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24일 화요일

훈련소 일기 11 - 헌혈유공장을 위한 첫걸음

  국방일보에 헌혈을 많이 해서 헌혈유공장을 받는 병사, 장교들이 종종 나온다. 그 사람들이 받은 헌혈 유공장 사진을 보니까 훈장, 뱃지, 리본 약장이 있었다. 사회에 있을 때 위키백과를 가끔 했고, 거기서 기여헌장 다는 재미를 알았기 때문에, 나도 헌혈을 많이 해보고 싶었다.

  마침 오늘 헌혈 차가 와서 희망자에 한해 헌혈을 할 수 있게 됐다. 나는 오늘이 처음 헌혈하는 거였다. 주변 동기들은 고등학교 때 해봤다는 사람이 많았다. 헌혈할 때 느낌이 어떤지, 피 뽑고 나서 느낌이 어떤지 등등 헌혈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다가 드디어 헌혈을 하러 갔다.

  헌혈 과정은 간단하긴 했지만 생각보다는 아니었다. 특정한 약을 먹은 사람은 할 수 없고, 특정 지역을 여행한 사람은 할 수 없는 등, 여러 가지 사항에 대해 조사하고, 어떤 문서도 작성해야 했다. 그 다음 주차장에 있는 헌혈 버스에 갔다.

  헌혈 버스 내부 구조는 일반 버스와 많이 달랐다. 먼저 좌석이 많이 없고, 책상과 침상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그 외에 혈액을 보관하는 커다란 박스, 혈압을 재고 문진을 하는 부스도 있었다. 그 부스에서 의사를 만나 혈압을 재고 몇 가지 사항에 대해 재차 확인을 하고, 부스에서 나와 버스 뒤쪽의 침대에 누워 헌혈을 했다.

  피를 뽑는 건 별로 아프지 않았다. 거의 아무 느낌이 안 나서 '제대로 피가 나가고 있는 거 맞나?'하면서 계속 상체를 일으켜 피 봉투(?)를 쳐다볼 정도였다. 다만 바늘을 꽂을 때는 느낌이 좋지 않았다. 아픈 건 아닌데 몸속에 차가운 금속이 혈관벽을 뚫고 들어오면서 기분이 이상해졌다. 헌혈이 시작되자, 누운 상태로 천장에 붙어 있는 헌혈 후 도움말을 보면서,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예쁜 간호사 분의 안내에 따라 피를 400mL나 뽑았다.

  피를 뽑고 나니까 기분이 더 나아졌다. 내 피가 누군가에게 가서 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준다는 생각을 하니까 뿌듯했다. 그리고 헌혈하면 초코파이 세 개와 포카리 스웨트 캔 하나, 상품교환권(여섯 가지 중 하나 선택 가능. 영화나 패스트푸드점, 화장품 등등 중에서 고를 수 있음. 난 롯데리아 버거세트 교환권을 받았다.)도 줬다. 초코파이를 세 개씩이나 주다니! 헌혈하는 사람이 많이 필요한 건지 지원을 많이 해주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수요가 공급에 비해 많으니까 헌혈유공장도 주고 하는 건가? 앞으로 헌혈 자주 해서 초코파이도 많이 먹고 헌혈유공장도 노려보자.(그러려면 건강관리를 잘 해서 약을 잘 안 먹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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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 일기 10 - 수료식 하면 뭔 재미로 살까 ㅋ

  다른 생활관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우리 생활관 1, 2분대는 분위기가 몹시 좋다. 웃기는 애들이 몇 명 있는데 걔들이 맨날 이상한 짓을 해서 군대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재민이, 바보형, 상욱이, 이렇게 주로 셋이서 웃기는 짓을 한다. 아니 걔들만 있다면 그래도 덜 웃길 것 같다. 그 세 명 외에도 호응해주는 다른 애들도 있으니까 좋은 분위기가 유지되는 것 같다.

