주여행이라도 가는 것 같음



1. 훈련소 일기

 
훈련소 일기 1 - 언제까지 기다리노?
훈련소 일기 2 - 배식계 싫다
훈련소 일기 3 - 분대명 짓다 혼남
훈련소 일기 4 - 작은 몽쉘의 소중함
훈련소 일기 5 - 여자친구라니 신기함
훈련소 일기 6 - 술판 소꿉놀이
훈련소 일기 7 - 구령스타 K 의외로 잘 됨
훈련소 일기 8 - 못생긴 방독면
훈련소 일기 9 -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훈련소 일기 10 - 수료식 하면 뭔 재미로 살까 ㅋ
훈련소 일기 11 - 헌혈유공장을 위한 첫걸음
훈련소 일기 12 - 군대에서 가장 짜증나는 것
훈련소 일기 13 - 사격은 쉬운데 사격장까지 가는 건 힘들다
훈련소 일기 14 - 어디에 쏴야하오...
훈련소 일기 15 - 군대에서 짜증나는 것 2
훈련소 일기 16 - 군대에선 아프지 말자
훈련소 일기 17 - 와 ** ** 춥다 이걸 어떻게 자냐



2. 이등병 일기


이등병 일기 1 - 공짜 체력단련 / 첫 국지도발 훈련
이등병 일기 2 - 나도 '지각 인생'
이등병 일기 3 - 보람찬 군대 생활 / 군대에서 산업기사 자격증 따기
이등병 일기 4 - 내 고집대로 할걸...
이등병 일기 5 - 첫 탄약고 경계 / 첫 전투사격 / 군대에서 힘든 점
이등병 일기 6 - 휴가에 대해 / 부모님 면회 외박 후... 섭섭하고 아쉽다 / 첫 식당분대 일
이등병 일기 7 - 의외의 꿀보직, 군견 / 검열 취소→사기 진작 / 군대에선 고민을 하자
이등병 일기 8 - 생활관보다 밖이 더 따뜻함 / 저는 자기 싫습니다
이등병 일기 9 - 다시 시작하는 피부관리
이등병 일기 10 - 왜 생활관에서 뭘 먹으면 안 되는 거야
이등병 일기 11 - 먹던 과자 짬처리 / 연등 잡담 간략 메모 / 전입신병 집체교육 첫날
이등병 일기 12 - 최선을 다하는 건 어렵다 / 취사병이 해주는 밥은 왜 맛이 없다고 할까 / 게임도 공부도...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등병 일기 13 - 대학수업급 군대 공부 / 혼자인 게 좋다 / 니 지뢰 저깄네
이등병 일기 14 - 주특기 교육 끝 / 짐 없애기 / 적성과 흥미에 대한 오랜 고민
이등병 일기 15 - TV는 동기들에게 양보하자 / 뻘줌한 게 싫다 / 내성적이라고 못 할건 없다
이등병 일기 16 - 사막 유격 훈련



3. 일병 일기


일병 일기 1 - 일병이 돼서 좋은 점 / 이미 유격 갔다와서 생활관 혼자 쓰는 줄 알았더니... / 나방 먹는 참새
일병 일기 2 - 나방 학살
일병 일기 3 - 힘들다는 얘기는 조심해서...
일병 일기 4 - 시간과 생각의 퇴소행군
일병 일기 5 - 너 자신을 알라 / 오랜만에 일하니까 좋다
일병 일기 6 - 선임에게 불똥 튀기지 말자 / 첫 후임이 왔는데 사실 내 코가 석자라서...
일병 일기 7 - 몰락한 사격 왕(?)의 귀환
일병 일기 8 - 총기 부품 실종 사건
일병 일기 9 - 구석탱이에서 선임들 사이로
일병 일기 10 - 내 보직은 청소병
일병 일기 11 - 동원 준비 / 예비군이라고 다 이상하겠나 / 독후감, 3감사는 포상 목적으로 하지 말자
일병 일기 12 - 꼬치꼬치 따지는 건 보기 안 좋다 / 생각하고 말하기
일병 일기 13 - 대대전술 평가 행군 실패
일병 일기 14 - 김 이병 가서 아쉽다...
일병 일기 15 - 5대기 처음 / 힘들 땐 성취감 드는 일을 해야 함
일병 일기 16 - 5대기 실제 상황 / 그놈의 휴대폰 반입... / 생일 날 전쟁날 뻔 했네

  1) 불모지 작전

 일병 일기 17 - 불모지 첫 날
일병 일기 18 - 불모지 작전 초기
일병 일기 19 - 불모지 돌=감자
일병 일기 20 - OP에서 과자 봉지가 빵빵한 이유
일병 일기 21 - 흙 계단을 만들자
일병 일기 22 - 나는데 소리나는 새 / DMZ 다람쥐 또 발견 / 작업 도중 북한군이 노래 부르는 걸 듣다
일병 일기 23 - 추석 휴가 / 테마가 있는 부모님 면회 외출





 4. 상병 일기


상병 일기 - 3월 휴가 때 한 것들
상병 일기 - 4월 면회외박 한 것







 6. 전역 후 일기


군대 전역 이틀 후 쓰는 느낌 - 우주여행이라도 갔다 온 것 같음





 6. 군대에서 그동안 써왔던 3감사들


군대 3감사




2015년 9월 28일 월요일

일병 일기 23 - 추석 휴가 / 테마가 있는 부모님 면회 외출


2015.09.25.금 (불모지 22일째)
* 추석 휴가
  • 불모지에 있다가 대대로 내려오니까 휴가같았다. 추석 연휴때문에 쉬는데다가 시설이 훨씬 좋고 잡무도 없고.
  • 후임 새로 세 명 들어옴. 새로운 얼굴이 나한테 경례할 때마다 겸연쩍은 웃음이 나옴.
  • 뉴스 한달간 전혀 안 보니까 내 할 일에 집중할 수 있어 좋음.






 2015.09.28.월
* 테마가 있는 부모님 면회 외출

By Gcd822 (Own work) [CC BY-SA 4.0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4.0)], via Wikimedia Commons

  •  인제 돌아다님. 원대리 자작나무 숲, 인제 38 대교, 소양호 저사댐 봄. 토목 공부 목적 견학.
  • 인제 38 대교에선 토목이 돈이 많이 드는 만큼 가장 경제적으로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음. 교량 높이, 배수관 필요성, 점검 난간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보다가.

By Gcd822 (Own work) [CC BY-SA 4.0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4.0)], via Wikimedia Commons
  • 소양호 저사댐에선 토목 구조물은 협동의 결과물임을 알게 됨. 그런 작은 댐 만드는 데에 수자원하는 사람들이 물을 어느정도까지 저장가능한지 계산하고, 수리학하는 사람들이 어느정도 수압을 견뎌야 하는지 계산하고, 구조하는 사람들이 어떤 형상으로 만들어야할지 결정하고, 철콘하는 사람들이 철근 배근, 콘크리트 배합 결정하고, 시공하는 사람들이 어디서 재료 조달하고 장비, 인력은 어느정도 쓸지 결정하는 등 다양한 분야의 토목인들이 협력해야 됨.
  • 그동안 기업 간 경쟁만 생각해왔고, 그래서 냉정한 분야로 알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협력이 중요한 분야라는 걸 알게 됐고, 토목공학이 의외로 괜찮은 분야라고 생각했다.
  • 군대에 있을 때, 병사들끼리 외출, 외박 나가면 거의 게임만 하고 끝나지만 부모님과 나가고, 특히 같은 전공을 가진 아빠와 견학을 다니니까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걸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어서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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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23일 수요일

일병 일기 22 - 나는데 소리나는 새 / DMZ 다람쥐 또 발견 / 작업 도중 북한군이 노래 부르는 걸 듣다

2015.09.20.일
* 나는데 소리나는 새
  • 일요일에 초소 밖에 나와 선임 한 명과 잡담 중 신기한 광경 목격.
  • 제비만한 몸집의 새가 산 위 공중에 떠서 빠르게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나는데 바람 가르는 소리가 분명하게 "휘익-휘익" 났음.
  • 새가 빠르게 나는 게 신기한 게 아니라 날 때 바람 가르는 소리가 나는 게 처음 본 장면이라 신기했음.
  • 농담삼아 '북한 무인 항공기 아니냐'는 소리를 함. 예전에 북한군이 '두루미'라는 무인 항공기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였음.




 2015.09.22.화
* DMZ 다람쥐 또 발견
저작권: 퍼블릭 도메인

  • 북한군 초소에서 총안구를 열어서 위험할 수 있어서 작업을 잠시 중단하고 은엄폐한 후 휴식 중에 다람쥐를 발견했다.
  • 동물 새끼들은 대부분 귀엽다. 신기하게. 다람쥐는 다 커도 귀여운듯. 바위 위에 앉아서 털 고르고 꼬리 다듬고 몸 단장함. 눈이 동그랗고 반짝반짝해서 귀여웠음. 호두만한 머리로 우릴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 우리가 다람쥐 사는 곳을 부수러 온 걸 알까?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쩌겠나. 우리부터 살아야지.




2015.09.23.수
* 작업 도중 북한군이 노래 부르는 걸 듣다
  •   무슨 사랑 노래였는데, 북한에도 그런 노래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노래 부르다가 갑자기 총 쏘면 싸이코같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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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16일 수요일

일병 일기 21 - 흙 계단을 만들자

2015.09.15.화 - 불모지 12일째, 작업 7일째

* 어지르는 사람은 따로 있는데 왜 같이 치워줘야 되지? 한두번이면 이해하겠는데 아닌 경우엔 좀 짜증난다.

* 극히 사소한 일로 선임이 뭐라고 할 때 싫다. 특히 자기도 제대로 안 하면서 뭐라고 할 때.

* 동계 지뢰공(?)으로 추정되는 물체 발견. 안에 지뢰가 있을지 몰라서 잠시 작업 중단. 나중에 동계 지뢰공이 아닌 반찬통이었다는 게 밝혀짐. 위험한 물건이 아니었다니 다행이다. 실제 동계 지뢰공은 이렇게 생겼단다.

* 중대장님 vs 이 상병님 다리 씨름 / 중대장님 vs 김 상병님 팔씨름 : 모두 중대장님 승리...

  • 중대장님 힘이 저렇게 센 줄 몰랐다. 두꺼운 팔 다리가 모두 근육이었던건가...?
  • 나도 운동 열심히 해야할 것 같다. 체력 급수 채웠다고 만족할 게 아니라...

* 길 뚫는 작업이 거의 산 꼭대기로부터 중간까지 완료됨. 경사가 정말 심하다. 홈(작업 들어가기 전 대기하는 곳)에 있을 때 위를 올려다보면 큰 바위가 있었는데 거길 넘어서 더 올라갔다. 작업 도중 뒤를 돌아보면 낭떠러지고, 그동안 열심히 뚫은 길이 보여서 뿌듯했다. 떨어지면 죽을 것 같아 두렵기도 했다.
  • 출발 지역 초소(언덕에 있는 것)보다 높이 올라감.
  • 우리는 숲 그늘 안에 있어서 덥진 않았음. 모기가 나오기 시작. 바위 산이 커다랗게 그늘을 만들어줘서 좋았다. 산이 가리지 않은 쪽은 땡볕이었다.







2015.09.16.수 - 불모지 13일째, 작업 8일째

* 계단 만드는 게 재밌다. 비록 토목공학과 큰 관련은 없지만 토질역학이나 정역학의 원리가 계단 만드는 데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처음엔 귀찮기도 하고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흙 계단을 만들고 잘 다지는 것까지만 했다. 그런데 길 뚫는 속도가 별로 빠르지 않고 뒤에서 내가 할 일이 없는 경우도 생겼기 때문에 계단을 더 보강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고, 중대장님께서 '계단을 더 신경써서 만들라'고 지시하셨기 때문에 흙 계단 이상의 것을 시도하기로 했다. 간단히 설명하면 등산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계단이 내가 구상한 거였다. 그림으로 그리면,

CC BY 4.0


이렇게 나무를 톱으로 썰어 깊게 말뚝을 박고, 가로로 나뭇가지 굵은 것들을 올려 계단의 딛는 부분의 흙이 아래로 밀려내려가는 것을 막는 형태다. 네 계단을 오전동안 만들었는데, 세 계단은 성공적이고 나머지 하나는 좀더 튼튼한 횡목을 찾아 강도가 약한 나무를 끼워둔 것을 교체하면 될 것이다. 톱이 하나 더 있다면 소대장님이 길 뚫는 동시에 나도 계단 만드는데 필요한 말뚝과 가지들을 만들 수 있으니까 좋겠지만, 지금은 하나밖에 없으니 속도가 안 나서 아쉽다.






2015년 9월 14일 월요일

일병 일기 20 - OP에서 과자 봉지가 빵빵한 이유

2015.09.11.금 - 불모지 여덟 째 날, 작업은 5일 째


* 소초가 있는 숙소엔 안개가 심했고, 작업을 하는 아랫쪽 사면 역시 안개가 심했다. 50M 전방이 안 보일 정도였다. 날씨는 시원했음.

* 경계 조가 늦게 와서 통문이 약간 늦게 열렸다. 8시 30분 경 작전지역 투입.

* 자꾸 내가 토목과라고 계단 만들라고 해서 약간 웃겼다. 토목이랑 계단이랑 크게 상관 없는데 ㅋ

* 10:10에 비가 와서 철수했다. 10:38에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에 오니 안개가 더 심해져서 25M 전방까지만 보였다.

* 점심 먹고 다시 나가야될 것 같아서 '일 하기 싫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중대장님께서 나갈 것 같이 하시다가 안 나가고 주말까지 쉰다고 하셔서 너무 좋았다.







2015.09.14.월 - 불모지 열 한번 째 날, 작업은 6일 째

* 날씨

  • 윗동네 : 햇빛, 안개(100m까지만 보임) , 바람
  • 아랫 동네 : 맑고 신선


* 7:47 복장 착용, 08:05 남책 통과, 08:19 북책 통과, 작업 시작, 11:20 철수

* 오전에 6m정도 전진.

* 쇠파이프 (손 두 뼘 길이, 지름은 손가락 두 마디 정도), 탄클립, 탄통 뚜껑, 의자만한 바위 발견.

* 계단 많이 만듦. 경사가 심해져서.( 한 45도 정도 경사)

* 다람쥐가 윤형 철조망 바닥에 뭉쳐져 있는걸 타고 다니다가 미끄러져서 땅바닥으로 떨어지려고 하는걸 봤는데 귀여웠다. 그러다가 자기가 파둔 굴로 들어갔다가 다시 철조망쪽으로 나옴. 다람쥐도 굴을 판다는 걸 알게 됨.

* 팔 하박 길이정도 되는 얇은 뱀이 우리가 작업하던 곳에서 황급히 빠져나와 옆의 흙, 나뭇가지 버리는 곳으로 도망침. 군대와서 처음으로 뱀 봤다.

* "토목과인데 이것도 몰라?" 중대장님 말씀에 자극이 돼서 더 열심히 일했음. 선임들이 쉬라고 해도 자존심 상해서 계속 흙과 돌로 계단 만들고 계단 평평하게 함. 사실 토목이랑 흙 계단이랑 큰 관련 없지만 왠지 그랬다.

* 그래도 작업 모두 끝나고 숙소돌아왔을 때 공부만 하지는 못하겠더라. 조금만 하다가 개인정비, 휴식, 내일 작업 준비하니까 잘 시간 됨.

