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10일 화요일

훈련소 일기 3 - 분대명 짓다 혼남

  훈련소 처음 왔을 때 특이했던 게 "줄줄이 우로~~~ 갓!"하는 구령이었다. 줄 맞춰서 걸어갈 때, 특히 우회전할 때 나오는 구령이다. 우리 소대 인솔 조교님이 안재규 조교님인데,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그 구령을 들으니까 계속 그게 기억나게 됐다.

  그러다 분대명을 짓는 시간이 됐다. 분대원들 모두 그 구령소리가 기억에 남았는지, 조교님 이름을 분대명으로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근데 아직 조교님과 친해지지 않은 상테에서 이름을 쓰면 좀 이상하지 않나 싶었다. 그때 어떤 조교님이, '예전에 어떤 분대는 조교님 이름으로 분대명을 정한 적이 있다'고 하셨고 그래서 우리 분대는 안재규 조교님 이름을 쓰기로 했다.

  근데 '그냥 이름만 하면 너무 밋밋하지 않나'하는 의견이 나왔다. '그럼 어떻게 바꿀까'하다가 누군가 '안재'규'니까 '규' 뒤에 뭔가 붙이자'고 제안했다. '규' 자로 시작하는 단어가 별로 없었다. 결국 고민 끝에 '규'를 '귀'로 바꾸고(비슷하니까) '귀요미'를 붙이기로 했다.

  정하고 나서는 약간 위험한 분대명일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름 정하는 시간이 끝나서 그냥 가만 있었다. 정한 이름을 제출하고, 하루는 평화롭게 마무리되는 듯 싶었으나... 아니었다.

  우선 그날 밤에 조교님들이 오시더니 '왜 이름이 이러냐', '조교님 이름으로 장난치는 거냐'고 꾸중을 했다. 우리 분대는 사색이 되어 죄송하다고 말씀드렸고, 분대명을 다른 이름으로 바꿨다. 그렇게 일단락된 줄 알았으나... 당직사관님도 오셔서 또 혼났다. 이번엔 짧게 혼난 것이 아니라, '이름을 왜 이렇게 지었고, 아이디어는 어디서 났느냐' 등등 끝까지 추궁을 당했다. 이때의 기분은 정말 멘탈이 산산조각나는 느낌이었고, '바늘방석에 앉는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우리가 털리고 나서, 처음에 '조교님 이름을 써도 괜찮다'하셨던 조교님이 오셔서 미안하다고 하셨다. 아마 그 분도 사태가 이렇게까지 될 줄은 예상하지 못하셨던 것 같다. 그 조교님도 우리도, 악의는 없었지만 경솔했다. 우리 분대는 특이한 이름 짓기에 집착하다가 그랬던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다음날 또 털렸다. 이번엔 다른 교관님께 또. 이게 아마 식사시간에 조교님이나 교관님들이 모여서 밥 드시다가 이야기가 나오면서 점점 퍼지는 모양이다. 우리 분대는 '이제 끝났겠지'했는데 다른 분께 또 털리니 정말 괴롭고 죄송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콤보로 털리고 나니까 군대에서 큰 잘못을 하면 어떤 방식으로 혼나는지 알 수 있었다. 부디 우리를 혼냈던 교관님, 조교님들이, '아 예네가 나쁜 의도로 한 건 아닌 것 같고, 애들이 좀 바보같은 애들이라 그러는구나'하는 인상을 혼내는 과정 중에 조금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 아무튼 정말로 죄송하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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