  수료식해서 다들 뿔뿔이 흩어지고 나면 '앞으로 무슨 재미로 군 생활을 할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 멤버들이 좋다. 권호준, 박관용, 이진호, 임영훈, 김진홍, 조범근, 김재민, 박인혁, 김대영, 김상욱, 서왕범, 오성환, 김건우, 김명훈, 이종민, 최규성, 장중혁, 김진혁, 김인석. 이 이름들이 나중에 기억이 날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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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21일 토요일

훈련소 일기 9 -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어제 했던 구령 대회 포상으로 PX 이용을 허락받았다. 분대당 3만원 이내로 간식을 사 먹게 됐다. 우리 분대는 미리 이웃분대인 1분대와 나눠먹기로 해서 최대한 많이 3만원어치를 샀다.

  그런데 간식을 생활관에서가 아닌, 중대장실에서 먹게 하고 남는 간식은 못 가져가게 해버려서 우리 2분대 혼자 두 분대 분량의 과자를 먹어야 했다. 게다가 우리 훈련병들은 초콜릿이 몹시 궁한 상태라서 초콜릿이 들어간 과자를 꽤 많이 산 상태였다.

  처음 먹기 시작할 때는 의욕이 넘쳤다. 정말 '포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한 십분 쯤 지나자, 포상이 아니라 벌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너무 느끼하고 독하게 느껴졌다. 우리가 먹은 것들 중 가장 먹기 힘든 것들은 다이제, 자유시간(카라멜 든 것 말고 초코쿠키로 된 것), 리얼초코, 몽쉘 카카오였다. (가나초콜릿 큰 것도 있었다) 너무 독해서 토할 것 같았다. 음료수도 같이 마셨지만 역부족이었다. 괴로워서 남은 걸 버리고 싶었지만 너무 아까워서 모두들 끝까지 먹었다. 훈련 과정 중에 '위 단련 훈련도 있는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결국 꾸역꾸역 다 밀어넣고 중대장실을 나왔는데, 점심시간이 됐다며 점심 먹으러 가라는 게 아닌가... 춘천우유가 너무 그리웠다. 느끼해 죽겠는데 음료수가 탄산음료 두 병에 알로에 쥬스였다니. 배식할 때 양을 정말 조금 받아 먹었다. 급식 양을 줄여서 받을 수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 안 그러면 정말 토했을 지 모른다. 다음에 만약 PX갈 기회가 생긴다면, 과자는 적당히 사 먹어야겠다. 종교활동 가서 받는 몽쉘 두 개가 산더미같은 간식보다 더 낫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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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 일기 8 - 못생긴 방독면

  난 누구한테 "못 생겼다"는 말을 거의 안 한다. 다음주면 화생방 훈련을 하기 때문에 아침에 방독면을 닦기로 했다. 실제로 본 방독면은 정말 "못 생겼다."

  먼지로 뒤덮인 방독면 가방을 관물대 꼭대기에서 내리고, 가방 뚜껑의 단추를 열었다. 그 안에는 많이 낡아보이는 녹색 미역같은 게 들어있었다. 미역을 둘둘 풀어 헤치면 까만색 고무로 된, 멍멍이 얼굴같은 방독면이 나온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말 "우울하게 못 생겼다."

  커다란 유리로 된 렌즈 두개가 눈 부분을 가려주고, 입과 코를 막아주는 부분엔 왠 동그란... 뭐라고 해야할까 주방 가스렌지 있는 곳 천장에 달린 화재감지기 같은 까만게 달려 있다. 그 옆에는 조그만 수통 뚜껑같은 것이 있고, 그 반대편에는 제일 중요한 정화통이 달려있다. 그려보면 이렇게 생겼다.(그림은 나중에 추가하기로 함)