* 어떤 사람이 어느 분야에 소질이 있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나는 토목과에서 2년이나 있었고, 성적도 양호하지만 별로 아는 게 많지 않다. 공부를 해도 진도가 천천히 나가게 되고 숫자 감각도 별로 안 좋다.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 OP에서 과자 봉지가 빵빵한 이유

사진 출처


  • OP에서 누군가 과자를 꺼냈는데 봉지가 아주 빵빵해서 '질소 과자'라고 하는 걸 들었다. 페이스북 등에서 우리나라 과자는 양이 얼마 없고 공기만 잔뜩 들어있다고 비난하거나, 과자 봉지들을 묶어서 한강을 건너는 풍자 내용이 종종 돌아다니는데, 아마도 그걸 봤는지 똑같이 욕하려 했다.
  • 내가 여태껏 본 과자봉지들은 그 정도로 빵빵하진 않았다. 그래서 의심이 들었다.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무작정 다른 사람들 따라서, 따져보지 않고 비난해도 되는 걸까?
  • 잠시 멈춰서 생각해보니 답이 나왔다. OP는 고지대니까 기압이 낮은 반면, 과자를 만든 공장은 저지대니까 기압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기압이 높은 곳에서 만들어진 밀봉된 봉지 안에는 고지대의 낮은 기압보다 높은 기압의 공기가 들어있을 것이고 공기는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이동하니까 봉지 안의 공기가 밖으로 나오려고 해서 봉지가 팽창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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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10일 목요일

일병 일기 19 - 불모지 돌=감자

2015.09.10.목 - 불모지 일곱째날, 작업은 4일째


* 수요일까진 시간이 빨리 갔는데 이제 익숙해져서 그런지 시간이 천천히 감.
* 돌이 많이 나오는데 감자밭에서 감자 캐는 기분일 정도로 많이 나옴.

이 사진에서 보이는 감자를 돌멩이로 바꾸면 딱 불모지 작업이다. (저작권 : 퍼블릭 도메인)


* 작업 중 이제 쇳덩어리는 거의 안 나오고 돌만 잔뜩 나옴. 경사가 점점 생겨서 계단을 만들라는데 중대장님은 대강 흙계단 만들라고 하고 가버리시고 소대장님, 선임들은 돌 계단을 원하셔서 어느 말을 따라야 할지 몰랐음. 같이 계속 작업하는 건 선임들과 소대장님이니까 일단 돌계단쪽으로 하기로 함.

* 황금마차를 처음 이용해봄. 진짜 이름대로 노란 색이었다. 노란 색 길다란 트럭에 물건 담아둔 선반이 있고 거기에 있을 만한 건 다 있다. 처음에 보병 애들이 박스를 몇 개씩 갖고 가길래 부식 나르는 건가 했는데 몰아서 물건을 잔뜩 사서 그런거였다.(부식이 아니라 개인이 먹을 간식들 잔뜩 담아 둔 거였음) 소초가 산꼭대기에 있어서 따로 PX가 없기때문에 이동식 PX인 황금마차가 오는데 늘 오는 게 아니라 날씨가 안 좋으면 안 오고, 일주일에 한번씩 와서 병사들이 간식을 잔뜩 사서 쟁여놓고 먹는다.

* 전압기(?) 공사로 op올라가는 도로가 막혀서 차 타고 올라가지 못했다. 중간에 내려서 한참 걸어 올라가야해서 힘들었다.

* 통신반에서 우리 방 안에 있던 사지방 컴퓨터를 밖으로 빼내는데 정보장교님 TV 파워 선을 없애서 한동안 정보장교님이 화 나셨음. 다행히 통신반에서 다른 거 갖다줘서 해결.

* 물탱크 고장 → 샤워 불가였는데 고쳐져서 이틀만에 샤워했다. 다행이라고 생각됐다.

* 중대장님께서 처음 카드 게임인 '뱅'을 하셨는데 전부 다 학살하셔서 놀랐다. 내가 처음에 왼쪽에 있는 허 일병을 마구 때렸는데 부관이라서 다행이었다. 난 무법자였으니까.

* 뱅 하는데 시간이 빨리 가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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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9일 수요일

일병 일기 18 - 불모지 작전 초기

2015.09.09.수 - 불모지 여섯 째 날, 작업 3일 째

* 아침 안개 많이 낌. 한 100m 이내밖에 안 보였음. 그래서 작업 안 할 줄 알고 기대함.
* 중대장님 회의 후 그냥 가게 됨. 앞이 안 보여서 어떻게 할까 걱정했는데 막상 차 타고 작전지역 내려가니 거기엔 안개 없고 구름만 좀 있고 햇빛 비쳐서 위아래가 날씨 차이가 많이 났음. 신기했다. 숙소가 구름속에 있었던 건가 그럼?
* 구름 움직이는 속도가 엄청 빨라서 신기했음.
* 안 좋은 꿈 꾼 사람, 귀신 본 사람 좀 있었음. 난 좋은 꿈 꿨는데. 아무튼 조심해야겠다.
* 작업 중 나온 물건들
  - 옛날 숫가락(모든 금속 제품들은 심하게 부식된 상태였음. 쉽게 바스러질 정도이고 적색 녹으로 전부 덮임)
  - 옛날 크라운 산도 봉지(개당 50원이라고 적혀있었음. 산도 하나에 50원이던 시절은 언제였을까? 산도 봉지는 다른 금속 물품들에 비해 보존 상태가 몹시 양호했음. 비닐은 썩는데 오래 걸린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 총알 구멍 난 수통(이건 다른 조에서 발견)
  - M1 카빈 탄, 탄피, 탄클립, 탄박스, 탄창
  - 기타 알 수 없는 철재 원통형 물건들. 구두약으로 추정되는 납작한 원통 금속 용기도 있었고, 복숭아 통조림 모양의 원통도 나옴.
  - 불발 막대 수류탄
  - 기관총 탄, 탄두, 탄피
  - 작은 기름병 같은 것(금속제)
  - 수류탄 안전 손잡이
  - 이상한 경첩같이 생긴 물건(이건 나중에 확인해보니까 기관총 탄약띠 연결할 때 쓰는 물건이었다)
이 그림에서 탄을 줄줄이 연결하는 검은색 금속 조그만 게 나중에 탄이 빠지고 나면 경첩같은 물건으로 보였다. (출처 : 나무위키 - M60 기관총 ,

CC BY-NC-SA 2.0 KR)

* 자꾸 녹슨 탄피나 탄이 나오니까 이게 지뢰제거, 수목제거하는 건지 유해발굴하러 온 건지 헷갈렸다.
* 크고 작은 돌이 많아서 갈퀴질 하기가 힘듦.
* 멀리서 간간히 야생동물들이 지뢰를 밟아 터지는 소리가 들림.
* 투입 후 오전에만 1시간 11분 일함. 일단은 오전에 2교대로 해서 작업 시간 짧았음.
* 작업한지 3일째 되니까, 처음엔 할 일없이 멍하니 구경하다가 이제는 각 반들이 동시에 자기 할일 찾아서 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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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4일 금요일

일병 일기 17 - 불모지 첫 날

2015.09.04.금 - 불모지 첫 날
(불모지 지뢰 제거 작전 첫 날)

  근 두달동안 DMZ에 가서 지뢰 제거, 초목제거하는 작전을 하는데 지원해서 드디어 출발하는 날이 왔다. 처음에 가겠다고 한 이유는 지금 되돌아보면 참 어이없는 생각이라고 보이지만, 이랬다. 가장 큰 이유는 '군대에 기왕 온 거, 맨날 훈련, 연습만 하지 말고 실제 상황 한번 겪어보고 싶다'는 거고, 부차적인 이유는 첫째, '내 동기들이 전부 가는데 나도 가면 좋을 것 같다', 둘째, '포상휴가도 주니까 가면 좋을 것 같다'가 있었다. 이런 세 가지 '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들은 출발 전 몇 주간 직접 지뢰 보호의 세트를 입고 작업을 하고 짐을 운반해보니까 바보같은 거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보호의는 차고 평지만 다녀도 진이 빠지게 했고, 그 상태로 경사가 심한 산 비탈에서 지뢰까지 찾아야 한다니... 굳이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아도 몹시 힘든 일이라는 걸 알만 했다. 총 몇 kg인지 기억은 안 나는데 TV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 나온 적 있으니 나중에 정확한 무게를 알아봐야겠다. 보호의 세트엔 지뢰 전투화와 덧신이 있는데, 덧신까지 신으면 굽이 너무 높아서 (여자들 힐 신은 것보다 훨씬 높다) 잘못 걷다가 발목이 부러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 낭심 보호구는 땀이 많이 차고 다니는데 불편하게 했고, 다른 보호구들도 마찬가지였다.

대강 이런 식이다... 출처(대한민국 육군 flickr)

CC BY-SA 2.0





  전날인 목요일에 차량에 짐을 몽땅 실었다. (전날 뿐만 아니라 그 전에도 여러 날에 걸쳐 필요한 장비, 물자를 준비하고, 운반하고 했었다. 전날 실은 건 말 준비해온 '모든' 물자를 실은 거였다) 그리고 출발하는 금요일 아침이 되자 일찍 일어나서 남아있는 짐들(옷가방, 개인물품, 세면도구)을 또 차량에 싣고 출발했다. 인제에서 양구까지, 양구에서 가칠봉 OP를 담당하는 부대까지 오랜 시간동안 차를 타고 이동했다. 해당 부대에 내려서 두돈반 트럭의 짐을 4/5톤 트럭에 옮겨 실었다. 경사가 가팔라서인지 이유는 모르지만 두돈반이 OP까지 올라가지 못한다고 해서였다.
 
  짐을 옮기고 걸어서, 부대로부터 OP로 가는 길의 통문을 통과했다. 통문의 보병들은 보니까 신기했다. 우리는 공병이라 개인화기가 다 똑같이 소총 한 정이지만, 보병들은 망원경 달린 총도 있고, 유탄 발사기 달린 총도 있었기 때문이다. 방탄 헬멧도 약간 다르고 야투경 장착하는 장비가 달린 경우도 있었다. 우리에겐 없는 전투조끼도 입고 있었다.

  통문 통과 후 병력 승차 지점에서 4/5톤 트럭을 기다렸다. 주변을 둘러보니 마치 제주도 한라산 중턱에 와 있는 것 같았다. 아직 DMZ 도착 전인데 왠지 긴장됐고 주위가 전부 안개로 둘러싸여 있고 키 작은 나무 여러 종류가 많이 있었다. 숲속에 누가 숨어있을 것 같기도 했다. 한 시간 정도 차 타고 가칠봉 OP에 도착했다. 짐을 전부 내리고 작전 물자, 숙영 물자로 분류했다.

마치 제주도 한라산 중턱에 와 있는 것 같았다. 이 사진은 한라산 사진이다; 근데 딱 저렇게 생김 (CC0 Public Domain) 


  지형은 굳이 따로 운동을 안 하고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기만 해도 운동이 될 것같은 가파른 경사지형이었다. 경사때문에 짐 나르는 게 많이 힘들었다. 점심은 전투식량으로 때웠다. 점심을 먹고 주위를 둘러보니까 가칠봉 뒤편의 해안마을의 잘 정리된 경작지 풍경이 몹시 좋았다. 펀치볼 지형이라 둘레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가장자리 산 위가 거의 다 구름으로 덮여 있어서 문명(게임)의 한 장면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칠봉에서  남쪽을 보면 이런 풍경이 연상된다... (출처: http://squmaq.blogspot.kr/2014/08/blog-post_24.html )


  날씨가 신기하게 몇 시간 단위로 바뀌었다. 쨍쨍하게 맑다가 갑자기 구름끼고 찬 바람 불었다가 안개 꼈다가 이런 식으로 순식간에 바뀐다.

  점심 식사 이후 생활관을 만들기(?) 전에 잠시 쉬는 동안 백두산 부대 관측장교님의 지형, 주변 초소 설명을 들었다. 눈으로 보이는 지역에 북한군 초소와 북한군이 있다는 사실이 우리 나라가 분단 국가라는 점을 상기시켜줬다. 망원경으로 북한 초소와 북한군이 내 놓은 길을 보면서 혹시나 누군가 돌아다니지 않을까 했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다들 초소에 들어가서 자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들도 여길 쳐다보고 있는지도 몰랐다. 북한이 이미 망해서 국경에 아무도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관측장교님이 하는 브리핑이 너무 절도있고 또박또박해서 멋있었다. 우리도 간혹 임무 브리핑 할 기회가 있는데 병사들이 외워서 더듬더듬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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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22일 토요일

일병 일기 16 - 5대기 실제 상황 / 그놈의 휴대폰 반입... / 생일 날 전쟁날 뻔 했네

2015.08.13.목
(5대기 실제 상황)
* 12:28 경 폭음 청취
* 식사 후 장 일병과 5대기 생활관에서 TV보며 잡담중이었고 대부분 선임들은 흡연장에 있었음.
* 날씨도 맑고 좋았다. 폭음 직후 탄약고 경계자들 '포탄 낙하한 것 같다'며 무전.
* 왠지 출동해야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총기함 근처에 서 있었음. 그 직후 출동 명령 무전이 옴. 후다닥 총기함 열고 총 꺼내서 단독군장 챙김. 그러고 있는데 흡연하시던 선임들 재빨리 뛰어옴.
* 우르르 뛰어가서 1층 소화기, 등짐 펌프 들고 뛰는데 체력 길러놓길 잘 했단 생각이 듦.

* BEQ 도착 : 간부들 몇 명 있고 대대장님도 자전거 타고 오심. 대대장님 개도 옴.
* 다행히 포탄 낙하는 아니고 BEQ옥상에서 뭐 떨어져서 터졌다고 함.
*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땀 많이 흘렀지만 5분 내에 출동 성공해서(3분 걸림) 뿌듯했음.
* 선임들 모두 '어제 5대기 장비들 사용법 전부 다는 몰라서 당직사령한테 털렸었는데 오늘 실전에선 제대로 된 모습 보여줬다'며 좋아함. 간부들, 대대장님께도 좋은 모습 보여준 것 같아 기뻤음.
* 맨날 훈련만 해서 재미없었는데 실전 상황 터지니 긴장되고 성공적으로 대처하니 기뻤다. 그래도 실제 상황은 발생하지 않고 평화롭게 사는 게 좋겠지?





2015.08.22.토
(그놈의 휴대폰 반입...)
* 선임(거의 왕고) 생활관에서 몰래 휴대폰 사용하다가 간부들에게 적발.
* 얼마전에도 중대 인원 중 누군가가 사용하다 적발됐는데 봐줌. 그런데 또 누가 걸려서 간부들 많이 화남.
* 적발된 인원만 처벌하면 되는데 중대 전원 갖고 있는 전자제품(전자사전, cd 플레이어) 제출하라고 함. 써야될 때 얘기하고 쓰라고 함.
* 나는 규칙 잘 지켜왔는데 왜 나도 피해를 봐야 하는지 이해 안 됨.
  - 적발된 사람은 곧 전역할 사람이고 나는 한참 남은 상태에서, 나는 영어공부하거나 알고 싶은 게 생기면 전자사전 자주 쓰는데 왜 이렇게 돼서 공부하는데 전자기기 쓰는 사람이 엉뚱하게 피해보게 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

* 다른 사람 잘못 때문에 멀쩡한 사람이 피해보니까 괜히 반항심만 생기는 것 같다.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긴 해도 나도 인간인데.




2015.08.22.토
(생일 날 전쟁날 뻔 했네)
* 북한 지뢰도발 → 우리 측이 대북 확성기 방송 → 북한이 우리한테 포 사격 → 우리가 더 많이 포 사격 → 북한이 48시간 내 확성기 방송 중단 안 하면 군사행동 하겠다 함.
  - 48시간 끝나는 날이 오늘이고, 내 생일임.
  - 원래 외박 나가서 놀려고 했는데 북한 때문에 취소됨. 다른 병사들 휴가도 취소됨.
  - 개빡쳐서 그냥 전쟁 할거면 하라고 생각함. 맨날 우리나라가 봐주기만 하는 것 같아서 더 화났고 이번한 북한 **들을 밟아주고 싶었음. 6.25때와는 상황이 정 반대. 싸우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 저녁까지 상황을 지켜봤는데 북한이 먼저 회담 제의. 우리측이 북측에 한명만 나오지 말고 다른 놈 또 나오라고 했더니 그것도 수용. 결과는 4자 회담까지 하게 됨.
* 내 생일에 전쟁나면 기분이 참 쓰레기일 것 같았는데 일단은 아닌 것 같아 다행. 사실 훼이크였고 진짜 전쟁할지 어떨지는 아직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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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12일 수요일

일병 일기 15 - 5대기 처음 / 힘들 땐 성취감 드는 일을 해야 함

(2015.8.10.월)
<5대기 처음>

* 장점 : 일과시간 수면, TV시청.

