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18일 수요일

훈련소 일기 7 - 구령스타 K 의외로 잘 됨

  설 연휴 셋째날, 구령 경연대회를 했다. 상위 세 개 분대는 PX이용, 하위 세 개 분대는 일요일에 배식계를 해야 한다. 우리 분대는 배식 순번이 와서 배식 한번 해봤는데, 양 조절을 못하고 배식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욕을 많이 먹었기 때문에 이번엔 '하위 세 개 분대만 되지 말자'는 각오로 구령 대회에 임하기로 했다.

  우리 순서는 24개 분대 중 다섯번째였다. 기다리는 동안 약간 긴장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 해야겠다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어릴 때 나는 목청이 좋다는 얘기를 들었으니까 쫄 필요 없다고 계속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마침내 우리 순서가 왔다. 나는 분대 내에서 세 번째였다. 차려 자세를 하고, 목소리 말고 배를 이용해 소리를 내려 애쓰면서, 최대한 큰 소리로 차분히 구령을 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들었을지 모르지만, 나는 열심히 했다. 하고 나니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났다.

  내가 하고, 다른 분대원들도 소리 높여 구령을 했다. 가장 걱정됐던 분대원은 종민이였다. 며칠전 연습할 때 배를 이용해서 소리를 내는 걸 잘 몰랐고, 그 때문에 우렁찬 소리를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민이는 잘 해줬다. 비록 복식호흡을 통한 구령은 아니었지만, 목으로 낸 소리라도 정말 최대로 낸 걸로 보였다.

  그렇게 가장 걱정되는 분대원의 순서가 지나가고, 나머지 분대원도 구령을 했다. 우리 분대는 전반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냈다. 특히 규성이가 잘 했다. 평상시에도 목소리가 성우처럼 좋은데, 아나운서처럼 또랑또랑 해줬다. 교관, 조교님들, 뒤에서 기다리는 중대원들 모두 놀란 듯 했다. 정말 그 목소리가 부러울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인석이까지 끝나고, 우리 분대는 제자리로 돌아가서 다른 분대가 하는 걸 구경했다. 두번째로 놀라웠던 건 의외로 우리 분대가 평균이상이라는 것이다. 다른 분대들은 목소리가 너무 작거나, 발음이 이상하거나, 구령을 이상하게 질질 끌거나, 아예 의욕없어 보이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남은 열 아홉개 분대를 보면서 처음 했던 우리 분대 다짐이 너무 작은 것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좋은 예감을 받고, 경연 대회를 끝냈다. 저녁이 됐고,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평균 '근처'가 아니라, 3위 안에 들었다! 너무 기뻤다. 매주 일요일 종교활동 가서 몽쉘 두 개 불쌍하게 아껴가면서 야금야금 먹었는데, 잔뜩 사다놓고 먹을 수 있다니! 우리 분대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서 너무 기쁘다. 오랜만에 초콜릿 좀 많이 먹어보자.




군대 일기 목차로 가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