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26일 목요일

이등병 일기 1 - 공짜 체력단련 / 첫 국지도발 훈련

2015.3.25(수)

  전투체력 단련을 했다. 뜀걸음, 팔굽혀펴기 등을 했다. 힘들었지만 매일 체력단련을 시켜주는 것에 감사하다.




2015.3.26(목)

  국지도발 훈련을 했다. 잠깐이었지만 공병으로서 첫 삽질을 해본 것이 기뻤다. 선임분들과 잡담도 하고 간식도 먹었다. 점심은 비닐봉투에 든 주먹밥이었다. 끝부분을 조금 찢어서 짜 먹었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경계 서면서 보냈다. 모든 게 새롭고 신기했다.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니 진호가 '산불조심' 아저씨들이 행보관들이었다고 했다. 우리 진지에서는 그냥 통과시켰는데 그러면 안되는 거였나? 상황전파 메모를 다시 보니까 우리 진지 앞에 있던 모닝 차 얘기도 있는 것 같았다.










<2015.3.26(목) 군대 3감사>
1. 국지도발 훈련 중 행보관님이 점심을 갖다주셔서 감사했다.
2. 위장크림이 없었는데 선임께서 빌려주셔서 감사했다.
3. 산불 감시원 분들이 지나가면서 수고 많다고 격려해주셨을 때 감사했다.

<2015.3.27(금) 군대 3감사>
1. 김** 일병님이 생일이라서 감사합니다.
2. 영점사격 할 때 이 중사님이 잘 한다고 격려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3. 새 동기가 들어온 것에 감사합니다.

<2015.3.28(토) 군대 3감사>
1. 자유시간이 많은 점이 감사했습니다.
2. 영화를 많이 볼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3. 점심에 팥빙수가 나와서 감사했습니다.

<2015.4.1(수) 군대 3감사>
1. 허 이병과 뜀걸음을 많이 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2. 어떤 간부님과 탄약고에서 영점사격장까지 같이 뜀걸음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일이 감사했습니다.
3. 군대에서도 전공책을 볼 수 있는 점이 감사했습니다.

<2015.4.2(목) 군대 3감사>
1. 날씨가 따뜻해져서 감사했습니다.
2. 소대 PX를 했던 것이 감사했습니다.
3. 소대 PX때 웃긴 얘기를 많이 들었던 점이 감사했습니다.

<2015.4.3(금) 군대 3감사>
1. 전공 공부할 시간이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2. 뉴스에 전공과 관련된 소식이 많이 나와서 감사했습니다.
3. 2주대기가 풀려서 꼭 선임들과 동행하지 않아도 식사를 하러 갈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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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10일 화요일

훈련소 일기 17 - 와 ** ** 춥다 이걸 어떻게 자냐

  아파서 한참 훈련을 열외하고 나서 복귀하니까 군장을 싸서 경계교장으로 나가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같이 아파서 열외했던 동기와 함께 군장을 싸서 나가니까, 우리 중대 훈련병들이 전부 뚝딱거리면서 텐트를 치고 있었다. 그날이 숙영날이었던 것이다.

이런 조그만 텐트를 잔뜩 친다... 저 안에서 세 명이 자야 한다.
By Joost J. Bakker (Flickr: dutch army tent 1955) [CC BY 2.0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2.0)], via Wikimedia Commons


  나는 텐트를 치면서도 반신반의했다. 그날은 바람이 많이 불고 추웠는데, 설마 진짜 밖에서 훈련병들을 재울까 하고 의심이 들었던 거다.

  텐트 치는 건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 야전삽을 처음으로 쓰게 됐는데, 그게 그냥 삽으로만 쓰는 게 아니고 망치, 지렛대, 못 뽑는 용도 등으로 다양하게 쓸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어떤 영화에서는 그걸 대검 대신 무기로도 쓴다고 하던데, 그게 진짜라면 정말 유용한 도구인 게 확실하다 할 수 있겠다.

