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1일 목요일

일병 일기 5 - 너 자신을 알라 / 오랜만에 일하니까 좋다

<2015.6.11.목>
(너 자신을 알라)

  나의 현재 신분은 군인이고, 공병이다. 군대에 왔을 때 자기 계발할 시간이 의외로 좀 주어져서 책도 많이 읽고 일기도 쓰고 전공 공부도 했다. 그런데 오늘부터 병사들에게 요구되는 능력 수준이 높아진다는 공지를 들었다. 당연히 1신분이 공병이니까 그래야한다는 생각은 쭉 가지고 있었는데, 그 생각이 현실화되니까 좀 아쉬웠다.

  자기계발 할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전공 외에 내가 관심있는 것들을 공부할 시간이 줄어든다. 이렇게 되니까 책을 잔뜩 가지고 있어도 별 필요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솔직히 지금도 집에서 가져온 전공책들은 하나도 보지 않는다. 괜히 짐만 되니까 산업기사 수험서만 남기고 모두 돌려보내야겠다. 아...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시간은 적으니까 절제가 많이 필요한 것 같다.(아니다. 힘들게 받은 책들인데 일단 장기적으로 전역 전까지 꾸준히 본다는 생각으로 갖고 있어야겠다.)









(오랜만에 일하니까 좋다)

  2주정도 계속 경계만 서서 생활이 약간 단조로워지고 맨날 만나는 사수 선임만 줄곧 봐서 약간 심심했는데 드디어 오늘 가용 병력이 돼서 다른 선임들 여럿과 함께 땀흘려 일을 하게 됐다. 같이 일한다고 엄청나게 친해지는 건 아니지만 가끔 서로 물건 나르겠다고 다른 사람이 든 걸 뺏는 장난도 치고 하면서 약간은 가까워지는 것 같다.

  단순히 시키는 일만 하면 단조롭고 지루하겠지만 일하는 방법을 효율적인 걸로 하려고 궁리한다거나 내가 할 역할이 주어지지 않았어도 한가하게 멀뚱멀뚱 쳐다보지 않고 그 다음 필요한 단계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보면서 다같이 일사천리로 일을 해서 기분이 좋았다.

  가용 병력이 좋은 점이 가용을 불렀을 때 선임들과 같이 일하러 감으로써 눈도장도 찍고 말 한마디라도 더 하게 되는 점인 것 같다. 그리고 일머리를 좀 기를 수 있다는 것도 있다. 누군가 말하길, "일 열심히 하는 후임보다 일을 잘 하는 후임이 좋다(그렇다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 가치가 없다는 건 아님)"고 했는데 오늘 서로 의사소통도 하고 질문도 하고 아이디어도 내면서 빠릿빠릿 일처리를 잘 한 것 같아서 뿌듯하고 기뻤다. 이런 느낌을 계속 잘 살려서 나중에 사회에 나갔을 때 '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평을 들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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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1. 일이란 누구든 자꾸 해봐야 요령이 생기고 느는데
    머리가 좀되는 사람은 나아가 노동+응용력= 일 잘하는 사람~
    으로 인기인이 되더이다.
    물론, 일 잘한다고 소문나면 여기저기서 불러대 피곤한 일도 생기긴 하지만ㅋ
    그래도
    그 땐 내가 선택해 조절하면 되니까 문제될 건 그닥 없는 것이고.
    친교의 기본은
    모험(?)을 불사하는 것이라..
    내가 이렇게 말하면?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저 사람이 어떻해 생각할까??- 하는 것인데
    일단
    친교의 공ㅇ을
    가볍게 툭 던져보고ㅇㅇ 상대가 가볍게 받으면
    본격적인 공ㅇ놀이를 시작하면 되오.
    놀자고 던졌는데ㅇㅇ시큰둥 안받으면 같이 놀 필요없단 것이니까
    그런 인간은 패쓰해뿌리고 ㅋ
    어쨌든
    통ㅇㅇ통 친교의 공ㅇ은
    자주 웜업 상태로 가볍게 늘 튕기고 있으시오~ㅎ
    아,
    내가 충고해도 정말 명문적 비유라 생각되오.
    이 참에 책이나 낼까~?
    제목 < 일단, 튕겨봐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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