* 단점

  - 5대기 아닐 때 비해 군대 공부 많이 해야함(주특기 + 5대기 임무)
  - 이상한 조끼 계속 착용 (여름이라 더움. 방탄도 더움)
  - 짐 싸서 이사해야 함.
  - 선임들과 생활
  - 공부하기 불편. 책상, 의자 없어서.
  - 일과 후에도 전투복이라 덥고 늦게 씻음.
  - 사지방 못 가고 PX 자주 못 감.
  - 전우조로 다녀야 하고 무전기 소지해야 어디 갈 수 있음.
  - 전반적으로 신교대 훈련병이랑 비슷한 처지.







(2015.8.12.수)
<힘들 땐 성취감 드는 일을 해야 함>

* 훈련 너무 많이 해서 지침 → 쉬느라 하려던 공부 못 함 → 시간은 흐르고 내가 하려던 일을 못 해서 기분 안 좋았음.

* 5대기라 쉬는 시간 좀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고 훈련하고 조끼만 입고 있어도 피곤.

* 오랜만에 활동복 입고 체력 측정 → 운동 꾸준히 하다가 큰 훈련들 때문에 멈췄었는데 체력 떨어졌을까봐 걱정 많이 했었음. 그런데 의외로 잘 됨. 윗몸 94개 필두로 사기 상승. 팔굽혀펴기 몇 개 했는지 기억 잘 안 남. 뜀걸음 14:14초(3km-2급) 훈련병 시절에 비해 엄청나게 기량 늘음 → 훈련 연속으로 한 덕분?

* 김 상병님이 페이스 메이커 해주심. 나중엔 못 쫓아갔지만... 점점 멀어지다가 안 보임.

  - 출발 전 : '완주만 하자. 뜀걸음은 연습 꾸준히 안 했으니까. 불합격만 아니면 목표 달성하는거다. 김 상병님 출발하고 최대한 따라 가보자.'

  - 출발 후 아직 한 바퀴 안 됐을 때 : '김 상병 추월은 무리고, 그냥 뒤따라가는 건 별로 안 힘드네. 이대로 가면 괜찮을 듯.'

  - 두 바퀴 정도 돌았을 때 : '김 상병님 뒤로 두 명 정도 있고 그 다음 내가 있으면 충분히 목표 달성할 듯'

  - 레이스 중반 : '김 상병님 뒤로 세 명 정도면 될 듯'

  - 레이스 후반 : '김 상병님이랑 반 바퀴 차이면 난 잘하고 있는거다'

  - 레이스 말 : '에라이 모르겠다....ㅋㅋㅋㅋㅋㅋ 김 상병님 어디 계시지...? ㅋㅋ 그냥 쉬지 말고 일정한 속도로 계속 뛰자... 숨차네.'

* 숨 많이 찼지만 어떤 생각으로 버텼냐면, '큰 훈련들 모두 잘 해냈는데 이것도 완주해보자'는 마인드로 쉬지 않고 달림.

* 다른 선임, 동기, 후임 한명씩 제칠 때마다 쾌감.

* 꾸준히 노력한 성과가 가시적으로 보이니까 기분이 굉장히 좋았음(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는 특히)

* 군 생활이나 사회생활이나 심적으로 힘들 땐 성취감 느낄만한 일을 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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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6일 목요일

일병 일기 14 - 김 이병 가서 아쉽다...

* 후임이던 김 이병 제 2국민역으로 전역

* 싹싹하고 좋은 애였는데.

* 내가 좋은 사람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나중에도 연락을 하고 싶은가 아닌가'

* 이것저것 잘 도와주고... 아쉽다 쓸만 했는데.

* 내가 머리 깎아준 기억도 남. 원래 이발병이 해주면 멋있게 자를 수 있는데 이발소에 너무 늦게 가는 바람에 나보고 그냥 잘라달라 함.

  - 그렇게 동그랗게 계란같은 머리로 만들어주고 나니까 행정반 갈 때마다 세절하고 있는 김 이병 머리를 쓰다듬는 맛이 있어서 좋았음.

  - 남의 머리 내 손으로 잘라준 게 생애 최초였음.

* 같이 지낸 기간은 얼마 안 돼도 싹수가 좋은 애였음.

* 해준 게 그닥 없어서 미안함.

* 달력에 입대하고 며칠됐는지 맨날 적으면서 짬찌라고 동기들하고 같이 놀렸던 일도 생각남. 70며칠이었는데 갑자기 그 남은 일수를 원콤에 순삭해버렸네.

* 다른 선임들한테도 귀여움받는 후임이었음. 짧은 기간인데도.

* 말 따라하는 것도 재밌었음. "~~했습니다아~~, 아닙니다아~~" (느릿느릿 아주 소프트하게 말했었다.) 놀리는 재미가 쏠쏠했음. 군생활의 활력.


* 같은 21사단 신교대 출신. 굳이 접점 찾자면 ㅋ.

* 선천적으로 몸이 아픈 줄도 모르고 뜀걸음 같이 하자고 했었음. 미안함. 뜀걸음 같이 하자고 했을 때 기범이가 안 했었는데 그때 든 생각이 '쟨 힘든 일은 하기 싫어하는건가? 그래도 여긴 군대인데. 요즘 애들 너무 오냐오냐 자라서 큰일이다'하고 '다른 건 다 좋은데 체력단련 싫어하는 거 하나는 흠이네'라고 생각했었음. 아픈줄도 모르고 그랬었다 ㅠㅠ

* 가기 전 페북, 전화번호, 롤 아이디 교환

* 김 이병 가기 전날 내가 경계 마지막 타임이 3:30-5:00, 김 이병 마지막 불침번은 5:30부터라서 내 경계 끝나고 같이 놀려고 했는데 막상 그때되니 피곤하고 불침번 사수 선임 눈치도 보여서 그냥 잤음.

* 김 이병 가기로 한 날 아침 8:30 경 간댔다가 12:30경 간다고 바뀜. 그 날 내 경계가 11:00-12:30에 있어서 얼굴 보고 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함. 기다리는데 약간 눈물남. 서운함, 아쉬움. 부모님하고 헤어질 때도 이런 기분이었는데.

* 김 이병은 성격이 참 좋은 애였다. 

  - 애 같은 느낌이 있어서 챙겨줘야될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지만 의외로 자기 할 일은 잘 챙겨서 별로 터치할 일이 없었음. 애같기만 하고 너무 계속 챙겨줘야 하면 나중엔 성가심. 그런데 김 이병은 귀여운 맛이 있으면서도 자기 할 일 묵묵히 알아서 하고 적응 잘 함. 특히 굳이 시키거나 부탁한 게 아닌데도 오히려 선임을 챙겨주고 잘 도와줌. 이 점은 정말 배울 점이었다.

  - 사회 나가서도 잘 될 거라 믿음. 타고난 심성은 어쩔 수 없다. 타고난 게 아니면 부모, 가족들이 잘 키워준 듯.

* 김 이병같은 후임 만나서 잠시동안 재밌었고 행복했다... 잠깐 난 아직 450일 가량이나 남았잖아!!

* 애들 많이 때리지 말고 노량진에서 돈도 그만 뜯고 했으면 좋겠다... ㅋㅋㅋㅋ 노량진 스켈레톤, 노량진 독버섯... 별명 참 멋있었다고 생각함.

* 아침 점심 저녁으로 일일 건강검진 해줘야 하는데... 그놈의 팔목이 막대기처럼 가느다랗던 이유가 있었다니... 부디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 군의관님 볼 때마다 기범이 생각 날 듯... 진짜 닮았음 ㅋㅋ

* 갈 때 포옹이라도 하고 갈 줄 알았는데 애매하게 각이 안 나옴. 김 병장님도 이제 저녁에 침대 엎으려고 하는 장난 칠 사람 없어져서 많이 섭섭하시겠다. ㄹㅇ 눈물남 ㅠㅠ 중대장님 안 오셨으면 가까이서 얼굴 보고 가는건데 ㅠㅠ 갈 때 바로 좌회전 신호였든가 해서 그냥 쌩 가버렸네.

* 김 이병같은 좋은 후임이 많이 들어와야 할텐데 ㅠ 물 마실 때마다 계속 생각날 것 같다.  주고 간 텀블러에 크고 빨간색으로 "김 ㅇㅇ"이라 써 놓음. <캐스트 어웨이>라는 영화에서 '윌슨'이라는 배구공 같은 느낌이 드네.

* 위병소 부사수석 올 때마다 생각남. 이제 며칠 지나면 생각 안 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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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5일 수요일

토목 스크랩 - ‘하나의 유라시아’ 열망 … 친선특급으로 승화

교통 분야

원문 링크



내용 정리

  1. 시베리아 횡단 열차 - 남북 철도 연결 : 경제, 정치, 군사적으로 한반도 긴장 완화, 평화정착에 기여할 것.
  2. 경로: 블라디보스토크, 이르쿠츠크, 모스크바, 바르샤바, 베를린
  3. 2015년은 러시아, 몽골 수교, 독일 통일 25주년
  4.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성장 동력의 시발점

2015년 8월 4일 화요일

토목 스크랩 - 제2수에즈 운하 개통식에 유기준 장관 등 특사단 파견

교통 분야

기사 원문



내용 정리

  1. 2015-08-06 제2수에즈운하 개통
  2. 2014-08부터 1년만에 건설
  3. 84억 달러 투입, 기존 수에즈 운하와 평행. 길이 72km
  4. 기존 수에즈 운하
    1. 1869년 건설
    2. 길이 193km
    3. 2014년 103개국 17000여 척 선박 통과
    4. 2014년 대한민국 709척 선박 통과. 지불 수수료 3억 2000만 달러.(3721억 원)
    5. 부산 - 네덜란드: 남아공 거치는 것보다 6028km 단축(7-10일). 연료비 절감

코멘트

  1. 기존 수에즈 운하보다 짧은데 왜 옛날엔 제 2수에즈 운하 위치에 건설 안 했나? 기술적 한계?
  2. 이집트는 유가 내리면 안 좋겠다. 운하 경쟁력도 떨어질듯. 산유국이니까.
  3. 한해 버는 돈?
    1. 우리나라 배 한척 당 평균 3721억/709척 = 5억 2천만원
    2. 다른나라도 비슷하다 가정. 5억 2천만원 * 17000척 = 8조 9천 억원
    3. 1998년도 우리나라 세출예산 약 80조원(한국민족문화대백과)
      1. 대략 10%가 생김.
      2. 많이 버는걸까 아니면 부차적인 수입정도인걸까?
      3. 우리나라보다 이집트가 후진국이니까 상당한 수입일지도?
        1. 이집트 GNP 1996년 713억 달러
        2. 대한민국 GNP 1995년 4520억 달러

2015년 7월 31일 금요일

일병 일기 13 - 대대전술 평가 행군 실패

* 30km 평지, 내리막길 많음. 이 조건만 보면 꿋꿋이 하기만 하면 완주하겠다고 생각했음. 유격 행군 잘 했으니까 괜찮겠지. 긴장은 됐지만 결심은 확실히 해서 무섭진 않았음.

* 전날 지뢰지대 때문에 휴식한 이후 군장 쌈. 군장 품목이 정해져있고 그게 공문으로 내려와서 그거 보고 쌈. 임무카드에 있는 품목보다 덜 들어있는 것도 있고, 대부분은 비슷했는데 화생방 보호의 세트, 침낭도 (여름인데도) 결속하게 되어 있어서 약간 달랐음.

* 보호의는 군장 결속한 건 처음이었음. 무게는 3-4 kg. 하나만 놓고 보면 별로 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데 결속하고 매 보면 확실히 차이가 느껴짐.

* 군장 총 무게 30kg + 단독군장. 불필요한 부속물 다 뗌. 호루라기, 총기손질도구(원래 단독군장 물품이지만 공문에 안 적혀있어서 뗌. ㅋ) 구급대, 구두약, 구두솔 등.

* 출발할 때 개인완주 1박 2일, 전원완주 2박 3일 포상휴가 조건 생김. 이때는 중대원 전부 사기 충만.

*트럭에 군장, 사람 꽉꽉 채워서 출발지점으로 감. 도착하자마자 소나기. 금방 그침. 군장검사 한다더니 안 했음.

*맏선임이 내 군장 끈을 보더니 이상하게 되어 있다고 고쳐주심. 곧 출발할 것 같아서 괜찮다고 했는데 해주셔서 감사했음.

*트럭에서 조 일병님이 내 단독군장에 달린 x반도를 풀어주셔서 감사했음. 짐, 사람 꽉꽉 들어차 있어서 공간이 많이 좁았는데도 도와주셔서 감사했다.

By 육군학사장교총동문회 (Own work) [CC BY-SA 3.0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3.0)], via Wikimedia Commons


* 산 꼭대기 출발 후 쭉 내려옴. 50분 동안 이동. 다리보다 어깨 아픔. 군장 끈 길이가 짧아 왼팔 피가 안 통했는지 왼손 새끼손가락 포함 손가락 두 세개정도 저렸음. 손으로 어깨와 가방끈 사이 받쳐서 피 통하게 했다가 다시 원래대로 했다가 하면서 걸음.

* 50분 행군 후 10분 휴식. 무게 때문에 숨쉬기 힘들었는데 휴식해서 군장 내렸을 땐 살 것 같았음. (살아있다는 게 느껴졌음) 물 아껴 마심. '이번엔 다른 병사들 다 물 떠왔겠지'하고 다른 병사들에게 물을 자발적으로 권하진 않음. 그랬다가 나중에 내가 죽을지 모르니까.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번엔 아예 누워서 쉬게 해줌. 저녁이라 누워있으니 시원하고, 방탄헬멧 벗으니 그냥 그대로 누워 자도, 누워 자다 죽어도 행복할 것 같았음.

* 잠깐의 휴식 후 1:20분동안 행군. 10분 휴식때 군장 끈 늘여서 어깨는 덜 아팠음. 산을 내려와 군인 아파트, 군인 회관 지나갈 때 아직도 한참 남았고, 부대가 바로 길 건너인데 못 간다는 점이 너무 애간장타게 만듦. 군인회관 지나갈 때 예전부터 거기 묵어보고 싶었는데 다음번 면회 때는 진짜 거기 있어도 괜찮을거라 생각함. 새 건물, 시설 good. 군인 아파트 : 시골에 있지만 신도시 아파트 모습. 멀리서만 보다 직접 보니 시설이 더 좋아보임.

* 할아버지, 할머니 몇 명 시원한 집 마당에서 뭔가 하는 걸 봤음. 부럽고, 집에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 듦.

* 점점 오르막 길로 접어듦. 앞 사람 가다 서다 갑자기 해서 부딫히게 돼서 짜증 났음. 간부가 군장 내리고 휴식하래서 그렇게 했더니 더 계급 높은 간부가 신경질적으로 다시 군장 들고 행군하래서 이게 뭔가 싶었음.군장 들었다가 놨다 하는 것도 행군하는 것만큼 힘들었음.

* 부상자, 군장 포기자(단독군장으로 전환하는 사람) 속속 발생. 나도 포기하고 싶었는데 그 생각이 든 순간 앞서 가던 어떤 선임이 주저앉았고, 그때 내가 따라서 포기하면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열외할 것 같아서 좀더 가다가 잠시 멈춰야겠다고 생각함.

* 오르막에, 군장이 무겁다보니 점점 앞사람 따라가기가 힘들었음. 아예 포기하지는 말자는 생각으로, 나는 걷기는 하되, 옆으로 빠져서 천천히 걷고, 나중에 휴식할 때 원 대열에 합류하기로 함.