  땅이 얼고 돌이 많아서 삽질할 때마다 허리가 아프고 손가락과 손등이 트고 갈라져 따끔거렸다. 텐트를 다 완성하고 만든 걸 보는데, 한숨만 나왔다. 거기서 자다간 뇌혈관이 터져 아침에 못 일어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 텐트에서 세 명이서 잤는데 너무 좁고 숨쉬기가 힘들었다. 먼지가 아주 많이 피어올랐고, 그때가 감기때문에 코도 막히고 가래가 목에 가득찬 상태였는데 그걸 뱉어낼 상황이 안 돼서 그냥 삼키면서 잤다... 그때의 짭짤한 콧물, 가래맛은 잊을 수가 없다. 정말 숨쉬기 힘들고, 춥고 미칠 것 같았다. 기온이 낮아서 오줌이 자주 마려웠고 그래서 화장실(이라 쓰고 노상방뇨라 읽는다)을 두 시간마다 한번씩 갔다.

  야외에서 자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TV를 보다보면 예능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야외취침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그 기분이 어떤 건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노숙자 거지가 된 것 같은 서러운 기분... 부디 앞으로 군 생활하면서 숙영해야하는 상황이 안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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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9일 월요일

훈련소 일기 16 - 군대에선 아프지 말자

  주간 기록사격을 위해 고방산을 갔다 왔더니 몸이 시름시름 아프기 시작했다. 처음엔 열이 나고 기침이 심하게 나더니, 나중엔 뭔가 먹는 족족이 설사를 했다.





  의무대에 갔더니 장염이라고 했다. 그런데 신교대에 설사약이 다 떨어져서 백두병원에 가서 약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또 "그런데", 토요일엔 외진을 갈 수 없고 월요일부터 가능하다고 해서 결국 의무대 환자실에 입실해서 수액을 맞았다. 뭘 먹으면 설사를 했기 때문에 속이 괜찮아질 때까지 식사를 전혀 할 수 없었고, 연속으로 네 끼를 굶었다. 너무 배가 고프고 답답했다. 약 하나 달랑 받기 위해 굶어가면서 눈 빠지게 기다려야 하다니.

  월요일에 외진을 가서도 고역이었다. 다른 부대에서도 치료를 받기 위해 백두병원을 찾은 병사들이 많았고, 그만큼 오래 기다려야 했다. 진료는 오후 늦게 끝나서 저녁 먹을 때쯤 버스를 타고 신교대로 돌아왔다. 그날은 각개전투 교육이 있었는데 외진때문에 훈련도 받을 수 없었다. 다른 동기들은 CS복에 흙먼지를 잔뜩 묻히고 군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모두들 지쳐 보였지만 한편으론 부러웠다.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기다리는 것보다 흙밭에서 뒹굴면서 훈련하는 게 더 국방의 의무에 가까운 얘기고, 그게 더 보람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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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6일 금요일

훈련소 일기 15 - 군대에서 짜증나는 것 2

  연좌제 말고 또 짜증나는 건 여러가지 청소류 작업이다. 총기손질, 담당구역 청소, 관물대 정리, 군장 정리, 모포, 침낭 등 먼지털기 등등...

  총기손질의 경우엔 그걸 하다가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몸살까지 걸릴 정도로 싫다. 총기의 탄매(까만 화약 재)를 다 닦아내고 검사를 받아야 쉬게 해주는데, 이게 말이 쉽지, 면봉같이 작은 걸로 구멍이란 구멍은 대부분 쑤셔서 까만 게 나오면 다시 닦게 한다.

  담당구역 청소도 먼지하나 안 보이도록 닦아야 하고,(물론 검사를 빡세게 하지 않을 때도 있다) 관물대에 세탁물도 보이면 안 된다. 옷걸이에 전투복도 가지런히 한쪽 팔을 접어두어야 되고, 군장이나 모포에 먼지나 흙이 묻어도 안 된다. 또 전투화도 있다. 훈련을 한번 마치면 까맣던 전투화가 흙과 진흙 투성이가 되고, 긁혀서 하얗게 상처가 난다. 이걸 구두솔로 털고 구두약을 펴 발라 광택이 나게 만들어야 한다.