  미역은 떼내고 검은 고무 부분만 화장실로 가져가 물로 헹궜다.(물론 정화통 떼고) 방독면 안쪽은 몹시 더러웠다. 우리 기수보다 앞서 이 방독면을 썼던 사람들의 눈물 콧물이 묻어 있겠지. 이 못생긴 마스크가 우릴 못생기게 해주는 대신, 최루탄 가스를 막아준다니 그래도 고맙다. 화생방 훈련을 무사히 마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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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18일 수요일

훈련소 일기 7 - 구령스타 K 의외로 잘 됨

  설 연휴 셋째날, 구령 경연대회를 했다. 상위 세 개 분대는 PX이용, 하위 세 개 분대는 일요일에 배식계를 해야 한다. 우리 분대는 배식 순번이 와서 배식 한번 해봤는데, 양 조절을 못하고 배식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욕을 많이 먹었기 때문에 이번엔 '하위 세 개 분대만 되지 말자'는 각오로 구령 대회에 임하기로 했다.

  우리 순서는 24개 분대 중 다섯번째였다. 기다리는 동안 약간 긴장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 해야겠다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어릴 때 나는 목청이 좋다는 얘기를 들었으니까 쫄 필요 없다고 계속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마침내 우리 순서가 왔다. 나는 분대 내에서 세 번째였다. 차려 자세를 하고, 목소리 말고 배를 이용해 소리를 내려 애쓰면서, 최대한 큰 소리로 차분히 구령을 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들었을지 모르지만, 나는 열심히 했다. 하고 나니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났다.

  내가 하고, 다른 분대원들도 소리 높여 구령을 했다. 가장 걱정됐던 분대원은 종민이였다. 며칠전 연습할 때 배를 이용해서 소리를 내는 걸 잘 몰랐고, 그 때문에 우렁찬 소리를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민이는 잘 해줬다. 비록 복식호흡을 통한 구령은 아니었지만, 목으로 낸 소리라도 정말 최대로 낸 걸로 보였다.

  그렇게 가장 걱정되는 분대원의 순서가 지나가고, 나머지 분대원도 구령을 했다. 우리 분대는 전반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냈다. 특히 규성이가 잘 했다. 평상시에도 목소리가 성우처럼 좋은데, 아나운서처럼 또랑또랑 해줬다. 교관, 조교님들, 뒤에서 기다리는 중대원들 모두 놀란 듯 했다. 정말 그 목소리가 부러울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인석이까지 끝나고, 우리 분대는 제자리로 돌아가서 다른 분대가 하는 걸 구경했다. 두번째로 놀라웠던 건 의외로 우리 분대가 평균이상이라는 것이다. 다른 분대들은 목소리가 너무 작거나, 발음이 이상하거나, 구령을 이상하게 질질 끌거나, 아예 의욕없어 보이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남은 열 아홉개 분대를 보면서 처음 했던 우리 분대 다짐이 너무 작은 것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좋은 예감을 받고, 경연 대회를 끝냈다. 저녁이 됐고,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평균 '근처'가 아니라, 3위 안에 들었다! 너무 기뻤다. 매주 일요일 종교활동 가서 몽쉘 두 개 불쌍하게 아껴가면서 야금야금 먹었는데, 잔뜩 사다놓고 먹을 수 있다니! 우리 분대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서 너무 기쁘다. 오랜만에 초콜릿 좀 많이 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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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 일기 6 - 술판 소꿉놀이

  1, 2분대 대부분이 영화보러 가고 몇 명 안 남았는데 남은 인원 일곱명이서 생수병에 물 채우고, 물컵 갖다 놓고 술마시는 놀이(?)중이다. 처음엔 사회에 있을 때 먹었던 음식들 얘기하다가 술 얘기를 하는데, 편지 쓸 때 펴는 작은 탁자 하나 놔두고 상황극까지 한다. ㅋㅋ

  법인 카드(나라사랑카드 꺼내고 하는 소리)도 나오고 내가 쏜단 얘기도 나오고 ㅋㅋ 군대 오니까 별 게 다 그리운가 보다.ㅋㅋㅋㅋ 이젠 알코올 들어있는 손 세정제 갖다놓고 물 한잔 마시고 알콜냄새 맡고 한다. 하여튼 재밌는 사람들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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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17일 화요일

훈련소 일기 5 - 여자친구라니 신기함

  나는 모솔이다 ㅋ 밤에 자려고 이불을 덮었는데 문득 궁금해지는 게, 나는 여태 한명도 없었던 여자친구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만드나 하는 거다.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에서 숱하게 나오는 게 연애 이야기인데, 현실과 가상은 분명 다른 거란 생각이 드니까 더 궁금하다.

