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4일 토요일

이등병 일기 2 - 나도 '지각 인생'

  늘 받는 질문 가운데 대답하기 가장 애매한 질문이 '왜 이렇게 늦게(나이 많을 때) 왔냐'는 것이다. 군대에 와서도 이런 질문을 받았다. 대학 입학해서도 이미 받았고, 나중에 취업할 때도 이 질문을 받을 것이다.

  입대 전에는 어떻게 답을 해야할지 몰랐다. 하지만 입대 이후 여러 사람들을 만난 뒤 들게 된 생각이 있다. 바로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말이 내가 늦었다는 사실을 감추고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의도로 하는 건 아니다. 같이 입대한 이들 대부분은 나보다 나이가 적었다. 하지만 그중에 나보다 어려도 작은 건설사에서 상당기간 일하다가 입대한 친구가 있었고, 그 친구의 건설업에 대한 지식은 비록 한정된 분야처럼 보이긴 했으나 자세한 사항까지 알 정도로 깊었다. 그 친구를 보면서 느꼈던 점이, '내가 나이가 더 많다고 특별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구나'하는 것이었다. 오히려 앞으로 더 배울 것이 많은 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고, 자꾸 내 나이를 의식하면 그게 나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 외에도 나보다 먼저 입대했고, 나이도 보다 적지만 일을 정말 잘 하는 선임들, 나보다 어릴테지만 벌써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조교들, 나보다 한살 위밖에 안 되지만 벌써 중위(소위였던가)를 달고 강의까지 하고 있는 정훈장교 등을 보니까 '정말로 중요한 건 능력이지 나이가 아니다'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지난 시간은 이미 지난 것이고, 앞으로는 '내가 늦었다'는 생각 때문에 주눅들지 말고, 오히려 그 숫자는 의식하지 말고, 나의 능력을 키우는 데만 집중해야겠다. 그렇게 살다보면 언젠가 더이상 내 나이가 부끄럽게 느껴지지 않는 날이 올 것이다.





<2015.4.4(토) 군대 3감사>
1. 읽고 싶은 책이 도서관에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2. 저녁 급식이 맛있어서 감사했습니다.
3. 동아리 활동에 독서도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2015.4.5(일) 군대 3감사>
1. 성당에서 점심 식사를 제공해주어서 감사했습니다.
2. 교회에서 맥반석 계란을 줘서 감사했습니다.
3. 동기가 먹을 걸 줘서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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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1. 훌륭하오!
    그대는 참 멋진사람이라 생각하오.. 대기만성``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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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감사는.. 행복* 으로 가는 길!
    좋은글
    읽게해줌에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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