* 다행히 어떤 종교 시설 앞에서 휴식하라는 지시가 떨어져서 다시 대열에 합류함. 군장 깔고 그걸 쿠션삼아 반은 앉은 자세, 반은 누운 자세로 쉼. 의외로 부상자가 몇 명 됐음.

* 간부들이 너무 무리한 행군이라 판단했는지 주둔지 복귀를 결정. 이제 살았다는 생각. 그냥 거기 누워서 시원하게 자고 싶단 생각. 신 상병님 왈, '지금 누가 날 옆에 강물에 던져도 아무 저항 못하고 떠내려갈 것 같다'했는데 내가 몇 분 전에 했던 생각이랑 똑같아서 신기했다.

* 버스에 군장, 사람 꽉 채워서 복귀 : 사고 나도 안 죽겠다. 군장이 에어백 역할을 해서? ㅋ 군장이 시야를 가려서 앞도 안 보이고 옆도 안 보였다.

* 행군 실패했지만 우리 수준을 알 수 있었고 체력단련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 그래도 보호의, 침낭, 텐트 다 넣고 기본 군장 품목 다 싸고 FM대로 행군한 거라 그 정도 간 거면 선방한 듯. 총 시간 3시간(휴식 시간 포함) 행군거리 14km. 고생했고, 힘들었다. 큰 훈련 다 끝났으니 푹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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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병 일기 12 - 꼬치꼬치 따지는 건 보기 안 좋다 / 생각하고 말하기

<2015.7.1.화>
(꼬치꼬치 따지는 건 보기 안 좋다)

* 쓸데 없는 논쟁 왜 하나. 남 무시 말자. 타산지석. 누구 하나만 맞는 건 없다. 상대 의견에서도 일리 있는 건 받아들여야.

* 가족들이랑 같이 있을 때 나도 그랬음. 양쪽 다 승리에 관심 많은 듯. ㅋㅋ 키배.

* 반성. 쓸데없이 따지는 건 안 좋아보임. 상대를 몰아세우려 하지 말자.






<2015.7.31.금>
(생각하고 말하기)

* 지뢰 지대 후 씻으라고 부대 복귀. 샤워는 하고 전투복은 하계가 얇기도 하고 이미 더러워진 거라 그냥 그대로 입기로 함.

* 다목적실 전체 집합하고 있는데 선임 한 명이 옷 안 갈아입은 사람 찾길래 혼자 손 들음.

* 다른 전투복 없었냐길래 별 생각 없이, 어차피 입기로 결정한거고 지금 와서 갈아입을 수도 없다고 생각해서 있었다 함(근데 나중에 다시 보니 갖고 있는 게 없었음. 다 세탁했고, 하나는 숙영지에 있어서. 그것도 상의만 군장 맨 밑에) 그랬더니 냄새 나겠다는 둥, 같은 텐트 사람들 고생하겠다는 둥, 공개적으로 망신을 줌.

* 자기 재밌으려고 그러는 것도 같아서 기분 나빴음. 대답을 대충 한 게 후회됐음. 다음부터 급하게 대답 말고 천천히 생각해서 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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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24일 금요일

토목 스크랩 - 철마는 꿈꾸고 있다, 잊혀진 대륙의 꿈을…

교통분야


원문 링크

http://kookbang.dema.mil.kr/kookbangWeb/view.do?ntt_writ_date=20150724&parent_no=10&bbs_id=BBSMSTR_000000000138


내용 정리

  1. 남북철도 연결 시 동북아 안정에 기여할 것
    1. 독일 통일에 중요한 역할을 한 교통 연결
    2. 한반도 종단 철도(TKR)가 대륙 철도와 연결되면 북한은 개혁, 개방 기조에 동참하게 될 것
    3. 동북아 경제협력의 최대걸림돌인 남북간 긴장을 해소
  2. 경제적 효과
  3. 해운 및 항공으로만 가능했던 화물운송이 철도를 중심으로 한 육상 교통으로도 연계
    1. 남북 물류 비용 절감
    2. 운송시간 단축
      1. 부산에서 모스크바: 해운으로 30일, 철도로 14일



토목 스크랩 - 여름 불청객 피할 순 없지만 피해는 막는다(태풍)

수문학 분야

원문 링크


내용 정리


  1. 우리 나라 태풍: 7-10월 자주 발생
  2. 태풍 루사
    1. 2002년 발생
    2. 재산 피해 5조여 원
    3. 강릉지방 하루에만 약 870mm(연평균 강수량 절반 넘는 양)
  3. 국지성 집중호우
    1. 한반도 여름 기후에서 아열대성으로 변하며 발생
    2. 우면산 산사태
      1. 2011년 7월 27일 발생
      2. 시간당 133mm
      3. 16명 사망
    3. 산사태의 직접적 원인
      1. 10분당 10mm 이상: 위험
      2. 10분당 15mm 이상: 극히 위험
      3. 우리나라 산지 흙은 포화된 상태에서도 10분당 5mm, 시간당 30mm의 비는 흙속으로 침투시킴
      4. 시간당 30mm 이상 폭우 시 땅 위로 물이 흐르는데 처음엔 맑은 물이 흐르나 호우 계속 시 흙을 파내는 세굴 시작. 흙탕물이 흐르면 산비탈 무너질 가능성 점차 커짐.
    4. 사면 높이의 약 4배 길이 = 토사 유실 거리

2015년 7월 1일 수요일

일병 일기 11 - 동원 준비 / 예비군이라고 다 이상하겠나 / 독후감, 3감사는 포상 목적으로 하지 말자

<2015.6.29.월>
(동원 준비)

* 생활관 이사, 정리
* 3소대장님 환송식 준비, 정리
* 동원 물자 준비(군장, 모포, 주기, 총기 : 병기고 → 4층 3중대) 리어카 언덕 밀며 달리기
* 간부 휴게실 준비 : 책상, 소파 밀착, 늄 침대 6개, 구막사 매트리스, 우의로 벽 가림, 바닥 청소.






<2015.6.30.화>
(예비군이라고 다 이상하겠나)

* 예비군에 정말 이상한 사람이 많을까? 아닐 것 같음. "미꾸라지 한 마리 온 개천 흐린다" → 그래서 안 좋은 소문이?

* 예비군이 의외로 대부분 다 와서 약간 긴장됨(4:5) 서로 아는 사람들은 아니겠지?

* 머리카락 길고 구형 전투복. 별로 긴장한 모습은 X. 왜 오히려 우리가 긴장하고 있는건지 사람 심리라는 게 참 이상하다. 제발 정상인들만 있으면 좋겠다 ㅠㅠ

* 약간 불쌍하다는 느낌도 든다. 군장, 장구류 다 구형인데 우리는 신형 쓰고.(구형이라는 게 WW2 때 군장같음) 우리는 살던 데서 훈련받지만 저 사람들은 아니라 불편할 듯. 

* 다행히 나쁜 사람 X. 다들 아저씨나 형 같다.





<2015.7.1.수>
(독후감, 3감사는 포상 목적으로 하지 말자)

* 군대 관련 내용 써야 포상. 억지로 끼워맞춰서 하기는 싫으니 쓰는 것 중에 군대 관련 내용 나올만 하면 올리고 아니면 그냥 blog만. 가식적으로 억지로는 하지 말자. 포상 목적 X. 포상은 덤이라는 생각으로 하기.

2015년 6월 24일 수요일

토목 스크랩 - 미래 교통기술 어디까지 왔나 / 수돗물 맛 더 나아진다...맛·냄새 자동 분석시스템 개발

2015.06.24 국방일보

교통, 상하수도 분야

원문 기사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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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속 100㎞ 이상으로 주행하는 차량도 무정차로 요금 납부를 할 수 있게 한 차세대 하이패스 시스템 ‘스마트 톨링’ 기술 - 기존 하이패스는 시속 100km/h 이상은 안됐나보다. 이게 상용화되면 톨게이트 안 지어도 되고, 주요 고속도로 진입로의 병목현상이 사라질 듯. 좀 높은 곳에 기계를 매달아도 요금 납부가 가능하다면.
  2.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평가받은 우리나라의 해수 담수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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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수도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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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수장에서 조류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
  2. 기존 분석시스템은 수동으로, 하루 1∼2회 분석에 야간 분석은 힘들었다. 새 시스템은 하루 30∼50회 물 성분을 실시간 자동 분석
  3. 경기 일대 정수장 중 한 곳
  4. 정수장이 좋아져도 상수관이 노후화되면 계속 맛, 냄새가 안 좋아질 것 같다.

2015년 6월 18일 목요일

일병 일기 10 - 내 보직은 청소병

● 여단장님 방문 설때문에 청소, 창고 정리. 내가 한 것 이외에 다른 병사가 한 일도 많을 것. 일단 내가 한 일만 적어보면,

퍼블릭 도메인


  * 우리 중대 화장실 청소 혼자 함. 생활관마다 청소 구역이 있는데 하필 화장실+그날 따라 생활관에 가용(경계근무나 일거리가 주어져 있지 않은 인원)이 나밖에 없었음. 혼자 하니까 쉽게 정신적으로 피로해지고 흥이 안 났다.

  * 월하물자 창고 박스 운반, 1층에서 4층으로 대대에 있는 모든 침낭 운반해서 쌓기. 이건 여러명이서. 계단으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자주 하니까 다리 아픔. 침낭 의외로 무거움. 스키파카도 한 스무개 있었는데 운반, 모자 결합, 옷걸이에 걸어서 널음.(일을 잘한다고 간부가 '사회에 있을 때 세탁소에서 일했었냐'고 함 ㅋ) 마지막까지 남아서 타 중대 간부 도왔는데 상점 달라고 할 걸 그랬음. 후회.

  * 대대 일반 쓰레기 수거장 정리. 일반 쓰레기 아닌 것 분리. 묶인 쓰레기봉투 풀어서 재분리. 더워서 냄새 심했음. 타 중대 쓰레기 중에 분리수거 안 된 게 있어서 짜증났음. 형광등을 화장실 휴지 잔뜩 모아둔 쓰레기 봉투에 넣고 묶어놔서 더럽고 냄새 났음.

  * 구막사 둘레 쓰레기 줍고 배수로 파내기. 별의 별게 다 나옴. 교보재 지뢰 휴즈, 기폭제, 옛날 장교 주기, 동기가 버린 이등병 때 주기. 쓰레기 주워야 하는 면적이 넓어서 귀찮고, 완벽하게 깨끗하게 한다는 건 불가능함.

  * 중대에 고장난 세탁기 세 대 1층으로 이동, 차량 적재. 실제로는 하나만 들었고, 손잡이 있어서 많이 힘들지 않았음.

  * 약간의 행정반 청소, 생활관 게시판 만들기.




● 밥값 톡톡히 함. 세상에 공짜는 없다.

● 점심 맛있고 양 많아 좋았음

● 5:30pm에 활동복 환복 지시. 밤에 불침번 있나 해서 저녁에 근무자 신고 있을까봐 계속 군복 있고 있으려 했는데 다행히 오랜만에 불침번 없어서 옷 갈아 입었음.

● 저녁 청소 시간에 화장실 청소 또 함. 타일 사이에 때 밀기(세탁 세제 이용), 조 일병이 막힌 변기 수압으로 두 개나 뚫음. 이럴 땐 쓸만 하군.

● 잘 때 드는 느낌 : 폭풍같이 일만 한 하루였다. 눕자마자 거의 바로 잠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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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17일 수요일

일병 일기 9 - 구석탱이에서 선임들 사이로

  선임들이 생활관을 바꾸자는 제안을 해왔다. 우리 생활관은 건물 한 구석에 있어서 선임이나 간부가 지나갈 일이 적어서 뭔가 규칙에 어긋나는 일을 해도 걸릴 일이 잘 없었는데, 그래서 '언젠가 선임들이 이 점을 노리고 바꾸자고 할 것이다'하고 예상은 하고 있었다. 바꾸려는 생활관은 패티김 생활관으로, 행정반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생활관이다. 생활관을 옮기면 선임, 간부의 눈에 더 자주 띄게 돼서 생활을 더 잘 해야하는 단점이 생기지만, 나에게는 장점이 많이 생겨서 난 이사에 찬성했다.

  첫 번째 장점은 책 읽거나 공부하러 가기 편하다는 점이다. 이게 가장 나에겐 매력적으로 작용했다. 행정반의 상담실이나 본부중대에 있는 도서관이 그동안은 상당히 멀어서 한번 갔다오기 시간이 애매할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게 돼서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 TV를 안 보기로 마음먹은 터라 더 잘 된 것이다. 내 동기들은 이제 날 신경쓰지 않고 TV를 볼 수 있으니 좋고, 나는 TV한번 보려고 눈치보지 않아도 돼서 서로 잘 됐다.

  두번째 장점은 선임, 간부의 눈에 많이 띄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몰래 뭘 해도 잘 안 들켜서 규칙을 대부분 따르는 편인 내쪽이 손해보는 것 같았는데, 앞으로는 더 많이 혼나게 될테니까 쭉 잘 한다면 반사 이익을 챙길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세번째 장점은 가용병력 부를 때 먼 거리를 뛰어갈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가용 불러서 뛰어갔더니 이미 선임들이 필요 인원을 다 채워놔서 허탕치고 생활관으로 돌아간 일이 많았는데 이제는 당당히 일 도와주러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자꾸 이렇게 눈도장 찍다보면 이미지 관리에 도움이 많이 될 거라 예상한다.

  그 외에도 PX랑 가까운 것, GPS바꾸기 편한 것, 일병 전화기가 가까운 것 등 자잘한 장점들이 많다. 물론 단점들도 있지만 그런 건 그냥 크게 불편한 건 아닌 것 같다.

  생활관 바꾸는데 모두 동의한 후 중대장님께 대표병들이 찾아가 바꾸기로 한 사실을 알렸다. 처음에 중대장님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선임들이 압력을 넣은 게 아니냐'고 하며 선임들에게 바꾸는 이유를 묻기 시작했다. 선임들이 대답을 했지만 중대장님은 여전히 못 믿으셨고, 그러다 생활관 이사가 무산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내가 나섰다. 진짜 이 일기에 쓴 내용을 포함, 온갖 자잘한 이유까지 다 대고 단점까지도 긍정적으로 포장해서 바꾸는 게 우리에게도 이익이라는 걸 쫀쫀하게 어필했다. 평소에 말이 잘 없어보이는 내가 결정적인 순간에 많이 도와줬으니 선임들이 약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정말로 생활관 바꾸는 걸 원하기도 했고. 중대장님은 결국 이사를 허락하셨고, 그렇게 생활관을 바꿔서 지금은 새로운 곳에서 살고 있다. 바꾸니까 사람 왕래도 많고 좋은 것 같다. 새 출발하는 기분이 몹시 상쾌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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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16일 화요일

일병 일기 8 - 총기 부품 실종 사건

  주간 사격이 끝나고 저녁에 총기손질을 했다. 나는 신교대에서, 총기 분해시 노리쇠 뭉치 안에 있는 톱니바퀴 달린 길쭉한 부품은 괜히 분해했다가 거기서 나오는 조그만 부품들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그 길쭉한 건 냅두라고 배워서 총기를 완전히 분해하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 작은 부품을 잃어버리는 일이 동기에게 일어났다.

  잃어버린 건 한 1cm밖에 안 되는 얇은 금속 핀이었는데, 그걸 잃어버린 동기가 주변을 기어다니면서 샅샅이 바닥까지 다 봤는데도 찾을 수 없었다. 그때까진 '그래도 끈기를 가지고 찾으면 마침내 찾지 않겠나'하고 그나마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곧 급박한 상황이 닥치게 되었다.

김 일병! 영창 가자!
(라이선스 : 퍼블릭 도메인)


  방송이 나오는데, 야간 사격하는 인원들은 필요한 걸 챙겨서 집합하라는 것이었다. 그 인원 중에 부품을 잃어버린 동기도 있었다! 우리는 약간 당황했고, 몸에 땀이 스멀스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너 영창가는 거 아니냐'는 둥, '사격 어떻게 할거냐, 큰일 났다'하는 얘기를 하면서 우리는 각자 닦던 총을 내버려두고 바닥을 기어다니면서 같이 그 핀을 찾으려고 애썼다.

