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21일 토요일

훈련소 일기 8 - 못생긴 방독면

  난 누구한테 "못 생겼다"는 말을 거의 안 한다. 다음주면 화생방 훈련을 하기 때문에 아침에 방독면을 닦기로 했다. 실제로 본 방독면은 정말 "못 생겼다."

  먼지로 뒤덮인 방독면 가방을 관물대 꼭대기에서 내리고, 가방 뚜껑의 단추를 열었다. 그 안에는 많이 낡아보이는 녹색 미역같은 게 들어있었다. 미역을 둘둘 풀어 헤치면 까만색 고무로 된, 멍멍이 얼굴같은 방독면이 나온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말 "우울하게 못 생겼다."

  커다란 유리로 된 렌즈 두개가 눈 부분을 가려주고, 입과 코를 막아주는 부분엔 왠 동그란... 뭐라고 해야할까 주방 가스렌지 있는 곳 천장에 달린 화재감지기 같은 까만게 달려 있다. 그 옆에는 조그만 수통 뚜껑같은 것이 있고, 그 반대편에는 제일 중요한 정화통이 달려있다. 그려보면 이렇게 생겼다.(그림은 나중에 추가하기로 함)



  미역은 떼내고 검은 고무 부분만 화장실로 가져가 물로 헹궜다.(물론 정화통 떼고) 방독면 안쪽은 몹시 더러웠다. 우리 기수보다 앞서 이 방독면을 썼던 사람들의 눈물 콧물이 묻어 있겠지. 이 못생긴 마스크가 우릴 못생기게 해주는 대신, 최루탄 가스를 막아준다니 그래도 고맙다. 화생방 훈련을 무사히 마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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