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10일 화요일

훈련소 일기 17 - 와 ** ** 춥다 이걸 어떻게 자냐

  아파서 한참 훈련을 열외하고 나서 복귀하니까 군장을 싸서 경계교장으로 나가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같이 아파서 열외했던 동기와 함께 군장을 싸서 나가니까, 우리 중대 훈련병들이 전부 뚝딱거리면서 텐트를 치고 있었다. 그날이 숙영날이었던 것이다.

이런 조그만 텐트를 잔뜩 친다... 저 안에서 세 명이 자야 한다.
By Joost J. Bakker (Flickr: dutch army tent 1955) [CC BY 2.0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2.0)], via Wikimedia Commons


  나는 텐트를 치면서도 반신반의했다. 그날은 바람이 많이 불고 추웠는데, 설마 진짜 밖에서 훈련병들을 재울까 하고 의심이 들었던 거다.

  텐트 치는 건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 야전삽을 처음으로 쓰게 됐는데, 그게 그냥 삽으로만 쓰는 게 아니고 망치, 지렛대, 못 뽑는 용도 등으로 다양하게 쓸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어떤 영화에서는 그걸 대검 대신 무기로도 쓴다고 하던데, 그게 진짜라면 정말 유용한 도구인 게 확실하다 할 수 있겠다.

  땅이 얼고 돌이 많아서 삽질할 때마다 허리가 아프고 손가락과 손등이 트고 갈라져 따끔거렸다. 텐트를 다 완성하고 만든 걸 보는데, 한숨만 나왔다. 거기서 자다간 뇌혈관이 터져 아침에 못 일어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 텐트에서 세 명이서 잤는데 너무 좁고 숨쉬기가 힘들었다. 먼지가 아주 많이 피어올랐고, 그때가 감기때문에 코도 막히고 가래가 목에 가득찬 상태였는데 그걸 뱉어낼 상황이 안 돼서 그냥 삼키면서 잤다... 그때의 짭짤한 콧물, 가래맛은 잊을 수가 없다. 정말 숨쉬기 힘들고, 춥고 미칠 것 같았다. 기온이 낮아서 오줌이 자주 마려웠고 그래서 화장실(이라 쓰고 노상방뇨라 읽는다)을 두 시간마다 한번씩 갔다.

  야외에서 자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TV를 보다보면 예능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야외취침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그 기분이 어떤 건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노숙자 거지가 된 것 같은 서러운 기분... 부디 앞으로 군 생활하면서 숙영해야하는 상황이 안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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