  집합 시간이 임박해서도 우리는 그 핀을 못 찾아서 이 일병이 자기 부품을 빼서 그걸 대신 끼우고 나가라고 했다. 문제의 장본인은 연신 미안하다고 하면서 그걸 찾는 사람에게 PX에서 2만원어치 먹을 걸 사주겠다고 하고 나갔다. 그가 나가고 한참을 더 찾았는데 그걸 발견할 수가 없었다.

  찾기를 포기하려던 찰나, 이 일병이 김 일병(잃어버린 애) 근처 의자 위에서 그 핀을 발견했다. 나도 의자 위를 봤었는데 왜 그땐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찾은 것이다. 정말 다행이었다. 십년감수가 어떤 느낌인지 김 일병은 이 날 확실히 알았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이 일병은 몹시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김 일병을 한심한 놈 취급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총기는 함부로 세부 분해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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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병 일기 7 - 몰락한 사격 왕(?)의 귀환

  사격장 표적은 총알이 적중했을 때 자동으로 뒤로 넘어간다. 오전부터 사격을 시작해서 오후까지 하는데, 1, 2차 사격에 모두 합격하면 금요일에 추가로 사격하러 가지 않는다고 해서 추가 사격을 하지 않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총을 쐈다.

  첫 사격 결과는 지난번 했던 것과 똑같이 11발이었다. 1차 합격했다는 사실에 난 기분이 좋아졌다. 2차에 반드시 합격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다음 사격을 기다렸다. 한편으론 '사격 별로 어렵지 않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 긴장하지 말고 여유있게 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2차 결과는 실망스럽게도 7발이었다. 200m 표적을 하나도 못 맞췄는데, 표적이 뒤로 넘어가지 않을 때마다 좌절감이 들었고, 옆에서 황 하사님이 실망스럽다는 제스쳐를 취해서 더 기분이 상했다. '내가 약간 자만해서 급하게 쏜걸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씁쓸한 표정으로 사선에서 내려와 탄피를 반납했다. 1차보다 확실히 2차에 여유있게, 긴장하지 않고 쏜 느낌이 있었다. 사격을 끝내고 PRI 교장으로 가니까 선임들은 약간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고, 동기들은 1차 때 운이 좋았던 거라며 살짝 놀렸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내가 부사수를 해 줬던 타 중대 인원도 1차 합격자였는데, 나한테 와서 '표적이 안 넘어가지 않느냐'고 말하는 거였다. 나는 '너무 멀어서 맞췄는지 못 맞췄는지 분간이 안 간다'고 답했고, 그 병사가 자신도 2차 불합격인데 너무 터무니없이 명중률 차이가 나서 이상하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설마 '표적이 고장나는 경우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한번 다음 조들은 어떻게 되나 보기로 했다.

  한참을 PRI 하면서 기다리는데, 간부가 한 명 오더니 '표적이 고장난 곳이 좀 있어서 재사격을 한다'고 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 잘못으로 7발이 아니라서 참 다행이었고 '내가 그렇게 못 쏘지는 않지~'하는 생각도 들면서 기분이 나아졌다. 그렇게 다시 실시한 사격의 결과는 12발. 1발이 예전 기록보다 늘어서 너무 기분이 좋고 다시 사격한 보람이 있다고 느꼈다. 표적때문에 한번 몰락했다가 다시 부활하니까, 이 일기의 제목을 '몰락한 왕의 귀환'이라 지을만 하겠다. 금요일에 또 사격할 뻔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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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15일 월요일

일병 일기 6 - 선임에게 불똥 튀기지 말자 / 첫 후임이 왔는데 사실 내 코가 석자라서...

<2015.6.14.일>
(선임에게 불똥 튀기지 말자)

  오늘 다목적실에 모여서 상병된 지 얼마 안 된 군번 이하 전체가 혼났다. 나는 왜 갑자기 혼나는 건지 좀 얼떨떨했다. 내 생각에 난 큰 문제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내가 맡은 일을 하면서 산 것 같았기 때문이다.

  혼날 때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태도 문제로 모여서 혼나는 것 같았다. 대강 '짬이 안 차면 안 찬대로 행동하는 게 맞다'는 게 요지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동안 해당 내용에 어긋나는 사소한 규정 위반이 쌓이고 쌓이다가, 누군가 선임 뒷담화를 하다가 걸리면서 선임들이 '얘들 안 되겠다. 그동안 편하게 대해줬더니 우릴 만만하게 보는 것 같다'고 생각해서 한번 날 잡아서 털기로 한 것 같았다.

  어딜 가든지 입 조심이 중요한 것 같다. 얼마전에도 그것때문에 일기를 썼는데, 이번 기회에 더 확실히 함부로 말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한테 아직 문제가 많이 없더라도 앞으로 생길 수 있으니까 말이다. 또 사소하게 규칙 위반하는 것도 안 해야겠다. 자신만 혼날거라고 여태는 생각해왔는데, 한명 때문에 선임들이 혼나는 경우가 꼭 생기기 때문이다.







<2015.6.15.월>
(첫 후임이 왔는데 사실 내 코가 석자라서...)

  오늘 처음으로 후임병이 생겼다. 저녁무렵에 생활관에서 쉬고 있는데 신병이 왔고, 지금 행정반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호기심에 행정반에 살짝 가 봤다. 짐을 담은 의류대가 놓여있고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이름은 천○○이었다. 이름만 봤을 땐 약간 드셀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후임인데 그러면 어떡하지'하는 걱정을 하면서 생활관으로 돌아갔다.

  얼마동안 동기들과 잡담을 하고 있으니까 문이 열리며 이 일병이 신병의 의류대를 메고 신병을 데리고 들어왔다. 다행히 이름처럼 거칠 것 같은 애는 아니었다. 첫인상은 몹시 조용한 사람으로 보였다. 약간 멍한 것 같이 생겼는데, 세종대의 호사카 유지 교수 닮은 애였다. 실제로 성격이 몹시 조용해서 애들이 나랑 비슷하다고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도 선임들하고 있을 땐 되게 조용한데 선임들 눈에 저렇게 보이겠구나'하는 예상이 들었다. 왜 선임들한텐 동기들에게 하듯이 말장난도 하고 먼저 말도 걸고 하는 게 안 되는 걸까? 사실 선임이나 후임이나 똑같은 사람인데. 좀더 다가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

  한편으론 걱정도 됐다. 나보다 더 조용하고 특징이 없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동기들이 하는 말이, 걔가 책 읽는 걸 좋아한다고 하는데 그거야 진짜 좋아하는 사람은 몇 없고 대부분 사람들이 판타지, 로맨스, SF같은 재미를 위해 읽는 책을 보는 걸 독서라고 하니까 나랑 닮았다 하기엔 아직 섣부른 것 같았다. 그런 독서는 독서라기보다 오락에 가깝다.

  지금 걱정해서 뭐할까? 나중에 걔도 동기들이 들어오고 나면 괜찮아질 것이다. 후임이 들어오니 안 좋은 점도 생겼다. 동기들끼리 있다가 동기 아닌 사람이 같은 방에 있으니까 서로 불편한 것 같다. 약간 귀찮기도 하다. 아직 2주대기라 어딘가 가야할 때 전우조로 누군가 같이 가 줘야 하고, 군 생활 예절이나 규칙을 알려주는 것도 성가시다. 관물대, 침상 정리 방법도 알려줘야 했다. 이렇게 말하니 야박한데, 솔직히 안 귀찮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때그때 필요한 걸 알려줘서 빨리 독립할 정도가 됐으면 좋겠다.

  중대 대부분 인원이 사격하러 갔을 때는 천 이병 혼자 있었는데, 그땐 좀 심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크게 신경쓰이는 건 아니었다. 아직 친해질 일이 아예 없었으니까 당연한 거다. 경례를 그동안 선임한테 하기만 하다가 이제 받는 입장이 되니까 무척 어색했다. 군 생활이 길다고 해도 벌써 후임이 들어올 시기가 됐다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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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11일 목요일

일병 일기 5 - 너 자신을 알라 / 오랜만에 일하니까 좋다

<2015.6.11.목>
(너 자신을 알라)

  나의 현재 신분은 군인이고, 공병이다. 군대에 왔을 때 자기 계발할 시간이 의외로 좀 주어져서 책도 많이 읽고 일기도 쓰고 전공 공부도 했다. 그런데 오늘부터 병사들에게 요구되는 능력 수준이 높아진다는 공지를 들었다. 당연히 1신분이 공병이니까 그래야한다는 생각은 쭉 가지고 있었는데, 그 생각이 현실화되니까 좀 아쉬웠다.

  자기계발 할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전공 외에 내가 관심있는 것들을 공부할 시간이 줄어든다. 이렇게 되니까 책을 잔뜩 가지고 있어도 별 필요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솔직히 지금도 집에서 가져온 전공책들은 하나도 보지 않는다. 괜히 짐만 되니까 산업기사 수험서만 남기고 모두 돌려보내야겠다. 아...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시간은 적으니까 절제가 많이 필요한 것 같다.(아니다. 힘들게 받은 책들인데 일단 장기적으로 전역 전까지 꾸준히 본다는 생각으로 갖고 있어야겠다.)









(오랜만에 일하니까 좋다)

  2주정도 계속 경계만 서서 생활이 약간 단조로워지고 맨날 만나는 사수 선임만 줄곧 봐서 약간 심심했는데 드디어 오늘 가용 병력이 돼서 다른 선임들 여럿과 함께 땀흘려 일을 하게 됐다. 같이 일한다고 엄청나게 친해지는 건 아니지만 가끔 서로 물건 나르겠다고 다른 사람이 든 걸 뺏는 장난도 치고 하면서 약간은 가까워지는 것 같다.

  단순히 시키는 일만 하면 단조롭고 지루하겠지만 일하는 방법을 효율적인 걸로 하려고 궁리한다거나 내가 할 역할이 주어지지 않았어도 한가하게 멀뚱멀뚱 쳐다보지 않고 그 다음 필요한 단계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보면서 다같이 일사천리로 일을 해서 기분이 좋았다.

  가용 병력이 좋은 점이 가용을 불렀을 때 선임들과 같이 일하러 감으로써 눈도장도 찍고 말 한마디라도 더 하게 되는 점인 것 같다. 그리고 일머리를 좀 기를 수 있다는 것도 있다. 누군가 말하길, "일 열심히 하는 후임보다 일을 잘 하는 후임이 좋다(그렇다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 가치가 없다는 건 아님)"고 했는데 오늘 서로 의사소통도 하고 질문도 하고 아이디어도 내면서 빠릿빠릿 일처리를 잘 한 것 같아서 뿌듯하고 기뻤다. 이런 느낌을 계속 잘 살려서 나중에 사회에 나갔을 때 '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평을 들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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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5일 금요일

일병 일기 4 - 시간과 생각의 퇴소행군

행군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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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EPARTURE 


  유격 퇴소행군을 하게 됐다. 이날 유격 복귀한 인원도 있고 다른 일 하느라 지친 사람도 있어서 중대장님이 군장을 너무 무겁게 싸지 말라고 하셨다. 나는 그래도 얼마나 힘든지 호기심이 있었고 실전 상황에서는 어차피 완전군장을 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에 아직 못 받은 텐트와 지주핀을 제외한 모든 물품을 쌌다. 그러다가 잠시 집합해서 코스에 대해 설명을 들었는데, 오르막이 심한 부분이 있다고 해서 야전삽과 침낭은 뺐다. 체력이 아주 좋은 게 아닌데 괜히 많이 넣었다가 나 때문에 행군 속도가 느려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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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ARLY PERIOD


  처음 출발하고 나서 큰 도로를 따라 약간 가다가 벗어나서 도로 아래 통로를 지나 집들 몇 채가 모여있는 곳으로 갔다. 맨날 다니던 곳만 차로 다니다가 걸어서 생판 모르는 곳을 지나가니까 왠지 여행하는 느낌이 들고 좋았다. 얼마간 마을 있는 데를 지나 계속 걸으니 점점 도로가 산속으로 이어져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때까지는 힘들지 않아서 주변 경관을 구경하고, 도로나 댐, 지형같은 것들을 관찰하면서 갔다.

대강 이런 풍경이었음
https://farm9.staticflickr.com/8380/8516402570_87e7a0d177_b_d.jpg (CC BY-SA 2.0)


  행군 코스를 따라갈수록 주변 풍경이 점점 더 멋있어졌다.  우리 행군 대열은 크고 작은 산들에 둘러싸여 마치 우리가 열을 만들어 지나가는 작은 개미떼처럼 느껴졌고, 적막 강산 속에서 인간들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스스로 생각하게 됐다. 숲이 참 울창하고 아름다웠다. 세모꼴로 일관성있는 모양으로 생긴 침엽수림이 넓은 면적에 빼곡히 메꿔져 있는 것이 마치 러시아나 유럽의 숲 모습같기도 하고,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숲같기도 했다. 내가 여태 강원도에 있었지만 이번이야말로 진짜 강원도스러운 분위기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삼림이 아름답고 웅장했다. 특히 사람이 거의 없어서 고요하고 적막해서 더욱 자연의 거대함이 느껴졌던 것 같다. 가다가 어떤 부대 주둔지를 봤는데, 넓은 지역에 걸쳐 있는데도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아서 신기했다. 그곳의 시설이 지은지 얼마 안 된 것처럼 보이고, 산 위에 민간 거주지나 상업지역도 없이 달랑 혼자 있어서 마치 영화속에 나오는 비밀기지같은 느낌이 들었다. 거기서 군복무하는 사람들은 좀 외롭거나 심심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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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LOPES


  몇번 오르락 내리락 가벼운 경사지역을 통과하고 나니까 선임들이 이 행군 코스 중 가장 어렵다고 하는, 오르막이 연속으로 있는 곳에 다다랐다. 그 구간 직전에 근처 공터에서 잠깐 쉬고 다시 행군을 시작했는데 미칠듯이 힘든 건 아니어도 지속적으로 힘든 건 있었다. 신교대가 백두산 신병교육대였는데 그때의 행군 코스에 비하면 경사가 심한 건 아니었다. 백두산 신교대에서 이미 단련돼서 그런 것도 있고, 자대 와서 체력단련을 꾸준히 해서 그런지 아예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정도의 힘든 길은 아니라고 느꼈다. 속으로 힘들때마다 '신교대때의 난코스도 통과한 내가 이 정도에 포기할 수는 없지'하기도 하고, '한번 백두인은 영원한 백두인'이라는 약간은 촌스럽지만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신교대 부심(?)을 떠올리며 꿋꿋이 버텼다.(참... 그게 뭐라고, 지금 생각하면 쪽팔리면서도 쓸모있었던 구호라고 느껴진다) 또 유격 때 교관이 했던 말도 떠올랐다. '싸움은 대개 안 좋은 것인 경우가 많지만 딱 한 가지 좋은 싸움이 있다. 바로 자신과의 싸움이다.' 맞는 말인 것 같다.(지금 써놓고 보니 오글거리는데 그 상황을 이겨낼 힘을 주는 유용함이 있었으니 오글거린다 해도 상관없다)

  오르막을 계속 올라가니까 군장때문에 어깨가 아팠다. 보급받은 군장의 가방끈이 군장용 끈이 아니라 X반도라서 목 주위와 어깨를 짓눌렀기 때문이다. 땀도 많이 나서 전투복 상의 앞주머니에 넣어뒀던 수첩과 임무카드가 눅눅해지기도 했다. 머리에도 땀이 나서 방탄헬멧 안쪽에 물이 잔뜩 고이고 그게 모였다가 헬멧의 챙 부분을 타고 자꾸 안경 렌즈로 떨어져 시야를 가렸다. 그래서 나중엔 땀을 닦으려고 가져갔던 손수건을 정사각형 모양으로 접은 다음, 정수리 위에 올리고 그 위에 헬멧을 썼다. 그렇게 하자 땀이 시야를 가리는 일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대신 휴식시간에 방탄헬멧을 벗어서 보면 손수건이 축축하게 포화상태가 되어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오르막 코스는 상당히 길게 느껴졌다. 코스가 굽이치는 부분이 있는데 그때마다 다음 길이 오르막인지 내리막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나무들이 커브길을 가렸기 때문이다. 앞이 안 보이고 예전에 와본 길도 아니다보니까, 올라가면서 '부디 커브를 지나면 평지거나 내리막이었으면...'하고 바라게 되었다. '이번만 지나면 내리막길이다... 계속 오르막일 리가 없어...'하면서 희망적인 생각을 계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오르막은 계속 나왔다. 도로를 설계한 사람이 야속했다. 요즘 차가 좋다고 아예 오르막만 만든걸까? 설계하다가 귀찮아서 곡선으로 서서히 올라가는 길 말고 그냥 쭉 이어버린걸까? 한참을 올라가기만 하니까 생각하고 기대하는 데 쓰는 에너지도 아까워서 무념무상 내 발만 쳐다보면서 산을 올랐다. 오르막이 얼마나 남았는지 보지 않기 위해서기도 했다. 경계근무 할 때 시계를 안 보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공부할 때도 이렇게 하면 집중, 몰입하는데 도움이 많이 될 거란 생각도 들었다. 진도가 얼마나 남았는지 보는 것과 얼마나 공부했는지 보는 행동이 종종 공부를 지루하게 만드니까.

