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23일 목요일

이등병 일기 7 - 의외의 꿀보직, 군견 / 검열 취소→사기 진작 / 군대에선 고민을 하자

<의외의 꿀보직, 군견>
2015.4.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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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분대를 하기 전에는 군견이 묶여서 하루종일 널브러져 있는 걸 봤을 때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가면서 보니까 의외로 군견이 꿀보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한 봄날에 누구는 손이 불도록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쓰레기 버리는데, 바닥에 천하태평 누워서 일광욕이나 즐기다니. 살다살다 개가 부러웠던 건 처음이네.




<검열 취소→사기 진작>
2015.4.22.수
  검열 취소! 너무 기쁘다. 이제 원래 식당분대 일만 하면 끝난다니! 취소 전에는 식판을 닦으면서도 '아 이거 끝나면 끝이 아니라 다른 거 더 시키겠구나'하면서 의욕이 감소했었는데 이젠 아니게 됐다. 지겨운 청소와 잡일이 반 이상 줄어서 너무 좋다. 덧붙여 식당분대 갔다 왔을 때 아빠가 보내준다던 토목 산업기사 책들(새 것)도 도착해 있어서 너무 기뻤다.




<군대에선 고민을 하자>
2015.4.23.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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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간 연등 시간에 등 뒤에서 선임이 미래 걱정하시는 걸 들었다. 평소에 선임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깊숙한 곳에 있는 얘기들은 들을 기회가 거의 없는데 오늘 들어보니 전역하고 어떻게 살지에 대해 고민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경우엔 전역하면 대학교로 돌아가면 되지만, 여기있는 사람 모두가 똑같은 배경을 가진 건 아니다. 대학을 다니지 않았거나, 이미 졸업했거나 하는 사람들은 전역 후의 삶이 반드시 걱정될 것이다. 그 선임의 고민거리를 듣고나니 몇 가지 느끼는 점이 있다.

  첫째, 우리 나이대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어릴적부터 대학생이 될 때 정도까진 부모님이 생계를 책임져주고, 편하게(이건 개인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부모님 보호 아래 있는 편이 더 낫다는 의미) 큰 걱정 없이 살아 왔지만, 전역 후 복학이 아니라면 얘기는 다르다. 계속 알바 수준의 일을 할 수는 없을테고, 어느정도 인정받을만한 직장을 잡고 먹고 사는 문제가 현실적으로 다가올텐데 정말 막막할 것 같다. 지금이야 야간에 먹는 라면 한 봉지에 뱃속이 따끈해지고 행복감을 느끼는데, 그런 소박한 기쁨을 사회로 돌아가고 나서도 느낄 수 있을까?

  둘째, '그래도 고민이라도 한다는 게 어딜까'하는 생각이 든다. 마냥 하하호호 놀 게 아니라, 일단 고민을 해야 뭐라도 시작할테니까 아직 희망적인 게 아닐까 한다. 군대가 좋은 점 중의 하나가 이런 것 같다. 합법적인 경력 상 휴식기간(물론 쉬는 건 아니지만 의외로 여유시간이 있다)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내 경우에도 군대를 온 것이 생각하고 계획하고 계획을 점검, 보충할 시간을 얻기 위해서 온 거다. 나는 나름 그 주어진 시간을 잘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선임이나 동기들도 군대에 있는 동안 싫다고만 할 게 아니라 미래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면 좋겠다.

  셋째, 좀더 긴장해서 노는 시간을 줄이고 공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일과 시간에 일을 하고 생활관에 들어오면 자꾸 '피곤하니 잠시 쉬었다가 해야지'하고 핑계를 대면서 시간을 흘려보내기 일쑤였다. 나중에 걱정하지 말고 지금 조금 힘들더라도 차근차근 계획을 이뤄나가야겠다.

  이외에도 사소한 몇 가지가 더 있지만 그것들에 대해선 나중에 다시 생각이 난다면 써볼 생각이다. 사람이 군대에 갔다오면 철든다는 옛말이 있는데, 모두가 바뀌지는 않겠지만 누군가는 변하는 것 같다. 앞으로 군 생활을 하면서 나의 단점들은 버리고, 장점들은 더 살리고, 부족한 면은 더 채워서 전역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막막하더라도 시간은 가니까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확실히 맞다. 그 선임도 잘 됐으면 하고, 군 생활 하고 있는 다른 장병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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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1. 구구절절.. 배울게 많은 사람~
    생각하는 것도
    깨우치는 것도
    실천에 옮기는 것도
    다 어려운일.. 차근차근 끈기있게 실현해나가도록해보오~
    이왕이면
    폼생폼사 멋지게 살게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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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꿀개님이 좋아하는 음료는? .. 개꿀^^& ㅋ
    걍~ 까또기 감자돌모티 생각나서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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