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26일 월요일

진로에 대한 고민. 때려치워야 할 때는 언제일까

대학교 1학년은 정말 잘 했는데 2학년은 잘 못했고(평균 이하로 못 했다) 그래서 군대에 가서 잠시 쉬다가 이걸 계속 할지 말지 고민하기로 했고, 결국 계속 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도 3학년 1학기에 2학년 때보다 훨씬 더 못 했고, (못했다기보다 그냥 너무 하기가 싫었다. 그래서 안 했다가 맞겠지) 이렇게 세 개 학기를 망치면서 그냥 그만두고 다른 일을 알아보는 게 더 현명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때려 치울까 말까 생각하는 와중에 책도 읽고 주변사람들한테도 물어봤는데 언제가 그만둬야 할 때인지 아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



조지 스웨인(George F. Swain)이라는 어떤 교육자가 쓴 책(1917)을 읽는데 거기서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나오고, 이걸 봐도 어떻게 해야될지 결단이 안 선다.


아래의 세 문단은 저자가 선생님들에게 쓴 내용이다.
"선생은 어떤 학생에게 수업 내용을 이해할 능력이 없다면 다른 수업을 듣게 하거나 아예 학교를 그만두게 해야한다. 능력에 맞지 않아 소화할 수도 없는 것을 가르치려고 노력하는 것은 학생을 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처를 주는 행위이며, 그것은 종종 그 학생을 전혀 적응하지 못하는 곳으로 몰아넣는 결과를 낳는다."

 "모든 노력은 보상받을 수 있음을 학생들이 깨닫게 해 주어야 한다. 기계공 또는 점원으로 성공하는 것이 무능한 변호사, 의사 또는 공학자로서 실패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잘 맞는 적성이 있으며, 그 일을 할 때 적절한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삶의 행복은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느냐 못 찾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우리 학교 현장에서는 자기에게 잘 맞지도 않는 환경에 학생을 억지로 끼워 맞추느라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고 있다."


다음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쓴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은 절대로 낙담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이것은 정말로 중요하다. 수많은 학생이 성실함에도 불구하고 몇 번 실패를 반복하고 나면 낙담하고 희망을 잃곤 한다. 그러면 수업을 들을 때마다 그저 시험에 통과하기만을 바라며 수업 내용을 기계적으로 외우는 습관이 생긴다. (...)"

"사회적인 성공은 두뇌보다 의지에 훨씬 더 크게 좌우된다. 그리고 정신적이건 도덕적이건 간에 모든 능력은 누구나 극한까지 계발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 성공한 사람들의 전기를 읽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성공이 얼마나 많은 실패 끝에 찾아오는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 읽어보면 내가 아직 더 실패를 경험하면서 이걸 계속 해야할지, 아니면 "학교를 그만둬야 할 지"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든다. 나에게도 누군가 다음과 같은 얘길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즉 때려 치워야될지 아니면 계속 붙들고 있어야 될지.

"그러나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흔히 잘못된 방식으로 공부하거나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을 하려고 노력하는 학생도 자주 만나게 될 것이다. 그 점을 확실하고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만 있다면, 학생들이 먼저 그 이야기를 열심히 귀담아 듣고 공부법과 인생의 방향을 수정하여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스스로 노력할 것이다."

귀담아 들을테니까 누가 얘기해줬으면 좋겠다.

"나름대로 노력한다고 하는데, 계속 그다지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지 못하는 학생이라면 스스로를 주의깊게 살펴보고 반성하여 원인을 찾으려고 노력해야한다. 그러나 자기가 잘못된 방식으로 공부하고 있거나 자신에게 맞지 않는 길을 가고 있다고 너무 성급하게 결론지어서는 안 된다. 그럴 때는 친구들, 선생들과 솔직하고 진지하게 상담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좌절하거나 낙담해서는 안 되며, 어떤 방향으로든 결국은 성공을 거둘 능력을 자신이 이미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믿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쓰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3학년 1학기는 아니지만... 2학년 때는 정말 열심히 했었다. 그런데도 성적이 안 좋았는데, 그러면 때려치우는 게 맞지 않을까? 별로 토목공학에 흥미가 있는 것도 아닌데. 물론 교양과목 차원에서 들으면 '와 이건 신기하네' 이런 부분은 있긴 하다. 근데 전공과목 수준으로 깊이있게 들어가기 시작하면 나한테는 너무 할 게 많고 힘들다. 해도 잘 안 되는 기분. 내 삶은 없고 그냥 기계처럼 책만 봐야되고 혹여나 졸업하더라도 기계처럼 일만 해야 간신히 성과가 나오는 그런 인생을 살 것 같아서 두렵다. 그러다 보니까 '해서 뭐하냐... 어차피 완벽하게 다 못할거면 나중에 건물이나 무너뜨릴텐데... '하는 생각이 들고, 그러다 보니 시험도 빠지고 과제도 안 내고 수업도 안 나가고. B나 C를 맞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다보니 그냥 아예 F를 맞는 게 도의상 맞지 않나 하는 생각...

물론 혹자는 그러겠지... 완벽주의가 발목을 잡는다고... 맞는 얘기다. 솔직히 그냥 하기 싫어서 핑계 대는 거다. 와 그럼 그냥 때려치우는 게 맞겠군요? 그치만 2학년 때는? 그땐 열심히 했는데도 안 됐는 걸?

결국에 '네가 원하는 대로 선택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내가 그걸 몰라서 이렇게 글을 쓰는 건 아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원하는 건 그냥 '다른 길을 찾는다'는 모험은 하기 싫으니까 계속 학교다니고 싶다. 문제는 나머지 3학년 2학기, 4학년 1, 2학기를 열심히 해도 ... 물론 그때도 열심히 해야지 해놓고 놀지도 모르지. 열심히 해도, 위에서 얘기한대로 내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을 하려고 노력하는 학생" 이었다면? 그때가서 '아, 나는 토목공학 적성에 안 맞는 사람이었구나.' 하고 뭔가 다른 걸 찾아봐야하나? 인생이라는 게 원래 이렇게, 마치 실험하듯이, 장님이 더듬더듬거리면서 앞으로 걸어가듯이, '직접 해봐야지만 알 수 있는' 그런 건가? 그리고 그 실험에는 등록금과 생활비와 시간이 들고, 실패하더라도 얻는 건 그냥 교훈뿐...? 그것조차 없을 수도 있고..?

어떻게 하는 게 서두에서 얘기한 '현명한' 일일까..? 정답이 없는 게 참 우울한 일이다. 계속 학교를 다니는 쪽을 선택하는 건 그게 편하니까 그러는 것 같기도 해서 약간 죄책감 들기도 한다. 아니지 한편으론 별로 편한 일은 아닌데? 학교를 다니는 데 열심히 안 하면 그건 편하니까 선택하는 거지. 열심히 하면 정말 괴로운 일이다. 결국에 선택은 내 몫... 그리고 책임을 져야된다. 난 참으로 우유부단한 사람이라서 안 좋은 것 같다. 톨킨이 지은 어느 유명한 책에서 이 얘기가 나온다. "~~에게 조언을 구하지 마시오. 그들은 예와 아니오를 동시에 말하니까" 휴... 그냥 입닥치고 학교 마저 다녀야겠다. 그래도 졸업하면 입에 풀칠은 할 수 있겠지? 나머지 학기 열심히 다니면? 무슨 대기업이니 공무원이니 그런 건 분수에 맞지도 않고 바라지도 않는다. 백수 안 되고 사람구실이나 할 수 있으면 정말 그걸로 만족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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