  힘든 상황에 처하니까 동기들 생각도 났다. 분대끼리 행군해서 다 뿔뿔이 흩어진 것이다. '다들 어디 있을까, 잘 따라오고 있겠지'하는 생각이 가끔 났다. 휴식을 취할 때 동기들 모습이 간혹 보였다. 허 일병은 담배를 가져왔는데 선임들한테 많이 뜯겼다.(나중에 선임들이 갚았던가 그랬다) 허 일병이 면회 외박 갔다온지 얼마 안 돼서 담배를 좀 가지고 있었던 반면, 유격 기간동안 PX가 안 열려서 대부분의 선임들은 담배가 떨어져 있었는데 그때 마침 허 일병이 담배를 꺼냈다가 봉변을 당한 것이다. 그 허망한 표정을 바라보는 것이 비흡연자인 나로서는 아주 재미있었다. ㅋ 그 외에도 이 일병이 '허니버터 아몬드'라는 허니버터칩 비슷한 물건을 가져왔는데, 역시 순식간에 그 아몬드가 멸종되어버렸다. 어떤 선임이 "그거 혹시 행군하느라 전부 지쳐있는데 몰래 한 두개씩 먹으려고 가져온건 아니지? 분명 나눠먹으려고 가져왔을거야~"하고 우스갯소리를 하면서 이 일병이 허니버터 아몬드를 봉지째 갖고 있다는 사실을 중대 전체에 어필해서 이 일병의 퇴로를 차단했고, 그 바람에 모두가 히죽거리면서 즐겁게 이 일병의 소중하고 구하기 힘들다는 허니버터아몬드를 나누어 먹었다.

  휴식을 하고 나면 땀이 식고 증발하면서 추워졌다. 너무 힘든 코스가 아니라면 한번정도 덜 쉬어도 됐을 것 같았는데 나보다 체력이 안 좋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이해할 수 있었다.


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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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TS 

뭐... 그렇다고 방독면까지 썼던 건 아니고...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thumb/d/d1/Battalion_march_with_gas_mask.jpg/1280px-Battalion_march_with_gas_mask.jpg (퍼블릭 도메인)


  오르막 난코스가 끝나자 이후로는 비교적 평탄한 길이 펼쳐졌다. 이제 경사가 아닌, 거리와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저녁 먹을 시간이 돼서 길에서 벗어나 공터에 열을 맞춰 군장을 내리고 앉았다. 밥은 부대에 남아있던 환자들과 5대기 인원들이 만들어 온 것 같았다. 봉지에 싸인 주먹밥과 생수 작은 것 한병씩이 지급됐다. 배가 몹시 고팠는데 주먹밥 덩어리가 상당히 크게 만들어져 있어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적당히 양념도 되어 있어서 맛도 있었다. 평상시라면 밥 먹을 때 물은 잘 안 마시는데 이날은 이상하게 물을 동시에 들이켜면서 주먹밥을 먹었다. 다 먹고 나니 가다가 토하는 게 아닐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다행히 위장이 제 역할을 잘 해주어서 처음에만 트림이 나고 나중엔 괜찮아졌다.

  저녁식사가 끝나고 계속 행군을 했다. 도로는 끝도 없이 이어지는데 주변에 민가 하나 없고 그렇다고 논밭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숲만 잔뜩 우거져 있거나 사람 흔적 거의 없는 풀밭이나 공터만 나와서 도대체 이 길고, 넓은 면적의 지역을 통과하는 포장도로가 뭐와 뭐를 연결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아무것도 없고 오직 강원도의 삼림 속에 개미떼처럼 걸어가는 우리만 있었다. 우주여행을 한다면 이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별과 별 사이의 거리는 엄청 먼데 한쪽에서 다른쪽으로 갈 때 엄청나게 넓은 공간에 아무것도 없고 오로지 멋진 우주배경만 보이니까 왠지 비슷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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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IGHT MARCH 



  행군을 오래 하다보니 밤이 됐다. 처음엔 별로 안 어두워서 대부분의 지형지물이 보였는데 시간이 더 되니까 숲속에 누군가 매복해있다면 절대 모를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 어두웠다. 행군 후반부엔 드문드문 집들이 보이고, 밭이 있다던지 사람 사는 흔적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방은 계속 쥐죽은 듯 조용했고(이 중사님의 핸드폰 노랫소리, 다른 병사들이 흥얼거리며 부르는 노랫소리를 제외하면) 그래서 불꺼진 집들을 지나갈 때마다 '저기서 하루 일과를 마친 사람들이 편하게 누워서 쉬고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평화로운 분위기를 느꼈다. 완전히 날이 깜깜해졌을 때는 가로등이 드문드문 켜 있고 다른 빛이라고는 가끔 지나가는 차의 전조등이나, 간부들이 들고 있는 경광봉 빛 같은 게 전부였는데, 이때 보이는 어떤 집들은 귀신 나오는 집처럼 으으스해 보였다. 만화캐릭터 조각상들이 큼지막히 몇 개 마당에 있는 집이 있었는데, 낮에 봤으면 괜찮게 보였겠지만 밤에 보니 괴기스럽게 보였다. 혼자 그 길을 갔다면 조각상들이 깨어나서 뒤쫓아올 것 같은 느낌이었다. 외국 게임중에 프레디의 뭐시긴가 있는데 그 게임에서 나오는 이상하게 생긴 동물 인형 탈들이 떠올랐다.

  어떤 농장을 지나갈 때는 왠지 전쟁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밭이 넓게 계단식으로 펼쳐져 있고, 사이사이 하얀 가로등 빛과 취수탑 물탱크 같은 게 드문드문 있었는데, 우리는 밤에 몰래 행군을 하고 있고, 가로등불은 감시초소의 불빛같이 보였기 때문이다.

  밤에 간부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던 것 중 하나가 차량이 지나갈만한 도로와 교차로에서 경광봉을 들고 도로를 통제해준 점이다. 사실 맨 처음 출발할 때 경광봉을 든 간부들은 완전군장 하지 않은 걸 보고 '저 사람들은 너무 편하게 가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만일 그 간부들이 완전군장을 하고 차량통제를 했다면 피로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질수도 있고, 병사들 인솔을 잘못해서 사고가 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사들도, 간부들도 저마다 각자의 역할이 있는거고 그걸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다. 하루전에 썼던 일기와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괜히 부러워하지 말고 내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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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RIVAL 



  이제 행군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계속 낯선 풍경만 봐오다가 저 멀리 부대 주둔지의 불빛이 보이고, 근처의 모습은 탄약고 경계근무 설 때 멀리 보면 보이던 밭의 모습이었다. 부대에 다 와간다는 것을 깨닫자 너무 반갑고 포근하게 느껴졌다. 가출했다가 집에 돌아가는 기분도 들고 도착해서 따뜻한 물에 샤워한다음 다리 쭉 뻗고 침대 위에 누워 쉴 생각을 하니 아주 설렜다.
  
  위병소를 통과하니까 몇몇 병사, 간부들이 마중을 나와 환영해주는 게 보였다. 책상을 몇 개 들고 나와서 그 위에 막걸리를 종이컵에 따라 놓았고, 복귀하는 인원들은 한잔씩 집어들고 마시면서 그동안 힘들어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의 막걸리 맛은 잊을 수가 없다. 처음엔 너무 지쳐서 막걸리인 줄 모르고 밀키스인줄 알았다. 시원하고 아주 달달한데다가 살짝 탄산기가 있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건 탄산이 아니라 알콜기였다. 어찌됐든 그 상황에선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다. 뭐든 시원하고 달달하고 액체이기만 하면 만족스럽게 마실 수 있었다. 일부러 아껴서 한모금씩 마시고 중대 인원들 중 거의 마지막으로 집합장소인 연병장으로 갔다.

  잠시 집합해서 인원체크하고 중대 다목적실에 가니까 포도주스 캔 음료와 컵라면이 제공됐다. 난 더운 건 먹고 싶지 않아 포도주스만 챙겼다. 행군할 때 포도주스가 계속 생각나서 입맛을 다셨는데 우연히 그걸 줘서 너무 기뻤다. 그걸 마시고 나서도 거의 600mL정도 남은 수통 물을 벌컥벌컥 다 마셔버렸다. 유격이나 행군 이후에는 아무리 물배를 채워도 행복하고, 물이야말로 최고의 음료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해산하고 그동안 잘 못 봤던 동기들의 얼굴을 보니까 무척 반갑고 좋았다. 같이 고생하면서 행군했을 것을 떠올리니까 더 그랬다. 다들 몰골이 말이 아니고 거지꼴로 거북이 등딱지같이 군장을 멘 모습이 볼만했다. 생활관에 가서 군장을 풀고 짐 정리를 하는데 대대 목욕탕이 열렸다는 얘기를 들었다. 틀림없이 목욕탕에 사람이 왕창 모일거라고 생각했다. 나와 동기들은 그냥 귀찮으니까 대대 목욕탕 가지 말고 중대에서 씻고 빨리 자는 쪽을 택하기로 했다. 명절에 고속도로가 막히니까 국도로 가는 것처럼, 대대 목욕탕에 사람이 몰린 틈을 타서 사람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대 샤워실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는 계획에 흡족해하며 중대 샤워실로 갔는데, 의외로 샤워실이 초만원이었다. 이대로라면 대대 목욕탕에 사람이 이미 가득 차서 중대에서 사람들이 씻는 걸거라고 예상하고 우리는 약간 실망해서 조금 이따가 씻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다시 생활관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게 귀찮고, 한번도 안 가본 대대 목욕탕 모습을 구경이라도 해보자고 생각하고 같이 아래로 내려갔다. 사람이 가득한지 아닌지는 확인해봐야 아는 거니까.

  정말 의외로, 대대 목욕탕에 있는 인원은 열 명에서 스무 명 사이밖에 안 됐다. 사람들 생각이 다들 비슷한 건지 대대 목욕탕에 온 사람들이 너무 없어서 신기했다. 아무튼 한적하게 씻을 수 있으니까 잘 됐다고 생각하고 재빨리 옷을 벗고 씻으러 갔다. 따뜻한 물을 틀어놓고 가만히 허공에 기대어 서서 눈만 감고 있어도 피로가 싹 풀리면서 행복감이 밀려왔다. 때와 함께 피로감도 같이 씻겨나가는 것 같았다.

  씻는 걸 끝내고 중대로 올라오는 계단에서 동기와 함께 "어깨가 피들스틱 관절같이 삐그덕거리는 것 같다"며 농담을 하면서 생활관으로 돌아왔다. 와서 바로 그 어깨에 파스를 바르고 자리에 누웠다. 금요일이었지만 TV연등따위는 원하지 않았다. 그정도로 피곤했고, 차라리 수면 연등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운 좋게도 다음날 기상 시간이 30분 늦춰졌다는 방송이 나와서 기분 좋게 잘 수 있었다. 유격 기간동안 힘든 체조도 하고, 경계도 마구 들어가고, 행군도 했던 스스로가 대견스러웠고, 어떻게 이 짓을 다 버텼는지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필름이 끊기더니 더이상 기억이 나지 않게 됐다. 큰 훈련 하나를 마쳤다는 사실이 정말 든든하게 느껴진다. 아니 잠깐... 이 짓을 내년에 또 해야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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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병 일기 2 - 나방 학살


  새벽 다섯 시에 경계를 나갔다. 총기 안전검사를 마치고 탄약고에 도착해 고가초소에 올라가서 부사수 자리에 나방이 많은지 확인했다. 부사수 자리 바로 옆에 외등이 있어서 밤에 나방이 많이 모이기 때문에 아침에도 그런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숫자는 많았지만 야간에 비해 아주 잠잠했다. 밤에는 불빛 주위로 엄청나게 날아다니면서 '혹시라도 나방이 내 얼굴에 달려드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가지게 만드는데, 의외로 다섯시 쯤엔 나방들이 전부 초소 방충망, 벽, 바닥에 앉아있었다.

  몹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앉아있는 나방이 많아서 싫었고 그 나방들을 살려두면 개체수가 더 많아지고 계속 우리를 짜증나고 역겨운 감정이 들도록 만들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것들을 죽이고 싶었다. 에프킬라가 있었다면 간편한 방법으로 한꺼번에 나방을 없앨 수 있었을텐데, 아쉽게도 초소에는 그게 없었다. 그래서 난 바닥에 있는 나방은 군홧발로 밟아 죽이고, 벽에 붙은 건 대검을 눕혀서 납작한 부분으로 죽이는 걸 고민했다. 불안한 것은, 한마리씩 죽이다가 나방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갑자기 우르르 나한테 달려들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그래서 일단 무리에서 가장 떨어져있는 나방을 한 마리 꾹 밟아보았다.

  다행히 다른 나방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나는 밟은 나방을 확실히 죽이려고 발을 떼지 않고 바닥에 붙인 채 쭈욱 끌었다. 그렇게 하자, 발을 들었을 때 나방은 확실히 죽어서 으깨져 있었다. 나는 나방들이 거의 혼수상태급으로 자고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아무리 무리에서 가장 멀리있는 놈이라도 떨어진 거리가 정말 먼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약간 자신감이 붙은 나는 그 징그러운 커다란 까만 눈알과 북실북실한 털, 옛날 TV 안테나같은 더듬이의 모습을 자꾸 떠롤리지 않으려 애쓰면서, 한마리씩 차근차근 죽여 나갔다. 거의 다 죽였을 때는 마치 지저분한 방 청소를 조금 한 것처럼 만족감을 느꼈다.

  그렇게 나방을 죽이고 나서, 사수와 수다를 떨다가, 경계도 섰다가 하다보니 시간이 다 되어 교대를 하고 다시 부대로 돌아가게 되었다. 가는 도중 외등이 두개나 달려서 나방이 제일 많이 모이는 전봇대 옆을 지나가는데, 그곳 역시 한밤중에 비해 조용해지긴 했으나 나방이 잔뜩 있었다. 묘사하자면 전봇대에 하얀 버섯이 잔뜩 핀 것처럼 나방이 많이 붙어있었고, 전봇대 아래쪽 풀밭에도 나방이 잔뜩 모여있었다. 여기서 생물 교과서에서만 보던 나방의 보호색 효과를 느낄 수 있었는데, 의도한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흰 나방들이 토끼풀 군체 근처의 클로버 잎들 위에 있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곳에 나방이 아니라 토끼풀이 피어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전봇대에 앉은 나방들은 이런 느낌...
N. A. Naseer / www.nilgirimarten.com / naseerart@gmail.com [CC BY-SA 2.5 in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2.5/in/deed.en)], via Wikimedia Commons


풀 위에 앉은 나방은 이런 느낌...
By Matt Lavin from Bozeman, Montana, USA (Trifolium repens  Uploaded by Tim1357) [CC BY-SA 2.0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2.0)], via Wikimedia Commons



  오늘 보고 죽인 나방이 꽤 많은데 앞으로 남은 나방들이 더 커지면 어떻게 경계근무 때 감당할지 모르겠다. 방역차가 대대를 한번 돌면서 다 죽여주었으면 좋겠는데, 아쉽게도 우리한테 그런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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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4일 목요일

일병 일기 3 - 힘들다는 얘기는 조심해서...

