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22일 금요일

이등병 일기 14 - 주특기 교육 끝 / 짐 없애기 / 적성과 흥미에 대한 오랜 고민

2015.5.22.금
(주특기 교육 끝)

  지뢰 종합평가를 보고 주특기 교육이 끝났다. 시험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짬짬이 야간 연등도 하고, 노는 시간에 공부도 해서 어느정도 지식을 쌓은 상태라서 빈칸 없이 모든 내용을 다 써냈다. 결과는 1등하지는 못했지만 상위권인 것 같았고 일단 더이상 지뢰, 폭파 공부를 빡세게는 안 해도 돼서 기뻤다.

  1등은 111대대인지에서 온 아저씨가 받았다. 조교가 말하길, 발표를 자주 적극적으로 한 게 크게 작용했다고 했다. 나도 좀 적극적인 성격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1등을 한 교육생은 여단장님으로부터 상장을 받는데, 포상휴가도 3박 4일인지 받는다. 난 포상을 목표로 공부한 건 아니고, 공병으로서 알아야 할 것을 배워간다는 것, 그리고 일일평가 통과하고 남는 시간에 내가 원래 하고 있던 공부를 하는 게 목표라서 미련은 없었다. 연등도 하고 노는 시간 줄여가면서 하려던 걸 했으니까 난 포상은 안 받아도 만족했다.






(짐 없애기)
  신교대에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부모님이 택배를 간혹 보내주시는데 별로 필요없는 물건을 좀 보내서 나는 짐에 잡다한 게 많다. 버릴까 생각해봤는데 언제 필요할지 모르고, 무엇보다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쓰지 않고 모아두거나, 어떻게든 쓸만한 상황 비슷하게라도 만들어서 꾸역꾸역 쓰고 있다.

  오늘 그 물품 중 두 가지를 거의 다 써가서 기분이 좋아서 이 일기를 쓴다. 두 가지는 핸드크림과 비타민이다. 핸드크림은 작은 샘플같은거였는데도 쓰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솔직히 유용할 때가 가끔은 있었다. 겨울에 일을 하다보면 손가락이 트고 갈라지는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그걸 써서 손을 보호했던 것이다. 비타민은 누나가 선물로 보내준 건데 그것 역시 쓸모있긴 했지만 필수적인 건 아니라서 내 짐이 많아보이게 하는데 한몫을 했다. 이렇게 쓰다보니, '별로 불필요한 건 아니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나는 내 짐이 좀 줄었으면 한다. 빨리빨리 다 써서 줄여야겠다. 짐이 계속 많은 상태면 관물대 정리가 힘들고, 훈련할 때도 힘들 것 같다.







(좋은 글 - 하버드의 생각수업)
  "아무리 풍부한 지식을 얻더라도 그것을 잊어버릴 수는 있다. 그러나 모든 지식을 잊어버린 뒤에도 신조나 가치관, '나라는 인물을 형성하는 축'만큼은 우리 내부에 반드시 남아있다."

-후쿠하라 마사히로





(적성과 흥미에 대한 오랜 고민)

  일이 적성에 안 맞는다는 건 핑계라고 봐야 한다. 누구나 일하거나 공부하는 건 힘들어한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쓸모 있는 일들은 대개 배우기 어려운 법이다. 그리고 흥미로운 일들은 종종 쓸모없는 일인 경우가 많다. 그런 것들은 다른 사람 몫으로 남겨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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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1. 자주받는 경험 & 질문..
    -어렵지 않나요?
    -내가 배우기 쉬운건 남들도 배우기가 쉽고 빨리 질려요..
    어렵지만 가치가 큰일에 비중을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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