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21일 목요일

이등병 일기 13 - 대학수업급 군대 공부 / 혼자인 게 좋다 / 니 지뢰 저깄네

2015.5.19.화
(대학수업급 군대 공부)

  지뢰에 대해 배우고 있는데 너무 외울게 많았다. 각각 지뢰를 설치, 해체하는 법과 특성, 제원을 알아야 했다. 제원은 뭐하러 외우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외워서 일일평가를 보긴 했다.

  시험은 거의 대학시험같은 느낌이었다. 간단하지만 서술형도 있어서이다. 정말 괴스러운 것은 일일평가 통과하려면 만점을 받아야 한다는 거다. 여기 온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부사관도 커트라인이 만점이라는 걸 듣고 놀란 눈치였다. 나중엔 조교도 너무 빡세다 생각했는지 사소한 걸 틀리는 건 감점만 하고 통과시켜줬다. 아무튼 이상한 것도 외우느라 고생이 많았던 것 같다.






2015.5.20.수
(혼자인 게 좋다)

  나랑 맞는 사람이 없으면 혼자 가도 좋다. 성격의 장점을 살리자. 각자 성격마다 잘 하는 일이 있다. 굳이 내가 힘든 부분에서 잘 하려고 너무 마음 쓰지 말자. 꼭 사람들 사이에서만 뭔가 얻을 필요 없다. 의존할 필요도 없다. 혼자 공부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도 많다. 알고보면 공부는 재밌다. 새로운 걸 알아가는 기쁨이 있다. 괜히 다른 사람한테 어설프게 친한 척하다가 별 소득없이 뻘줌한 상황이 되지 말자. 혼자 공부하는 게 같이 멍하니 TV보는 것보다 낫다.








2015.5.21.목
(니 지뢰 저깄네)

By 대한민국 국군 Republic of Korea Armed Forces (2014.5.9 육군 6공병여단 지뢰매설 Republic of Korea Army) [CC BY-SA 2.0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2.0)], via Wikimedia Commons


  영점사격장에서 지뢰 매설 실습을 했다. 야삽으로 땅을 팠는데 잔디 뿌리가 많아서 땅 파기가 힘들었다. 대전차지뢰는 크기가 커서 대인지뢰보다 땅을 더 많이 파야해서 그만큼 더 힘들었다. 무게도 엄청 무거운 건 아니지만 가벼운 것도 아니라서 매설이 좀더 곤란했다.

  힘들고 먼지도 많이 묻었지만 오랜만에 삽질도 하고 몸 쓰는 일을 해서 재미있었다. 난 이상하게 그런 게 마음에 든다. 어렸을 때부터 힘든 일 안 하고 편하게 펜대 굴리면서 커서 힘든 일을 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잘 된 것 같다. 앞으로 기회 될때마다 연습을 해서 숙련도를 많이 높여야겠다. 왜냐하면 오늘 내가 묻은 지뢰는 아무나 다 찾을 수 있을 정도로 티가 많이 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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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1. ㅎㅎㅎㅋㅋㅋ
    니 지뢰 저깄네..!
    난 또 누가 놀렸다구.. ㅎㅎㅎ 웃꼈!
    흠냐~ 숙련도 높이는 건 반대요..ㅜㅠ 진짜요!
    뻘쭘.. 감이 오오..
    -처음 계획을 지구력 있게 끌고나가는 것 힘들고
    -그날의 각자 컨디션은 또 다르고..
    세상사 인간관계 내맘 같지않을 때가 더 많소..
    긍정마인드로 이해하고~
    누군가는 우직할 정도로 한 우물 파는 사람도 있어야
    지구에서 일어나는 세상일에 중심이 잡히지 않겠소~?
    원대한 포부로 오롯이 목표하고 정한 길을 걷도록 하시오.
    그대는 혼자가 결코 아니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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