  일반적으로 드는 생각이 짬(군복무 경력)이 어느정도 되면 일을 좀 덜 하고 쉬어도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아무리 선임이라도 후임들에게 좋은 선임으로 보이고 싶다면 할 건 해야하고, 그걸 힘들다고 함부로 다른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군대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느끼는 건데,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일이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나도 입대전엔 내 코가 석자라고, 내가 제일 힘들게 사는 줄 알았었고 불평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좀 생각해보니 내 생각은 틀린 것이었다. 누구나 귀찮고 피곤하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많다. 만약 이런, 모두가 자신이 힘들다고 여기는 상황에서 누군가 자기 일이 제일 힘들다고 티를 낸다면, 다들 자기 주관대로 생각하므로, 그걸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 있고 그것이 불화로 이어지거나 서로 뒷담화를 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오늘 그런 일이 있었다. 사람은 주관적이기 쉬우니까, 주변사람들의 기분이나 처지를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데, 그게 하필 더 힘든 일을 하는 후임병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것이다. 이게 그 선임의 고의적인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도 동기들끼리 있을 때 힘들다는 티를 낸 적이 있으니까 그 선임을 이해할 수 있다. 누차 말하지만 사람들은 자신만의 상황만 보기 쉬우니까. 앞으로 내가 그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다. 그러니까 이번 일을 통해서 교훈을 얻기로 했다. 아무 생각 없이 하는 행동이라도 누군가에겐 마음상하는 일이 될 수도 있으니까, 지금 내가 힘들어도 다른 사람들도 어딘가에서 집단을 위해 애쓰고 있을테고, 그걸 비교할만한 상황을 만드는 건 불화의 씨앗이 될 수도 있으니까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힘들다는 건 내가 결정하지 않는 게 좋은 것 같다. 남이 내가 열심히 하는 걸 보고 그걸 '힘든 일'이라고 인정해줄 때가 정말로 '할만큼 했다'고 받아들여질만한 상황이 되는 게 아닐까? 그리고 남이 쉬운 일을 한다고(소위 "꿀빤다"고 하는 것) 함부로 얘기하지도 말아야겠다. 그러기보다 '저 사람이 있어서 나한테 맡겨질 수도 있었던 일이 내가 하지 않아도 되게 됐구나'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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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3일 수요일

일병 일기 1 - 일병이 돼서 좋은 점 / 이미 유격 갔다와서 생활관 혼자 쓰는 줄 알았더니... / 나방 먹는 참새

2015.5.29.금
(일병이 돼서 좋은 점)

  일병 진급을 했다. 이등병때는 뭔가 잘못을 해도 약간 봐주는 듯한 쉴드가 있어서 좋은 것 같았는데 이젠 그런 게 없어지는 것 같아서 아쉽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다.

  물품이나 관물대, 신발장 주기(이름표)에 짝대기 하나 더 그리는 건데 뭐가 그리 좋던지. 꼭 게임하다가 레벨업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한 가지 더 좋은 점은 더이상 전화하러 아래층으로 안 내려가도 된다는 것이다. 이등병 전용 전화기는 아래층에 있어서 전화하려면 전우조로 같이 가야했는데 이젠 일병 전화기가 2층에 있으니까 하고 싶을 때 혼자 가도 되는 것이다. 그리고 KT 전화기만 써야 하다가 일반 공중전화를 쓸 수 있어서 102 보충대에서 입대할 때 엄마가 잡상인들에게 낚여서 산 LG U+ 전화카드를 써서 없앨 수 있게 됐다. 쓸데없는 물건을 좀더 줄일 수 있어서 좋다.








2015.6.1.월
(이미 유격 갔다와서 생활관 혼자 쓰는 줄 알았더니...)

  유격을 선발대, 후발대 나눠서 가는데 내가 쓰는 생활관에 나만 선발대라 이미 갔다왔고 나머지 동기들은 후발대라 이 날 유격을 가게 됐다. 그러면 일주일동안 나 혼자 생활관을 독점하게 되는 것이다.

  혼자 쓴다는 생각에 굉장히 신났다. 공부하고 싶을 때 TV끄고 조용히 공부하고, 독서하고 싶을 때 조용히 독서하고, 일기도 쓰고, TV도 내가 원하는 것만 골라 볼 수 있다! 최근에 <하우스 오브 카드>라는 미국 드라마를 재밌게 보고 있는데 그동안은 동기들과 취향이 달라서 자주 못 보다가 이젠 내 맘대로 정주행할 수 있게 됐다!

  ... 하고 좋아하고 있었는데 이날 아침에 집합을 하더니 선발대 인원들을 다 모아서 한 생활관에서 생활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망했다... 선임들이랑 써야한다니... TV는 개뿔... 유격 먼저 갔다와서 꿀 빨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선임들과 쓰는데다가 경계도 매일 들어가게 됐다. 좋다가 말았네... ㅠㅠ








2015.6.3.수
(나방 먹는 참새)

  우리 부대엔 나방이 많다. 나방이 나중에 크기가 커지면 주먹만해지기까지 한다. 그걸 '팅커벨'이라고 은어로 부른다. 털이 북실북실하고 눈도 징그럽고 까맣다. 그래서 나방이 싫은데 오늘 아침 경계를 서다가 재밌는 장면을 보았다.

  경계 초소에는 밤에 불을 많이 켜둬서 벌레가 많이 모인다. 그 다음 아침이 되면 대부분 벌레들은 어딘가 사라지고 나방만 수십마리 남아 조용히 벽이나 바닥에 붙어서 잔다. 그러다 좀 지나면, 참새 몇 마리가 날아와서 비몽사몽하고 있는 나방들을 낚아채가는 것이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방은 참 멍청하고 참새는 똘똘하다고 느꼈다. 나방은 밤새 파티를 즐기다가 아침에 뻗은 상태로, 되게 한심하게 인생을 보내는 것 같은 반면, 참새는 약삭빠르게 나방들이 잠드는 시간에 맞춰 큰 노력 들이지 않고도 먹잇감을 농락하다가 맛있게 식사를 한다니. 징그럽고 짜증나는 나방 수를 참새가 줄여주니 참새가 고맙다는 생각이 들고 기특했다. 그걸로 얼마나 줄겠냐마는 경계가 잠깐 심심해지던 차에 좋은 구경거리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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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29일 금요일

이등병 일기 16 - 사막 유격 훈련

  26일부터 3박 4일로 유격훈련을 했다. 처음 입소할 땐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간 거였는데 퇴소한 지금은 유격훈련이 얼마나 끔찍한 건지 깨닫게 됐다.

  진짜 죽기 일보 직전까지 유격체조, 얼차려를 받은 것 같다. 유격훈련장 연병장이 사막처럼 느껴졌다. 분명 우리나라에는 사막이 없지만, 거긴 우리나라가 아니었던건지 끔찍하게 덥고 모래먼지도 많고 건조했다.

아휴... 싫다 싫어...
(출처 : https://www.flickr.com/photos/kormnd/8716252374 , 대한민국 육군, 라이선스 : CC BY-SA 2.0)


  교관이 체조대형으로 벌렸다가 본대형으로 모았다가 하는 걸 엄청 많이 시키는데, '동작이 굼뜨다', '목소리가 작다'는 둥 온갖 구실을 대가면서 반복시키는 바람에 한번 움직일때마다 일어나는 모래먼지가 여러번 계속 일면서, 나중에는 입에 진흙이 씹힐 정도였다.

  체조도 얼마나 많이 했는지, 퇴소하고 하루가 지났는데도 온몸이 쑤시고 아픈데다가, 팔에는 멍도 여러군데 들었다. 멍든게 어디 부딫히거나 맞아서 생긴 게 아니고 오로지 체조만 하다가 생긴건데, 이때 처음으로 '아, 체조만 해도 멍이 들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유격체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다시 깨닫는 한편 신기하기까지 했다.

  내가 유격훈련할 때는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상태였다. 그래서 교관들도 그걸 인지하고 점심 이후에 바로 유격체조를 하지 않고 오침 시간을 주고 네 시부터 훈련을 계속 진행했다. 정말 너무 더워서 오침이 없었다면 거의 해골이 될뻔했다. 텐트에서 처음엔 잤는데, 텐트 색이 어두운 색이라 햇빛을 엄청나게 잘 흡수해서 자다 깨보면 온몸이 찝찝하게 땀이 났다. 나중엔 텐트에서 나와서 나무 그늘이 있는 언덕에 CS 전투복을 깔고 누워서 잤다. 확실히 같은 그늘이라도 나무 그늘이 훨씬 시원하고 바람도 많이 불었다.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지만 참 신기했다.


  유격 때는 물을 아껴서 먹었다. 출발 전에 미리 대대 정수기에서 수통을 가득 채워서 갔는데, 너무 갈증이 나고 더워서 한 모금씩만 먹다가 나중에 교육시간이 끝나고 남은 물을 왕창 들이켰다. 물을 다 마시고 나서 500mL짜리인지 생수가 한통씩(거의 하루에 한 병인가 간부님으로부터 받았다) 보급돼서 그걸 수통에 채우고 마시고, 그걸로 손 씻고, 수저 씻고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 실제로 전쟁이 나면 이런 식으로 힘들거란 생각이 들었다. 간혹 선임들이 물 좀 달라고 하는 때도 있어서 주기 싫었던 적도 있었다. 똑같이 보급 받아서 먹는건데 누구는 아껴 먹고, 누구는 다 먹고 또 얻어먹고 하면 아껴먹는 사람만 손해보는 게 아닌가. 다행히 훈련이 다 끝나갈 무렵엔 물이 꽤 남아서 충분하게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괜찮게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나중엔 대대장님도 오셔서 음료수를 왕창 갖다주고 가셔서 상황이 좀 나아졌다.

이러시면 안 되고 물을 아껴서 '드셔야' 됩니다...
(출처 : https://www.flickr.com/photos/kormnd/20014465416 ,대한민국 육군, 라이선스 : CC BY-SA 2.0)


  아무튼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았지만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힘든 점들이 이것들이다. 이외에 화장실이 푸세식인 것, 텐트 안에도 모래먼지가 많아서 잘 때 찝찝한 것, 불침번할 때 전투복으로 갈아입어야 했던 것, 온몸에 알이 배겨서 계단 오르내리기나 누워있다가 일어나는 것도 힘든 것, 너무 덥고 목말라서 따뜻하거나 뜨거운 음식은 거들떠보기도 싫어서 물배를 많이 채운 것, 군장에서 뭘 꺼냈다 넣었다 하기가 불편한 것(군장에 필요한 걸 넣으려면 정말 압축시켜서 넣어야했다)등이 있었다. 샤워 시간이 5분이라 짧은 것도 있었다. 유격을 내년에 또 해야하지만 일단 올해는 끝나서 너무 홀가분하다. 주말엔 물도 많이 마시고 잠도 실컷 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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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25일 월요일

이등병 일기 15 - TV는 동기들에게 양보하자 / 뻘줌한 게 싫다 / 내성적이라고 못 할건 없다

2015.5.23.토
(TV는 동기들에게 양보하자)

  휴일에 TV를 보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동기들이 좋아하는 게 너무 다르다. 처음엔 그게 마음에 안 들었다. 뭘 볼지 다수결로 정하니까 내가 보고 싶은 걸 볼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보고 싶은 걸 보겠다고 고집부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그 시간에 리모콘을 동기들에게 주고, 나는 다목적실에서 공부를 하는 게 훨씬 이득일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

  내가 사회에 있으면서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면서 시간을 보낼 때 부모님이 나를 보는 시선이 이런 거였을까? 지금 보니까 휴일에 TV만 보는 건 너무 시간 낭비인 것 같다. 공부나 독서를 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 앞으로도 이렇게 해야겠다.







2015.5.24.일
(뻘줌한 게 싫다)

  선임들과 친해지진 못하더라도 뻘줌한 상태로 같이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해야하는데 난 성격이 내성적이라서 먼저 다가가기가 힘들다. 분명 '먼저 다가가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잘 안 온다. '이 말을 지금 해도 될까? 이런걸 물어봐도 될까?' 등 머릿속에 생각이 많아지면서 망설이다가 결국 별말 안 하게 되는 것이다. 성격이 적극적으로 변해야 하는데 역시 쉽지가 않다. 이런식으로 가만히 있다가 이 날 아침 경계 때 한마디도 안 하는 불상사가 일어났으니.... 앞으로가 걱정이다. 되든 안 되든 아무거나 내질러봐야 하는걸까?








2015.5.25.월
(내성적이라고 못 할건 없다)

  어제 경계 첫 타임에 진짜 한 마디도 못하고 어색하게 시간만 보냈었는데, 두번째 타임부터는 좀 얼굴에 철판을 깔고 아무 얘기나 해보기로 했다. 정말 마음을 비우고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을 아무 망설임 없이 그냥 말하기 시작했더니, 그 다음부터는 서로 주고 받고 하면서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다.

  하고 보니 어렵지 않았다. 선임도 사람이었다. 이것저것 생각이 이어지는대로 대화를 나누다보니 가끔은 웃긴 얘기를 하다가 웃기도 하고, 좀 진지하게 인생 얘기도 하고 그랬다. 이렇게 얘기를 많이 하니까 아주 많은 걸 알 수 있어 좋았다. 선임의 평소 생각, 부대가 돌아가는 것, 부대 분위기, 병사간, 간부간, 병사-간부간 인간 관계, 다른 선임에 대한 것들, 내 동기에 대한 다른 시각의 의견 등 듣고 보니 신기한 것들이 많았다.

  경계 근무 시간은 조금만 노력하면 모르던 것들을 많이 알아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내성적이라고 아무 얘기 못하는 건 아니다. 예전에 EBS에서 한 성격 다큐에서처럼 내성적인 성격의 장점을 살려서 오히려 더 진중한 얘기도 할 수 있고, 가벼운 주제로도 갈 수 있고, 결국 가진 자원을 가지고 자기가 하기 나름인 것이다. 기왕 군대에 왔으니, 내 성격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극복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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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22일 금요일

이등병 일기 14 - 주특기 교육 끝 / 짐 없애기 / 적성과 흥미에 대한 오랜 고민

2015.5.22.금
(주특기 교육 끝)

  지뢰 종합평가를 보고 주특기 교육이 끝났다. 시험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짬짬이 야간 연등도 하고, 노는 시간에 공부도 해서 어느정도 지식을 쌓은 상태라서 빈칸 없이 모든 내용을 다 써냈다. 결과는 1등하지는 못했지만 상위권인 것 같았고 일단 더이상 지뢰, 폭파 공부를 빡세게는 안 해도 돼서 기뻤다.

  1등은 111대대인지에서 온 아저씨가 받았다. 조교가 말하길, 발표를 자주 적극적으로 한 게 크게 작용했다고 했다. 나도 좀 적극적인 성격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1등을 한 교육생은 여단장님으로부터 상장을 받는데, 포상휴가도 3박 4일인지 받는다. 난 포상을 목표로 공부한 건 아니고, 공병으로서 알아야 할 것을 배워간다는 것, 그리고 일일평가 통과하고 남는 시간에 내가 원래 하고 있던 공부를 하는 게 목표라서 미련은 없었다. 연등도 하고 노는 시간 줄여가면서 하려던 걸 했으니까 난 포상은 안 받아도 만족했다.