  현실에선 분명히 가끔은 귀찮고 시간이 많이 드는 경우도 있겠지. 이상한 걸로 싸우기도 할거고. 만약 여자친구를 만드려고 한다면 겁이 나기도 한다. 왠지 내가 상대보다 모자라거나, 찌질할 수도 있으니까.

  너무 쫄보같긴 한데, 좀 차분히 생각해보면 나 혼자 사는 게 나을 것 같다. 나중에 사이가 틀어져서 헤어지고 어색하게 되는 것보다 그냥 친구로 지내는 게 좋지 않을까? 아니, 잠깐. 나는 여자인 친구도 없는데, 너무 멀리 내다보고 있는건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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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15일 일요일

훈련소 일기 2 - 배식계 싫다

2015년 2월 15일 일요일


By 570cjk (Own work) [CC BY-SA 3.0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3.0)], via Wikimedia Commons


  벌점 많은 분대가 돼서 점심 배식을 했다. 처음엔 잘 됐는데 고기 배식 교대하고 나서 문제가 생겼다. 더 달라는 애들 좀더 주다보니 나중에 한 세 개 분대정도 훈련병들에겐 고기 반찬을 줄 수 없었다.
  정말 미안했다. 그냥 처음에 조금씩 주고 더 달라고 하면 무시하고 안 된다고 할 걸 그랬다. 거절하기가 힘들다. 앞으로는 소신대로 하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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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 일기 4 - 작은 몽쉘의 소중함

훈련소 시절 자주 먹던 딸기 몽쉘
(출처 : 인스티즈, Arashi님, http://instiz.net/pt/2068319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
 





  군대, 특히 보충대나 훈련소에선 장정, 훈련병들이 PX를 이용할 수 없다. 음식물도 택배로 받을 수 없다. 이유는 모르지만. 그런데 이런 상황이 되니까 진짜 작은 군것질거리도 일단 받으면 정말 소중하게 느껴진다.

  사회에서는 종교활동을 안 하는 훈련병들도 군대에선 그걸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걸 먹기 위해서다. 나도 군대 오기전엔 '에이, 성당 안 가고 개인 시간 가져야지'하고 계획했는데 막상 오니까 180도 태도가 바뀌었다.

  그냥 생활관 계단을 걸어올라가다가도 '뭐 먹고 싶다, 저거 생각난다'하면서 군침이 돈다. 심지어 상상하는 음식의 비쥬얼이라든지 냄새, 씹을 때의 감촉, 과거에 같이 먹던 사람까지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 정도니 성당을 가서라도 맛있는 걸 먹겠다는 굳은 결의를 하게 되지 ㅋ

  민간인 시절이 정말 행복한 때란 생각도 든다. 군대 안 간 친구들은 지금쯤 어딘가 아늑한 곳에 모여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치킨을 뜯으면서 낄낄대고 있겠지. 아~~~ 부럽다. 여기선 몽쉘 한 봉지도 아쉬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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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10일 화요일

훈련소 일기 3 - 분대명 짓다 혼남

  훈련소 처음 왔을 때 특이했던 게 "줄줄이 우로~~~ 갓!"하는 구령이었다. 줄 맞춰서 걸어갈 때, 특히 우회전할 때 나오는 구령이다. 우리 소대 인솔 조교님이 안재규 조교님인데,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그 구령을 들으니까 계속 그게 기억나게 됐다.

