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6일 목요일

일병 일기 14 - 김 이병 가서 아쉽다...

* 후임이던 김 이병 제 2국민역으로 전역

* 싹싹하고 좋은 애였는데.

* 내가 좋은 사람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나중에도 연락을 하고 싶은가 아닌가'

* 이것저것 잘 도와주고... 아쉽다 쓸만 했는데.

* 내가 머리 깎아준 기억도 남. 원래 이발병이 해주면 멋있게 자를 수 있는데 이발소에 너무 늦게 가는 바람에 나보고 그냥 잘라달라 함.

  - 그렇게 동그랗게 계란같은 머리로 만들어주고 나니까 행정반 갈 때마다 세절하고 있는 김 이병 머리를 쓰다듬는 맛이 있어서 좋았음.

  - 남의 머리 내 손으로 잘라준 게 생애 최초였음.

* 같이 지낸 기간은 얼마 안 돼도 싹수가 좋은 애였음.

* 해준 게 그닥 없어서 미안함.

* 달력에 입대하고 며칠됐는지 맨날 적으면서 짬찌라고 동기들하고 같이 놀렸던 일도 생각남. 70며칠이었는데 갑자기 그 남은 일수를 원콤에 순삭해버렸네.

* 다른 선임들한테도 귀여움받는 후임이었음. 짧은 기간인데도.

* 말 따라하는 것도 재밌었음. "~~했습니다아~~, 아닙니다아~~" (느릿느릿 아주 소프트하게 말했었다.) 놀리는 재미가 쏠쏠했음. 군생활의 활력.


* 같은 21사단 신교대 출신. 굳이 접점 찾자면 ㅋ.

* 선천적으로 몸이 아픈 줄도 모르고 뜀걸음 같이 하자고 했었음. 미안함. 뜀걸음 같이 하자고 했을 때 기범이가 안 했었는데 그때 든 생각이 '쟨 힘든 일은 하기 싫어하는건가? 그래도 여긴 군대인데. 요즘 애들 너무 오냐오냐 자라서 큰일이다'하고 '다른 건 다 좋은데 체력단련 싫어하는 거 하나는 흠이네'라고 생각했었음. 아픈줄도 모르고 그랬었다 ㅠㅠ

* 가기 전 페북, 전화번호, 롤 아이디 교환

* 김 이병 가기 전날 내가 경계 마지막 타임이 3:30-5:00, 김 이병 마지막 불침번은 5:30부터라서 내 경계 끝나고 같이 놀려고 했는데 막상 그때되니 피곤하고 불침번 사수 선임 눈치도 보여서 그냥 잤음.

* 김 이병 가기로 한 날 아침 8:30 경 간댔다가 12:30경 간다고 바뀜. 그 날 내 경계가 11:00-12:30에 있어서 얼굴 보고 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함. 기다리는데 약간 눈물남. 서운함, 아쉬움. 부모님하고 헤어질 때도 이런 기분이었는데.

* 김 이병은 성격이 참 좋은 애였다. 

  - 애 같은 느낌이 있어서 챙겨줘야될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지만 의외로 자기 할 일은 잘 챙겨서 별로 터치할 일이 없었음. 애같기만 하고 너무 계속 챙겨줘야 하면 나중엔 성가심. 그런데 김 이병은 귀여운 맛이 있으면서도 자기 할 일 묵묵히 알아서 하고 적응 잘 함. 특히 굳이 시키거나 부탁한 게 아닌데도 오히려 선임을 챙겨주고 잘 도와줌. 이 점은 정말 배울 점이었다.

  - 사회 나가서도 잘 될 거라 믿음. 타고난 심성은 어쩔 수 없다. 타고난 게 아니면 부모, 가족들이 잘 키워준 듯.

* 김 이병같은 후임 만나서 잠시동안 재밌었고 행복했다... 잠깐 난 아직 450일 가량이나 남았잖아!!

* 애들 많이 때리지 말고 노량진에서 돈도 그만 뜯고 했으면 좋겠다... ㅋㅋㅋㅋ 노량진 스켈레톤, 노량진 독버섯... 별명 참 멋있었다고 생각함.

* 아침 점심 저녁으로 일일 건강검진 해줘야 하는데... 그놈의 팔목이 막대기처럼 가느다랗던 이유가 있었다니... 부디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 군의관님 볼 때마다 기범이 생각 날 듯... 진짜 닮았음 ㅋㅋ

* 갈 때 포옹이라도 하고 갈 줄 알았는데 애매하게 각이 안 나옴. 김 병장님도 이제 저녁에 침대 엎으려고 하는 장난 칠 사람 없어져서 많이 섭섭하시겠다. ㄹㅇ 눈물남 ㅠㅠ 중대장님 안 오셨으면 가까이서 얼굴 보고 가는건데 ㅠㅠ 갈 때 바로 좌회전 신호였든가 해서 그냥 쌩 가버렸네.

* 김 이병같은 좋은 후임이 많이 들어와야 할텐데 ㅠ 물 마실 때마다 계속 생각날 것 같다.  주고 간 텀블러에 크고 빨간색으로 "김 ㅇㅇ"이라 써 놓음. <캐스트 어웨이>라는 영화에서 '윌슨'이라는 배구공 같은 느낌이 드네.

* 위병소 부사수석 올 때마다 생각남. 이제 며칠 지나면 생각 안 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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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1. 눈시울을 뻘겋고 후끈거리게하는 글이네요.. ㅜ
    짧았지만 귀한 인연ㅇ 하늘에 감사하며
    앞으로의 인생길.. 김이병 같은 좋은사람.. 곳곳에 포진해 있을 테니 걱정말아요~
    왜냐구요~?
    그대는
    참 좋은사람ㅇ 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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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연락처 주고받는 일은 어쩌면 쉬운 일..
    그 후의 인연 이어가기는
    서로의 끌림에서 나오는 노력이 동반되야 열매를 맺는 법..
    아마도 내 생각엔
    첫작품 ; 계란까까.. 모델이 된 그는
    내내 잊혀질 존재는 아닌 듯하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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