(짐 없애기)
  신교대에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부모님이 택배를 간혹 보내주시는데 별로 필요없는 물건을 좀 보내서 나는 짐에 잡다한 게 많다. 버릴까 생각해봤는데 언제 필요할지 모르고, 무엇보다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쓰지 않고 모아두거나, 어떻게든 쓸만한 상황 비슷하게라도 만들어서 꾸역꾸역 쓰고 있다.

  오늘 그 물품 중 두 가지를 거의 다 써가서 기분이 좋아서 이 일기를 쓴다. 두 가지는 핸드크림과 비타민이다. 핸드크림은 작은 샘플같은거였는데도 쓰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솔직히 유용할 때가 가끔은 있었다. 겨울에 일을 하다보면 손가락이 트고 갈라지는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그걸 써서 손을 보호했던 것이다. 비타민은 누나가 선물로 보내준 건데 그것 역시 쓸모있긴 했지만 필수적인 건 아니라서 내 짐이 많아보이게 하는데 한몫을 했다. 이렇게 쓰다보니, '별로 불필요한 건 아니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나는 내 짐이 좀 줄었으면 한다. 빨리빨리 다 써서 줄여야겠다. 짐이 계속 많은 상태면 관물대 정리가 힘들고, 훈련할 때도 힘들 것 같다.







(좋은 글 - 하버드의 생각수업)
  "아무리 풍부한 지식을 얻더라도 그것을 잊어버릴 수는 있다. 그러나 모든 지식을 잊어버린 뒤에도 신조나 가치관, '나라는 인물을 형성하는 축'만큼은 우리 내부에 반드시 남아있다."

-후쿠하라 마사히로





(적성과 흥미에 대한 오랜 고민)

  일이 적성에 안 맞는다는 건 핑계라고 봐야 한다. 누구나 일하거나 공부하는 건 힘들어한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쓸모 있는 일들은 대개 배우기 어려운 법이다. 그리고 흥미로운 일들은 종종 쓸모없는 일인 경우가 많다. 그런 것들은 다른 사람 몫으로 남겨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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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21일 목요일

이등병 일기 13 - 대학수업급 군대 공부 / 혼자인 게 좋다 / 니 지뢰 저깄네

2015.5.19.화
(대학수업급 군대 공부)

  지뢰에 대해 배우고 있는데 너무 외울게 많았다. 각각 지뢰를 설치, 해체하는 법과 특성, 제원을 알아야 했다. 제원은 뭐하러 외우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외워서 일일평가를 보긴 했다.

  시험은 거의 대학시험같은 느낌이었다. 간단하지만 서술형도 있어서이다. 정말 괴스러운 것은 일일평가 통과하려면 만점을 받아야 한다는 거다. 여기 온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부사관도 커트라인이 만점이라는 걸 듣고 놀란 눈치였다. 나중엔 조교도 너무 빡세다 생각했는지 사소한 걸 틀리는 건 감점만 하고 통과시켜줬다. 아무튼 이상한 것도 외우느라 고생이 많았던 것 같다.






2015.5.20.수
(혼자인 게 좋다)

  나랑 맞는 사람이 없으면 혼자 가도 좋다. 성격의 장점을 살리자. 각자 성격마다 잘 하는 일이 있다. 굳이 내가 힘든 부분에서 잘 하려고 너무 마음 쓰지 말자. 꼭 사람들 사이에서만 뭔가 얻을 필요 없다. 의존할 필요도 없다. 혼자 공부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도 많다. 알고보면 공부는 재밌다. 새로운 걸 알아가는 기쁨이 있다. 괜히 다른 사람한테 어설프게 친한 척하다가 별 소득없이 뻘줌한 상황이 되지 말자. 혼자 공부하는 게 같이 멍하니 TV보는 것보다 낫다.








2015.5.21.목
(니 지뢰 저깄네)

By 대한민국 국군 Republic of Korea Armed Forces (2014.5.9 육군 6공병여단 지뢰매설 Republic of Korea Army) [CC BY-SA 2.0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2.0)], via Wikimedia Commons


  영점사격장에서 지뢰 매설 실습을 했다. 야삽으로 땅을 팠는데 잔디 뿌리가 많아서 땅 파기가 힘들었다. 대전차지뢰는 크기가 커서 대인지뢰보다 땅을 더 많이 파야해서 그만큼 더 힘들었다. 무게도 엄청 무거운 건 아니지만 가벼운 것도 아니라서 매설이 좀더 곤란했다.

  힘들고 먼지도 많이 묻었지만 오랜만에 삽질도 하고 몸 쓰는 일을 해서 재미있었다. 난 이상하게 그런 게 마음에 든다. 어렸을 때부터 힘든 일 안 하고 편하게 펜대 굴리면서 커서 힘든 일을 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잘 된 것 같다. 앞으로 기회 될때마다 연습을 해서 숙련도를 많이 높여야겠다. 왜냐하면 오늘 내가 묻은 지뢰는 아무나 다 찾을 수 있을 정도로 티가 많이 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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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19일 화요일

이등병 일기 12 - 최선을 다하는 건 어렵다 / 취사병이 해주는 밥은 왜 맛이 없다고 할까 / 게임도 공부도... 세상에 공짜는 없다

2015.5.14.목
(최선을 다하는 건 어렵다)
  말이 쉽고 실천하기 어려운 게 이거같다. 좀 힘들면 '이 정도 했으면 최선을 다했지'하면서 낮잠을 자거나, 나중에 한다고 하고 자꾸 미루면서 자기 합리화를 하기 때문이다.

  오늘 일일평가는 주요 폭약들의 특성같은 걸 외우는 겨였다. 나는 요 며칠 사이 입에 염증이 나고 괜히 피곤해서 공부를 열심히 안 했다. 좀 무리하면 감기몸살이 걸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일평가에 떨어지고 나니까, 그게 그냥 핑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피곤하고 졸려도 '조금씩이라도 할걸'하고 후회했다. 객관적으로 말해서, 공부 좀 더 한다고 죽는 일은 없는데 난 너무 몸을 사렸다.

  앞으로 게으름 나고 놀고 싶어질 때,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방향으로 살아야될지 자꾸 생각해서 부지런하게 살도록 해야겠다.







2015.5.18.월
(취사병이 해주는 밥은 왜 맛이 없다고 할까)
  나는 별로 입이 짧지 않아서 아무 음식이나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오늘 '정글의 법칙'을 보는데 뭘 먹는 장면을 많이 봤다. 대왕조개, 갑오징어, 생선 등을 노릇노릇 익혀서 통통한 살을 베어 먹는 장면을 많이 봤다. 생활관에 있는 사람 모두가 감탄하면서 입맛을 다셨다.

  보다보니 참 이상했다. 저런 정글에서 찔끔찔끔 먹는 게 맛은 있겠지만, 별로 양이 안 찰 것 같았는데, 거기서 먹는 음식은 부러워하고 군대 급식은 별로 맛 없다고 하는 게 그랬다. 군대 급식은 이 정도면 맛 있는 편이고, 양도 충분히 받을 수 있는데다가, TV에 나오는 재료들이 대부분 나와서 별로 부러워할 필요가 없는데도 이상하게 자꾸 TV에 나오는 게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환경이 사람을 만드는 게 이 경우도 마찬가지인걸까? 저 상황에 처하면 TV속 음식이 맛있게 느껴지겠지만, 지금은 굳이 부러워할 필요가 없었다. 매일매일 밥을 해주는 취사병들에게 감사할 줄 알고, 급식의 질도 이정도면 만족할 줄 알아야 하겠다. 너무 당연하게 나오는 밥이라 소중함을 못 느낄 수 있지만, 자꾸 이걸 의식하도록 해야겠다.







2015.5.19.화
(게임도 공부도... 세상에 공짜는 없다)
  뭔가 배우는 건 정말 오래 걸리는 일이다. 게임도 똑같다. 시간이나 돈을 투자해야 한다. 일과 시간이 끝나고 하스스톤 게임 경기를 보다가 한번 배워볼까 하다가 든 생각이다.

  게임을 배우는데 시간 투자하는 건 지금보니 아깝단 생각이 들었다. 이참에 게임을 줄이고 다른 쓸모있는 걸 배우는데 투자하자. 게임은 친구들끼리 할 때만 가끔 하는 정도면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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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11일 월요일

이등병 일기 11 - 먹던 과자 짬처리 / 연등 잡담 간략 메모 / 전입신병 집체교육 첫날

2015.5.2.토
(먹던 과자 짬처리)
  전날에 생활관에서 뭘 먹다 여러번 혼나서, TV 연등이 끝난 다음날에 남은 과자들을 아예 걸릴 꼬투리를 남기지 않기 위해 먹어치워버리기로 했다. 나와 허 이병이 과자를 먹고 싶은 의사가 있었기 때문에 여러차례에 걸쳐 주머니에 먹을 걸 담아서 다목적실까지 운반한 뒤 짬처리를 했다.

  나쵸와 초코파이 여러 개, 시리얼(연두색 플라스틱 통에 든 건데 이름이 기억 안 난다)을 가져가서 먹었다. 여유롭게 먹으면 맛도 있겠지만, 아침밥을 먹은 상태인데다가 곧 동아리 활동이 시작되는 시간이라 먹고 씻기도 해야 해서 서둘러 먹었고, 맛이 있다기보다 정말 말 그대로 '짬처리'하는 기분이었다. 이제 당분간은 PX가서 뭘 사먹는 일이 잘 없을 것 같다.







2015.5.8.토
(연등 잡담 간략 메모)
  구 상병님, 임 상병님과 야간 공부연등 시간에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함. 임 상병님과 같이 영어 원서를 읽다가 역사 얘기, 이승만 대통령 얘기를 했는데 당직부사관 하시던 구 상병님도 끼게 된 것. 이후 새벽 두 시 반부터 두시간동안(원래 한 시간 반인데 후번 불침번과 30분빵을 해서 져서 30분 더 함. 이 날 이 상병님이 감기에 걸린 상태였는데 내가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거라 죄송했음) 이 상병님과 휴가 때 여행 간 얘기, 선임들에 대한 얘기, 간부들 얘기, 전출이나 군 생활에 대한 얘기, 각자 장래에 대한 고민 얘기 등 많은 대화를 함.






2015.5.11.월
(전입신병 집체교육 첫날)
  오늘부터 2주간 전입신병 주특기 집체교육을 한다. 운좋게도 우리 대대가 교육대 역할도 하기 때문에 나는 그냥 짐을 싸서 같은 건물 4층으로 올라가기만 하면 됐다.

  짐을 싸서 올라갔고, 신고식을 하고 폭파 과목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처음엔 별로 재미가 없었다. 처음번 조교가 잘 못 가르치고 대충대충 넘어가고 부연설명 없이 거의 PPT자료를 읽는 정도만 했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교육을 한 조교는 설명을 잘 했다. 사례도 많이 들고 이유도 잘 이야기했다. 폭파 과목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만 했다.

  교육이 끝나고 실습 시간이 됐다. 실습은 도화선(?) 매듭 묶는 걸 했다. 바로매기, 소말뚝매기, 눕혀 통달아매기, 홀쳐매기 네 가지를 제한시간 내로 끝내는 것이 과제였다. 천천히 하는 건 쉬웠는데 빨리 하는 건 자꾸 줄이 꼬여서 어려웠고 평가를 볼 때 계속 불합격을 받았다. 나중엔 좀 짜증났는데 다행히 몇 시간 쉬고 저녁먹고 평가를 보라고 해서 기분이 나아진 상태로 볼 수 있었다.

  이번 주특기 교육에서 난 포상까지 바라지 않는다. 그냥 새로운 걸 할 줄 아는 정도까지만 배우고 내려갈 계획이다. 포기하지는 않고, 충분히 배우고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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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1일 금요일

이등병 일기 10 - 왜 생활관에서 뭘 먹으면 안 되는 거야

  우리는 나름 몰래 먹는다고 먹었다. 설마 선임이나 간부가 복도를 지나가면서 문에 난 조그만 유리창을 통해, 뒤돌아서 과자를 먹는 후임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걸렸고, 혼났다.

  처음 혼났을 때 우리는 음식을 그냥 버릴 수는 없고 걸리지 않게 먹자고 했다. 그런데 나중에 또 걸렸다. 이번엔 다른 선임들 몇명도 얘기를 듣고 생활관에 찾아와서 혼났다. 내 맏선임도 오셨고, 그래서 되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맏선임도 더 위의 선임도 나와 내 동기들이 생활관에서 음식물을 먹는다는 걸 알았을 것이 분명했다.

  그때부터 나와 내 동기들은 완전 찍혔을거라며 쫄아있었다. 약간 어이없기도 했다. 왜냐하면 생활관에서 왜 먹으면 안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겨우 과자 먹는다고 사람이 죽는 것도 아니고, 부스러기가 생긴다고 해도 매일 청소하는데, 이 정도도 안 되나 싶었다.

  나중에 물어봤을 때, 취식물 섭취 금지 사유는 예전에 생활관에서 뭘 먹어도 되던 시절, 라면같이 냄새가 많이 나고 국물을 흘리면 쉽게 지저분해지는 음식을 많이 먹어서 생활관이 더러워지고 냄새도 많이 나게 돼서 통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나서 어느정도 이해는 됐다. 그래도 살짝 억울한 점은, 라면이나 냉동식품도 아니고 겨우 과자나 초코파이같은 건데도 이 날처럼 콤보로 혼났다는 것이다. 또 나중에 알고 보니, 선임들 중 몇몇도 밤에 TV보면서 뭘 먹다가 걸렸다고 해서 약간 이 규칙이 이상한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그 얘기를 다음날 아침에 듣고 나니까, 우리만 걸린 줄 알고 쫄아있던 분위기가 한층 누그러졌다.)

  이날 이후로 나는 그냥 음식물은 생활관에 두지 않고, 있더라도 다목적실에 가서 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상한 규칙같지만 그걸 어겨서 털리는 건 싫으니까. 내가 나중에 선임이 되면 그냥 음식물 생활관에서 먹더라도 눈감아 줄거다. 대신 너무 지저분하게 먹으면 잡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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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29일 수요일

이등병 일기 9 - 다시 시작하는 피부관리

<다시 시작하는 피부 관리>
2015.4.29.수

  나는 피부가 별로 안 좋다. 중학교 때 관리 소홀로 그렇게 됐다. 고등학생 때는 관리를 많이 한 건 아니지만 폼클렌징과 로션을 꾸준히 쓰고 가끔씩 팩을 할 정도의 관리는 했다. 그러다가 대학교 입학 이후, 그런 제품들을 쓰는 게 귀찮고 별 효과도 없다고 느꼈고, 돈도 아깝다고 생각해서 그냥 비누로 씻었다. 또 남자한테 (무슨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하는 건) 그런건 사치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자대에 오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내 맏선임 중 한분이신 강 일병님께서 줄기차게 피부관리가 필요하며, 여러 제품들을 반드시 써야한다고 말씀하셔서 그런 것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내 생각이 바뀐 이유는 따로 있다. 그건 바로, 피부도 강해야 군생활도 잘 된다는 거다.

  군대에서 훈련할 때 간혹 위장크림을 쓰는데 이게 잘 안 지워진다. 나는 특히 모공이 넓어서 위장크림이 모공속으로 들어갔을 때 비누만으로 잘 안 지워지고, 여러번 비누를 다시 칠해서 얼굴을 문지르다 보면 피부가 따끔거리는 상황이 생긴다. 강 일병님이 나의 피부타입에 대해 분석해주셨고, 그 말이 일리가 있다고 느낀데다가 군대에 있을 때는 피부가 손상돼서 따끔거리거나, 모공이 더 넓어져서 위장크림 찌꺼기 등이 끼는 일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비누보다 자극이 덜하고 세정 능력은 더 좋은 폼클렌징을 다시 쓰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디테일한 것까지 알고 많은 화장품을 쓰는 건 내가 귀찮고, 낭비라고 생각해서 안 되겠지만, 어느정도, 훈련이나 군생활에 지장이 되지 않게 해주는 피부관리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군대에 와서 피부가 좋아져서 나간다면 이상하게 들리지만, 해서 크게 나쁠 것 없는 정도는 괜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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