  국방의 의무라길래 나라만 지키면 되는 줄 알았는데, 총 한번 쏠 때마다 결벽증 환자가 될 것처럼 손질 솔로 총을 박박 닦는 등 자질부레한 일까지 해야하다니, 군대는 참 기이한 곳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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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 일기 13 - 사격은 쉬운데 사격장까지 가는 건 힘들다

  기록사격을 위해 고방산 사격장에 갔다. 고방산 사격장에 가려면 부대 뒤편의 가파른 산길인 '솔고개'를 지나야 한다. 예전에 훈련소 입소 초기에 완전 군장을 하고 갔던 길이다.

  이번엔 완전군장 없이 탄띠, 수통, 소총, 방탄헬멧만 가지고 가는 거라 괜찮을 것 같았는데 여전히 다리가 아팠다. 기록 사격 전날에 감기몸살로 의무실에 입실해서 링겔까지 맞은 상태라 컨디션도 별로 안 좋았다. 또 얼마전에 병영식당 앞에서 얼음 밟고 미끄러져서 왼쪽 팔꿈치도 다쳐서 엎드려쏴 자세를 하면 조준하기가 힘들었다.

By 대한민국 국군 Republic of Korea Armed Forces [CC BY-SA 2.0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2.0)], via Wikimedia Commons


  하지만 어차피 한번은 해야할 거, 최대한 이를 악물고 집중해서 사격을 했다. 결과는 20발 중 14발 명중으로 합격. 뿌듯했다. 나중에 자대 가서 사격 연습을 또 한다면 좋은 컨디션으로 더 많이 맞출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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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4일 수요일

훈련소 일기 14 - 어디에 쏴야하오...

  사격 주에 야간 사격도 했다. 사격 CBT 때 총을 쐈을 때 불꽃이 잠깐 튀는 걸로 표적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고 배워서, 야간 사격도 차분히 하면 몇 발은 맞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열 발 중 0발... 야간 사격장에 불이 꺼지자 정말 표적은 전혀 볼 수가 없었다. 나는 감으로 어디쯤 있겠지 하고 쐈는데, 나중에 표적을 보니까 총알 구멍 하나 없었다.

절대 이런 광경은 나오지 않는다... 일반 탄 말고 예광탄을 줘!
By 대한민국 국군 Republic of Korea Armed Forces [CC BY-SA 2.0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2.0)], via Wikimedia Commons



  야간 사격은 실패했지만 재미있었다. 불이 꺼지고 주변에 있는 조교, 교관, 훈련병들 모두 보이지 않고 나만 남은 것 같은 기분. 그 긴장감. 잠깐이었지만 아쉬우면서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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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2일 월요일

훈련소 일기 12 - 군대에서 가장 짜증나는 것

  내가 잘못해서 혼나는 거면 받아들이고 불만 없이 지나갈 수 있다. 내가 잘못한 건 다음번에 지적받지 않도록 노력해서 고치면 된다. 그런데 그런 경우 말고 억울한 경우가 있다. 바로 내가 어쩔 수 없는 건데 나도 혼나야하는 경우다.

  오늘 개인화기 평가를 여러 개 보고 생활관으로 돌아왔다. 전투복에서 활동복으로 환복하고, 관물대에 방탄헬멧, 탄띠, 수통 등을 집어넣고, 구두약과 구두솔, 전투화, 전투복을 가지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전투화와 전투복의 흙먼지를 털고 다시 생활관에 들어왔다.

  나는 정리할 건 다 했고, 시킨 일도 다 해서 쉬고 있었다. 그런데 내 양 옆 훈련병 둘을 포함 대부분의 훈련병들이 옷가지와 장구들을 아무렇게나 침상 위에 흩어놓고 있었다. 그때 당직사관님이 들어왔고, 전부다 얼차려를 받게 됐다.

  정말 짜증났다. 피곤한 상태여서 더욱 짜증났다. 잘못한 사람만 혼내면 되지, 멀쩡한 사람은 왜 같이 혼내는 걸까? 이럴 땐 단체 생활이 싫다. 대체 무슨 이유로 같이 혼내는지 이해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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