  그러다 분대명을 짓는 시간이 됐다. 분대원들 모두 그 구령소리가 기억에 남았는지, 조교님 이름을 분대명으로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근데 아직 조교님과 친해지지 않은 상테에서 이름을 쓰면 좀 이상하지 않나 싶었다. 그때 어떤 조교님이, '예전에 어떤 분대는 조교님 이름으로 분대명을 정한 적이 있다'고 하셨고 그래서 우리 분대는 안재규 조교님 이름을 쓰기로 했다.

  근데 '그냥 이름만 하면 너무 밋밋하지 않나'하는 의견이 나왔다. '그럼 어떻게 바꿀까'하다가 누군가 '안재'규'니까 '규' 뒤에 뭔가 붙이자'고 제안했다. '규' 자로 시작하는 단어가 별로 없었다. 결국 고민 끝에 '규'를 '귀'로 바꾸고(비슷하니까) '귀요미'를 붙이기로 했다.

  정하고 나서는 약간 위험한 분대명일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름 정하는 시간이 끝나서 그냥 가만 있었다. 정한 이름을 제출하고, 하루는 평화롭게 마무리되는 듯 싶었으나... 아니었다.

  우선 그날 밤에 조교님들이 오시더니 '왜 이름이 이러냐', '조교님 이름으로 장난치는 거냐'고 꾸중을 했다. 우리 분대는 사색이 되어 죄송하다고 말씀드렸고, 분대명을 다른 이름으로 바꿨다. 그렇게 일단락된 줄 알았으나... 당직사관님도 오셔서 또 혼났다. 이번엔 짧게 혼난 것이 아니라, '이름을 왜 이렇게 지었고, 아이디어는 어디서 났느냐' 등등 끝까지 추궁을 당했다. 이때의 기분은 정말 멘탈이 산산조각나는 느낌이었고, '바늘방석에 앉는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우리가 털리고 나서, 처음에 '조교님 이름을 써도 괜찮다'하셨던 조교님이 오셔서 미안하다고 하셨다. 아마 그 분도 사태가 이렇게까지 될 줄은 예상하지 못하셨던 것 같다. 그 조교님도 우리도, 악의는 없었지만 경솔했다. 우리 분대는 특이한 이름 짓기에 집착하다가 그랬던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다음날 또 털렸다. 이번엔 다른 교관님께 또. 이게 아마 식사시간에 조교님이나 교관님들이 모여서 밥 드시다가 이야기가 나오면서 점점 퍼지는 모양이다. 우리 분대는 '이제 끝났겠지'했는데 다른 분께 또 털리니 정말 괴롭고 죄송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콤보로 털리고 나니까 군대에서 큰 잘못을 하면 어떤 방식으로 혼나는지 알 수 있었다. 부디 우리를 혼냈던 교관님, 조교님들이, '아 예네가 나쁜 의도로 한 건 아닌 것 같고, 애들이 좀 바보같은 애들이라 그러는구나'하는 인상을 혼내는 과정 중에 조금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 아무튼 정말로 죄송하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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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7일 토요일

훈련소 일기 1 - 언제까지 기다리노?

2015년 2월 7일 토요일

  기다리는 시간이 제일 싫다. 다음에 뭘 하는지, 얼마나 시간이 남았는지 알 수 있으면 다른 자질부레한 일을 처리하면서 시간을 아낄 수 있으니까 괜찮지만, 아닌 경우는 정말... 지금 남는 시간에 양치를 해도 되는지, 그런 것들 좀 알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거 일일이 조교한테 물어봐야 되나? 너무 사소한 거 물어보는 것 같아서 좀 웃기게 느껴진다.
  기다리는 동안 남들과 떠드는 것도 좀 어색하다. 내가 그렇게 사교적인 사람도 아니고, 나이차도 좀 나서 이상하게 느껴진다. 그냥 혼자 할 만한 간단한 일을 찾자. 기다리는 훈련이 제일 힘들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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