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25일 월요일

이등병 일기 15 - TV는 동기들에게 양보하자 / 뻘줌한 게 싫다 / 내성적이라고 못 할건 없다

2015.5.23.토
(TV는 동기들에게 양보하자)

  휴일에 TV를 보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동기들이 좋아하는 게 너무 다르다. 처음엔 그게 마음에 안 들었다. 뭘 볼지 다수결로 정하니까 내가 보고 싶은 걸 볼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보고 싶은 걸 보겠다고 고집부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그 시간에 리모콘을 동기들에게 주고, 나는 다목적실에서 공부를 하는 게 훨씬 이득일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

  내가 사회에 있으면서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면서 시간을 보낼 때 부모님이 나를 보는 시선이 이런 거였을까? 지금 보니까 휴일에 TV만 보는 건 너무 시간 낭비인 것 같다. 공부나 독서를 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 앞으로도 이렇게 해야겠다.







2015.5.24.일
(뻘줌한 게 싫다)

  선임들과 친해지진 못하더라도 뻘줌한 상태로 같이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해야하는데 난 성격이 내성적이라서 먼저 다가가기가 힘들다. 분명 '먼저 다가가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잘 안 온다. '이 말을 지금 해도 될까? 이런걸 물어봐도 될까?' 등 머릿속에 생각이 많아지면서 망설이다가 결국 별말 안 하게 되는 것이다. 성격이 적극적으로 변해야 하는데 역시 쉽지가 않다. 이런식으로 가만히 있다가 이 날 아침 경계 때 한마디도 안 하는 불상사가 일어났으니.... 앞으로가 걱정이다. 되든 안 되든 아무거나 내질러봐야 하는걸까?








2015.5.25.월
(내성적이라고 못 할건 없다)

  어제 경계 첫 타임에 진짜 한 마디도 못하고 어색하게 시간만 보냈었는데, 두번째 타임부터는 좀 얼굴에 철판을 깔고 아무 얘기나 해보기로 했다. 정말 마음을 비우고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을 아무 망설임 없이 그냥 말하기 시작했더니, 그 다음부터는 서로 주고 받고 하면서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다.

  하고 보니 어렵지 않았다. 선임도 사람이었다. 이것저것 생각이 이어지는대로 대화를 나누다보니 가끔은 웃긴 얘기를 하다가 웃기도 하고, 좀 진지하게 인생 얘기도 하고 그랬다. 이렇게 얘기를 많이 하니까 아주 많은 걸 알 수 있어 좋았다. 선임의 평소 생각, 부대가 돌아가는 것, 부대 분위기, 병사간, 간부간, 병사-간부간 인간 관계, 다른 선임에 대한 것들, 내 동기에 대한 다른 시각의 의견 등 듣고 보니 신기한 것들이 많았다.

  경계 근무 시간은 조금만 노력하면 모르던 것들을 많이 알아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내성적이라고 아무 얘기 못하는 건 아니다. 예전에 EBS에서 한 성격 다큐에서처럼 내성적인 성격의 장점을 살려서 오히려 더 진중한 얘기도 할 수 있고, 가벼운 주제로도 갈 수 있고, 결국 가진 자원을 가지고 자기가 하기 나름인 것이다. 기왕 군대에 왔으니, 내 성격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극복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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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개:

  1. 궂이 변화를 줘야한다면
    먼저 창``을 열어보오~
    신선한 공기도, 바람도, 새소리도, 숲 내음도..
    화악`` 열어재껴야~ 보이고 느껴지고 들리나니..
    내성적이라함은.. 가볍거나 얕지 않음이지 장애가 아니오!
    스스로가 불편함을 느낀다면 불편치 않도록
    지금처럼 그렇게 적극적인 시도를~^^
    글고
    그대는 그대에 대해 착각하고 있쏘..
    결코 말을 못하는 사람이 아닌
    단지, 조심성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빨리 알 길 바라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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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젠 선임 침묵고문(?)하는 일은 관두도록..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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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후임도 마찬가지..ㅋㅋㅋ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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