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6일 화요일

일병 일기 8 - 총기 부품 실종 사건

  주간 사격이 끝나고 저녁에 총기손질을 했다. 나는 신교대에서, 총기 분해시 노리쇠 뭉치 안에 있는 톱니바퀴 달린 길쭉한 부품은 괜히 분해했다가 거기서 나오는 조그만 부품들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그 길쭉한 건 냅두라고 배워서 총기를 완전히 분해하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 작은 부품을 잃어버리는 일이 동기에게 일어났다.

  잃어버린 건 한 1cm밖에 안 되는 얇은 금속 핀이었는데, 그걸 잃어버린 동기가 주변을 기어다니면서 샅샅이 바닥까지 다 봤는데도 찾을 수 없었다. 그때까진 '그래도 끈기를 가지고 찾으면 마침내 찾지 않겠나'하고 그나마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곧 급박한 상황이 닥치게 되었다.

김 일병! 영창 가자!
(라이선스 : 퍼블릭 도메인)


  방송이 나오는데, 야간 사격하는 인원들은 필요한 걸 챙겨서 집합하라는 것이었다. 그 인원 중에 부품을 잃어버린 동기도 있었다! 우리는 약간 당황했고, 몸에 땀이 스멀스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너 영창가는 거 아니냐'는 둥, '사격 어떻게 할거냐, 큰일 났다'하는 얘기를 하면서 우리는 각자 닦던 총을 내버려두고 바닥을 기어다니면서 같이 그 핀을 찾으려고 애썼다.

  집합 시간이 임박해서도 우리는 그 핀을 못 찾아서 이 일병이 자기 부품을 빼서 그걸 대신 끼우고 나가라고 했다. 문제의 장본인은 연신 미안하다고 하면서 그걸 찾는 사람에게 PX에서 2만원어치 먹을 걸 사주겠다고 하고 나갔다. 그가 나가고 한참을 더 찾았는데 그걸 발견할 수가 없었다.

  찾기를 포기하려던 찰나, 이 일병이 김 일병(잃어버린 애) 근처 의자 위에서 그 핀을 발견했다. 나도 의자 위를 봤었는데 왜 그땐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찾은 것이다. 정말 다행이었다. 십년감수가 어떤 느낌인지 김 일병은 이 날 확실히 알았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이 일병은 몹시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김 일병을 한심한 놈 취급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총기는 함부로 세부 분해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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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1. 휴...
    읽는 동안 내가 더 긴장했쏘!
    다행이고
    백두신교대 조교님들께 새삼 감사를..
    아주 잘가르쳐 수료시키신게 확실하네 ~그려^^
    비 온 후 땅이 좋아지 듯
    김일병 앞으로 총기 다룰 땐 정신 바짝 차릴 듯.
    군대 다녀오진 않았지만
    이젠 이것만은 나도 확실히 아오!
    총기도 잘 다뤄야하고
    총구는 더ㅓ더 잘 다뤄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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